글,문학/감동글

어느 누나의 이야기

淸潭 2019. 4. 4. 10:04


가난한 집안의 장녀로 태어나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겨우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남의집 가정부로 팔려가

몇푼 되지도 않는 돈을 받고 살다가,


조금 나이가 더 들자 봉재공장에서 기술을 배우려고

한창 멋을 부릴 나이에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 하나 사 쓰는 것도 아까워

돈을 버는 대로 고향집에 보내서 동생들 뒷바라지를 했었답니다.


그 많은 먼지를 하얗게 머리에 뒤집어 쓰고 몸은 병들어 가는 줄도 모르고

소처럼 일해서 동생 셋을 대학까지 보내서 제대로 키웠지요.

이 누나는 시집가는 비용도 아까워 사랑하는 남자를 눈물로 보내기도

했지만, 이를 악물고 숙명(宿命)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늙어만 갔습니다.


그러다 몸이 이상했지만, 병원에는 가지 못하고 약국의 약으로만 버티다 결국은

쓰러져 동료들이 업고 병원으로 데리고 갔는데, 위암 말기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술을 해서 위를 잘라내면 살 수도 있다고 했답니다.


누나는 미국에 살고 있는 큰 동생에게 전화를 합니다.

"동생아! 내가 수술을 해야 하는데 3,000만원 정도 든단다." 동생이

골프를 치다 말고 말합니다."누나 내가 30만불이 어딨어"

누나는 "알았다. 미안하다." 힘없이 전화를 끊습니다.


둘째 동생에게 전화를 합니다. 둘째 동생은 변호사 입니다.

"동생아 수술을 해야 하는데 돈이 없네, 어떡하냐?" 둘째가 말합니다.

"누나 요즘 수임이 없어서 힘드네" 하고 바로 전화를 끊어 버립니다.


막내 동생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사정 애기를 하자 막일하는 동생이

부인과 함께  단숨에 뛰어 왔습니다.

"누나 집 보증금을 빼왔어, 이걸로 수술합시다." 누니는 막내의

사정을 빤히 알고 있어서 그냥 두 부부를 부둥켜 안고 울기만 합니다.


수술하기 전날밤 보호자 침대에서 잠이 든 올케를 바라보던 누나는

조심스레 옷을 갈아 입고 안개 속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횡단보도에 서 있던 누나는 자동차 불빛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그렇게 누나는 한 많은 이승에서의 삶을 마감하고 맙니다.

올케는 꿈속에서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토닥이는 누나의

손길이 느껴져 깜짝놀라 깨어보니-------

누나의 자리가 비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빈 침대위에 놓여진 편지를 봅니다. 몇 줄의 글이 눈에 들어옵니다.

"막내야, 올케 고맙다." "죽어서라도 너희들을 지켜주마."

"내가 그나마 죽기 전에 보험을 들어 놓아서 이거라도 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참으로 기구한 운명(運命)입니다. 그렇게 누나가 저 세상으로 떠났지만,

두 동생들은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 두 동생들은 누나의

사망보험금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고 막내를 협박합니다.


"똑같이 나누지 않으면 가만 있지 않겠다."

법적인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 두 형수들과 함께 욕하며 위협을 가합니다.

결국은 법정으로 갔습니다. 막내는 줘버릴까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누나의

핏값을 두 형으로 부터 지키고 싶었던 막내는 결국 소송을 시작합니다.


소식을 들은 친구가 변론을 맡아 주기로 했습니다. 몇개월의 소송끝에

판결이 내려집니다. 판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판결문을 읽어 내려 갑니다.

그리고 누나 휴대폰의 음성녹음을 들려주자 두 형들은 두 말 않고 밖으로

나갑니다.삶이 그렇더군요. 모두 자기 역활이 따로 있더군요.

이렇게 불쌍하게 생을 마감한 그 누님은 聖子(者)같은 삶을 살다가 그렇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죽어 갔습니다.

살아 있을 때-------

孝(효)를 다하고, 義(의)를 다하고, 禮(예)를 다하고, 정성을 다하고 사랑을


나누어야 합니다. 60~70년대 산업화를 이끌던 우리의 누님들, 형님들------

그리고 썩어 문드러져 거름이 되어주신 부모님 세대들께------------

꼰대라고 불러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옮긴 글 -




'글,문학 > 감동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의 눈물>   (0) 2019.04.16
집 불탔는데 환자 이송한 간호사   (0) 2019.04.09
바보 소년의 약속  (0) 2019.03.31
아내를 위한 가방 선물  (0) 2019.03.10
지갑에 담긴 사랑 이야기  (0) 2019.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