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이다.
부산에서 밤열차를 탔다.
출장길에 일을 빨리 마치고는
여기저기 바닷가를 헤메다니다가
늦은 밤 ,
막차을 타고 올라올 때가
더러더러 있다.
사상역을 지났을 때 쯤 ,
짧은 윗옷 아래로
예쁜 배꼽이 보일락 말락하는 여학생이
두 손을 비비꼬며 ..
내 앞으로 와서는
좌석을 바꿔줄 수 없느냐고 했다.
내 옆에 앉은 학생이
학교 동창이라서
같이 앉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그리고는
한참이나 뒷쪽에 있는
자기 자리로 나를 데려다 주었다.
옆 자리에는 곱상한 할매(?)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혹여 방해가 될까해서 옆에 조용히 앉았다.
달없는 밤 ,
차창으로 푸른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있는데 ..
그 할매의 머리가 서서히
내 어깨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
고양이 울음같은 소리로
코까지 고랑고랑 골기 시작했다.
구포역을 지날 때쯤인가 ..
내 손위로 슬그머니
그녀(?)의 따스한 손이 올라왔다.
어깨에 밀려오는 무게에다
손까지 점령(?)당하고 나니
아뭏든 ,
거북스러웠지만 내가 워낙 배려심(?)이 많아서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솔직히 가슴은 쿵쿵거리다 못해
도구통질(절구질)을 하고 있었지만
흔히들 말하는
그 어떤 아릿한 느낌을
탐닉(?)하며 즐기고 싶었던 마음은
절대로 아니었다.
나도 눈을 감은 채
마음과 생각은 열 두 고개를
넘고 또 넘어
만리장성을 쌓으며 날고 있었다.
그 때 ,
방해자(?)가 나타났다.
아까 그 여학생이 앞으로 오더니
나와 할매의 그 기막힌 랑데뷰를 보고는
"엄마! 내가 몬산다, 고마.." 하고
할매를 흔들어 깨우는 게 아닌가 ..
얼떨결에 눈을 뜬 그녀가
상황판단을 하고는
"에고, 우짜믄 좋은교?
나는 우리 딸년이 옆에 있는 걸로 알고서 .."
얼굴이 빨게 진
그녀의 난처해 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한 말은 겨우 ..
"게안심더 .."
그녀의 딸이
할매에게 눈 한 번 흘끼고서
초콜릿과 음료수를 건네주고는
다시 친구에게로 갔다.
내 따가운 원망(?)의 눈길을
그 여학생은 뒷통수에서 느꼈을까?
우리는 서로 이런저런
세상살이 이바구를 나누다 보니
조금은 다정한 사이가 됐다.
그 모녀는
서울까지 간다고 했다.
즐거운 시간은 흘러가고
아쉬운 마음으로
손 한 번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열차에서 내리니
밤바람에 젖은
아까시(아카시아) 향기가 화하게
콧끝을 간지르고 지나간다.
뚜 ,
뚜우 ..
창문으로 내다보던 그녀가
가만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내가 손을 흔드니
그녀는 입술에 댄 손으로 키스마크를 날려보낸다.~~~♥
그런데 아프다.
아까 초콜릿이 너무 달고 맛이 있어
하나 더 먹을려고 하다가
그만
혀를 깨물고 말았다.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끙끙거리며 며칠을 고생하며 보냈다.
그 할매 ,
어느 여자중학교의
영어 선생님이라 했다.
요즘도 밤 열차를 타면
차창에 내리는 별빛에 그녀(?)가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가슴이 뛴다.
쿵쿵 ..
♧
♪ Deep In my soul - Eric tingstad & Nancy rumb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