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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모를 그녀

淸潭 2018. 6. 8. 10:19
        
        얼마 전이다.
        부산에서 밤열차를 탔다.
        출장길에 일을 빨리 마치고는
        여기저기 바닷가를 헤메다니다가
        늦은 밤 ,
        막차을 타고 올라올 때가
        더러더러 있다.
        사상역을 지났을 때 쯤 ,
        짧은 윗옷 아래로
        예쁜 배꼽이 보일락 말락하는 여학생이
        두 손을 비비꼬며 ..
        내 앞으로 와서는
        좌석을 바꿔줄 수 없느냐고 했다.
        내 옆에 앉은 학생이
        학교 동창이라서
        같이 앉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그리고는
        한참이나 뒷쪽에 있는
        자기 자리로 나를 데려다 주었다.
        옆 자리에는 곱상한 할매(?)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혹여 방해가 될까해서 옆에 조용히 앉았다.
        달없는 밤 ,
        차창으로 푸른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있는데 ..
        그 할매의 머리가 서서히
        내 어깨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
        고양이 울음같은 소리로
        코까지 고랑고랑 골기 시작했다.
        구포역을 지날 때쯤인가 ..
        내 손위로 슬그머니
        그녀(?)의 따스한 손이 올라왔다.
        어깨에 밀려오는 무게에다
        손까지 점령(?)당하고 나니
        아뭏든 ,
        거북스러웠지만 내가 워낙 배려심(?)이 많아서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솔직히 가슴은 쿵쿵거리다 못해
        도구통질(절구질)을 하고 있었지만
        흔히들 말하는
        그 어떤 아릿한 느낌을
        탐닉(?)하며 즐기고 싶었던 마음은
        절대로 아니었다.
        나도 눈을 감은 채
        마음과 생각은 열 두 고개를
        넘고 또 넘어
        만리장성을 쌓으며 날고 있었다.
        그 때 ,
        방해자(?)가 나타났다.
        아까 그 여학생이 앞으로 오더니
        나와 할매의 그 기막힌 랑데뷰를 보고는
        "엄마! 내가 몬산다, 고마.." 하고
        할매를 흔들어 깨우는 게 아닌가 ..
        얼떨결에 눈을 뜬 그녀가
        상황판단을 하고는
        "에고, 우짜믄 좋은교?
        나는 우리 딸년이 옆에 있는 걸로 알고서 .."
        얼굴이 빨게 진
        그녀의 난처해 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한 말은 겨우 ..
        "게안심더 .."
        그녀의 딸이
        할매에게 눈 한 번 흘끼고서
        초콜릿과 음료수를 건네주고는
        다시 친구에게로 갔다.
        내 따가운 원망(?)의 눈길을
        그 여학생은 뒷통수에서 느꼈을까?
        우리는 서로 이런저런
        세상살이 이바구를 나누다 보니
        조금은 다정한 사이가 됐다.
        그 모녀는
        서울까지 간다고 했다.
        즐거운 시간은 흘러가고
        아쉬운 마음으로
        손 한 번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열차에서 내리니
        밤바람에 젖은
        아까시(아카시아) 향기가 화하게
        콧끝을 간지르고 지나간다.
        뚜 ,
        뚜우 ..
        창문으로 내다보던 그녀가
        가만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내가 손을 흔드니
        그녀는 입술에 댄 손으로 키스마크를 날려보낸다.~~~♥
        그런데 아프다.
        아까 초콜릿이 너무 달고 맛이 있어
        하나 더 먹을려고 하다가
        그만
        혀를 깨물고 말았다.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끙끙거리며 며칠을 고생하며 보냈다.
        그 할매 ,
        어느 여자중학교의
        영어 선생님이라 했다.
        요즘도 밤 열차를 타면
        차창에 내리는 별빛에 그녀(?)가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가슴이 뛴다.
        쿵쿵 ..
        ♧
        ♪ Deep In my soul - Eric tingstad & Nancy rumb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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