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동물의 세계

물고기 펄떡이는 산천어축제

淸潭 2019. 1. 20. 09:25
물고기 펄떡이는 산천어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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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뉴시스】한윤식 기자 = 17일 오후 강원 화천산천어축제가 열리는 화천군 화천천 얼음벌판에서 동남아 관광객들이 얼음낚시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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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라는 이름의 집단학살 그만”
…화천 산천어의 청와대 청원
▷ 76만마리가 죽어야 끝나는 이벤트 인간에겐 산천어축제라지만 우리에겐 집단학살입니다 닷새 굶주려 배고픔 못 참은 친구들 낚싯바늘에 입 찢겨 죽고 운 좋게 살아남아도 극도의 공포 가족과 함께 맨손잡기·얼음낚시 생명 앗는 게 과연 교육적일까요?

◇ 동물을 위한 행동과 시셰퍼드 코리아, 동물해방물결, 생명다양성재단, 동물구조119 등 5개 동물·환경단체가 꾸린 ‘산천어 살리기 운동본부’가 산천어축제가 개막한 지난 5일 축제장을 찾아 동물 학대 중단을 요구했다. <△ 사진:> 맨손잡기 행사장에서 참가자들이 산천어를 잡은 뒤 입에 넣고 환호하는 모습

○··· 제 별명은 ‘계곡의 여왕’입니다. 몸길이 20~40㎝로 옆면에 비행기 창 모양 무늬인 ‘파마크’가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입니다. 송어·연어와 같은 ‘혈통’으로 사촌 간이죠. 저는 ‘산천어’입니다. ‘화천산천어축제’를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인구 2만7천명에 불과한 산골 마을인 강원도 화천군을 세계적인 축제도시로 이름을 날리게 한 주인공이 바로 접니다. 해마다 겨울만 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운 최전방 산골에 저를 보기 위해 15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듭니다.제가 독자 여러분께 나선 것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 사연을 올려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물고기가 웬 국민청원?’이라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설악산 케이블카 탓에 서식지를 잃은 산양 29마리가 지난해 소송을 냈다는 소식을 듣고 저도 용기를 냈습니다.




◇ 100만명 돌파’를 기록했다. △ 사진: 동물을 위한 행동과 시셰퍼드 코리아, 동물해방물결, 생명다양성재단, 동물구조119 등 5개 동물·환경단체가 꾸린 ‘산천어 살리기 운동본부’가 산천어축제가 개막한 지난 5일 축제장을 찾아 동물 학대 중단을 요구했다. 동물구조119 제공

○··· 혹시 제 입장에서 산천어축제를 생각해본 사람이 있을까요? 저는 축제 개막일인 지난 5일 6만여 친구와 함께 화천천에 방류됐습니다. 14만4천여명의 관광객이 찾았다는 축제 첫날, 우리는 생지옥을 경험했습니다. 굶주린 친구들은 수많은 강태공이 드리운 낚싯바늘을 입에 물고 줄지어 얼음구멍 위로 사라졌습니다. 얼음벌판 위엔 그렇게 죽은 친구들이 즐비했습니다. 낚싯바늘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입이 찢겨 죽거나, 훌치기 바늘에 온몸 이곳저곳이 찔려 피를 흘리고 죽은 친구도 있었습니다. 길이 2.1㎞의 얼음벌판에 펼쳐진 수많은 얼음구멍은 우리에게 삶과 죽음의 갈림길이었던 셈입니다.주린 배를 움켜쥐고 운 좋게 살아남아도 끝난 게 아닙니다. 축제가 막을 내리면 화천천에 펼쳐놓은 그물을 걷어 살아남은 산천어를 깡그리 잡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잡히면 어묵 등의 재료로 쓰이겠죠. 이래저래 죽을 날만 기다려야 하는 시한부 인생인 셈입니다.



5개 동물·환경단체들은 산천어 축제 현장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행사의 잔혹성을 지적했다. 동물을위한행동 제공

○··· 양식장에서 태어났으니 횟감이나 구이로 끝날 운명에 불만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도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통스럽지 않게 죽음을 맞이할 수는 없을까요?산천어축제의 모든 과정은 우리에게 ‘학대’입니다. 우리는 전국 17개 양식장에서 흩어져 자라다가 축제를 앞두고 화천으로 수송되는데, 좁은 활어차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몇몇은 이 과정에서 서로 부딪쳐 상처를 입기도 하고 죽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것은 배고픔입니다. 우리는 축제를 앞두고 5일 정도를 굶습니다. 이른바 ‘입질’을 좋게 하고, 사람들이 구이 등으로 먹을 때를 대비해 내장을 깨끗이 비우기 위해서라고 합니다.이런 식으로 축제를 앞뒤로 한해 약 76만마리(181t)의 산천어가 사라집니다. 생존이 아닌 오로지 인간의 유흥을 위해 단 3주 안에 모두 죽고 끝나는 사건을 인간들은 ‘축제’라고 부르지만 우리에겐 ‘집단학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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