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무소쟁(君子無所爭)
[요약] (君: 임금 군. 子: 아들 자. 無: 없을 무. 所: 바 소. 爭: 다툴 쟁)
군자는 무엇을 가지고 남과 다투어 꼭 경쟁하려 하지 않는다
[출전] 《논어(論語) 第三 팔일(八佾)편》 제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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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이 성어는 논어(論語) 第三 팔일(八佾)편 제7장에 나오며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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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말씀하셨다.
“군자가 다투는 바가 없으나 (다툼이 있다면)반드시 활쏘기에서는 있는지라!
읍(공경의 예)하고 사양하면서 올라가서 (활을 쏘고) 내려와서 (술을) 마시나니 그러한 다툼이야말로 군자의 다툼이니라.”
子曰:「君子無所爭,必也射乎!揖讓而升,下而飲,其爭也君子。」
[사서집주]
읍양(읍하는 동작과 사양하는 동작을 하듯 겸손한 태도를 말함)을 하고 오른다는 것은 예기 대사(대신들의 활쏘기 대회)의 예에 짝을 지어 나아가 세 번 읍을 한 뒤에 (활 쏘는) 당으로 올라가고, 아래로 내려와 (술을) 마심은 활쏘기를 마치고 읍하고 내려와서 모든 짝들이 다 내려오기를 기다렸다가 이긴 자가 이에 (진 사람에게) 읍하거든 이기지 못한 자가 올라가 술잔을 잡고 서서 마심을 일컬음이라. 군자가 공손하여 다른 사람과 더불어 다투지 아니하고 오직 활을 쏜 뒤에는 다툼이 있음을 말함이라.
그러나 그 다툼이 온화하고 조용하고 읍하고 공손함이 이에 이와 같다면 그 다툼이 군자이고, 소인의 다툼과는 같지 않음이라
揖讓而升者,大射之禮,耦進三揖而後升堂也。下而飲,謂射畢揖降,以俟眾耦皆降,勝者乃揖不勝者升,取觶立飲也。言君子恭遜不與人爭,惟於射而後有爭。然其爭也,雍容揖遜乃如此,則其爭也君子,而非若小人之爭矣。
[논어집석]에서 인용한 ‘송양강의(松陽講義=청초 성리학파의 대표적 인물.육롱기.陸隴其저)’
세상에서 조용히 스스로를 지킬 줄 알고 다른 사람과 다투지 않으며 시비와 가부는 버려두고 논하지 않는 유형이 있다. 이는 주자가 말한 근실한 선비이지 군자가 아니다. 다른 유형의 사람이 있는데, 굽실거리며 세상에 아부할 줄 알고 시비와 가부를 고의로 모호하게 만들면서 스스로 다투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공자가 말한 향원(鄕原= 似而非지식인)이지 군자가 아니다. 또 다른 유형의 사람이 있는데, 고담준론을 하면서 만물일체에 의탁해서 자신과 타인이 애초 다름이 없으니 다툴 것이 없다고 한다. .... 이 또한 군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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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신문 [신정근의 동양철학 톺아보기]
논어 공정한 경쟁 위에 아름다운 경쟁
[생략]
공자의 시대나 지금이나 삶에서 경쟁을 피할 수는 없다. 인정론의 관점으로만 보면 경쟁은 잔인해 보이므로 최소화해야 한다. 반면 현실론 관점에서 보면 경쟁이 없으면 사람이 움직이려 하지 않기 때문에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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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사회를 이룬 이래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가 있는’ 상태에 도달한 적이 없다. 사람의 욕망이 근원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불가능할 것이다. 욕망하는 사람이 다수이고 만족을 주는 대상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그 차이만큼 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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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모든 경쟁이 합리화될 수는 없다. 공자는 활쏘기에 참여하면서 여러 사람의 신체 조건을 유심히 살펴봤던 모양이다. 투기 종목 체급처럼 어떤 사람은 헤비급에 해당하고 어떤 사람은 라이트급에 해당한다. 투기의 경우 신체 등급을 체급으로 구분해서 비슷한 등급끼리 맞붙게 하지 다른 체급끼리 맞붙게 하지 않는다. 반면 구기나 기록경기는 체급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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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을 쏠 때 힘이 센 사람은 자연히 활을 멀리 쏘고 또 과녁을 세차게 꿰뚫을 수 있다. 반면 힘이 약한 사람은 활을 멀리 쏘기가 어렵고 두껍고 질긴 과녁을 꿰뚫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차이가 있는데도 힘이 센 사람과 약한 사람이 맞붙어서 멀리 쏘고 과녁을 꿰뚫는 것으로 승부를 낸다면 어떻게 될까. 활을 쏘기 이전부터 승부가 결정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공자는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활쏘기 규칙을 다시금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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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쏘기 의례(경기)에서는 화살이 가죽의 과녁을 꿰고 지나는 것으로 우열을 가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수의 힘(체급)이 다르기에 기준을 똑같이 하지 않는 게 옛날의 규칙이다(射不主皮, 爲力不同科, 古之道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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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양궁을 봐도 공자의 발언은 주목받을 만하다. 