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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캉살자, 내캉살자

淸潭 2018. 6. 9. 10:46

내캉살자, 내캉살자


    
    어제 오후 늦으막히
    가까운 산을 찾아 나섰다.
    산은 언제 봐도 좋다.
    햇살도 밝고 신록의 숲길을 걷는 게
    더 할 수 없이 좋다.
    뱃쫑 뱃쫑 ..
    산새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졸졸 졸졸 ..
    맑은 물소리가
    들려온다.
    가만이 눈감고 들으면
    소음에 절었던
    귓속을 시원하게 씻어준다.
    후우 후우 ..
    입을 크게 벌리고
    심호흡을 한다.
    산바람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그냥 가슴이 탁 트인다.
    옹달샘 부근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다.
    표주박으로 샘물을 떠서
    한 입 물고 바라보니
    어라 ..
    꿀밤(도토리)나무 가지에
    벌떼 무리가 웅웅거리고 있다.
    아마,
    분봉(分蜂)을 나온 것 같다.
    어릴 때,
    가끔 본 일이 있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호박덩이 만큼 커다란 벌떼의 무리(群蜂) ..
    그 걸 본 어른들이
    바가지에다 꿀을 발라
    버드나무 가지로 살살 밀어넣으며
    내캉 살자 ,
    내캉 살자 ..
    그 후,
    워낙 부끄럼쟁인데다가
    숫기가 없었던 나 ,
    나중에 커서
    예쁜 미쓰 Lee를 만났는데
    당췌 ,
    어떻게 해야하는지
    토옹 입이 떨어져야지
    꿀먹은 벙어리처럼
    끙끙거리며 입만 달싹달싹 ..
    순간 ,
    번개처럼 스치는
    그때의 그 말이 생각났다.
    꿀바가지에다
    벌을 살살 꼬셔(유인)넣듯이
    미쓰 Lee 손목을 잡고
    나도 그 말 흉내를 했다.
    내캉 살자 ,
    내캉 살자 ..
    지금 우리 집사람
    가끔씩,
    내 옆구리 쿡.. 쥐어박으며
    입이 하마처럼
    한 뼘이나 튀어나와 볼맨소리를 한다.
    "에그, 그때 내 귀가 먹었지 .."
    아무리 그렇게
    바가지를 박박 긁어대도
    내 귀에는 그냥 ,
    예쁜 코맹맹이 소리로
    간지럽게(?) 들리는 걸 보면 지금은
    내 귀가 먹었나보다.
    하기야 ,
    무슨 불만이 있겠냐 ..?
    밥 안 굶을 만큼
    꼬박꼬박 돈 벌어다 주겠다.
    비록 작은 집이지만
    우리 식구들 바람 이슬 막아줄
    게딱지 같은 예쁜 집 있겠다.
    사시사철 철따라
    앞가림 할 단벌 옷 있겠다.
    그렇다고
    내가 밤일이 시원찮나 뭐 ,
    사랑이 고프다고 칭얼대면
    하늘이 노래지도록
    껌벅껌벅 자무실만큼
    아이고, 아이고, 아리랑고개 넘겨주지로 ..
    도대체
    무슨 불만이 있을까.
    큰소리 한 번 쳐본다.
    어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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