한국의 남녀 선수들이 세계 양궁 경기에서 늘 우수한 성적을 낸다. 선수들의 기량, 지도자의 훌륭한 훈련법 등 승리를 거두는 요인은 많을 것이다. 늘 우승을 하는 한국으로서는 좋은 일이지만 늘 우승자를 쳐다만 봐야 하는 상대로서는 경기가 맥 빠지는 일이 되는 셈이다. 때문에 국제양궁연맹은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한국 팀에 유리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을 자주 바꿔서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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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양궁연맹 관계자들이 ‘논어’를 읽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의 조치는 공자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선수마다 유리한 점이 다를 수 있는데 어느 한쪽에만 유리한 점을 규칙으로 정하게 되면 자연히 다른 선수에게 불리해진다. 이를 바로잡는 것이 경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 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공정하게 제공하는 것이리라. 경쟁을 피할 수 없다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는 공정성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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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스포츠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과 인생에도 똑같다. 공자는 그것을 활쏘기 경험을 통해서 새삼스럽게 깊이 깨달았던 것이다.
[생략]
활쏘기 승부의 기준을 획일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승부가 갈리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이 점은 공자도 활쏘기를 하면서 누누이 경험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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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는 뺏고 빼앗기 위해 다투는 일이 없다. 그래도 ‘다툰다’라고 한다면, 틀림없이 활쏘기 제전이리라. 차례가 되면 함께 쏘게 된 사람끼리 서로 읍(인사)을 하고 먼저 오르기를 사양하면서 사대(射臺)에 오른다. 쏘기가 끝나면 사대에서 내려와 진 쪽이 벌주를 마신다. 이와 같은 경쟁이야말로 군자다운 것이리라(君子無所爭. 必也射乎. 揖讓而升, 下而飮. 其爭也君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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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군자처럼 생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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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쏘기에도 불공정과 우연이 끼어들 가능성이 많다. 바람이 불어서 화살을 생각대로 날리지 못할 수도 있고, 주위 환경이 집중을 방해할 수도 있고, 전날의 숙취와 나쁜 컨디션이 실력 발휘를 막을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활을 쏘는 사람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사항이다. 꼭 ‘나’에게만 불리한 사항이라고 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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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활쏘기에서 많은 것을 배웠던 모양이다. 내가 어디로 쏘려고 해도 화살이 뜻대로 날아가지 않는 일이 생긴다. 이때 무엇을 잘못 계산했는지 어떤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는지 자연스럽게 따져보게 된다. 남을 탓하기 이전에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공자는 “군자는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고, 소인은 남에게서 원인을 찾는다(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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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글을 읽다 보면 ‘공자는 도대체 왜 활을 쐈던 것일까’라는 궁금증이 들지 모르겠다. 즉 활을 사냥이 아니라 수양으로 고려하고 있다면, 너무나 현실과 동떨어진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공자도 물론 활을 쏘면서 인격 수양만 한 게 아니다. 당연히 그도 활을 둘러메고 교외로 나가 사냥을 하곤 했다. 제자들의 관찰에 따르면 공자는 사냥할 때 좀 특이한 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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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선생님은 낚시를 해도 그물로 고기의 씨앗을 말리지 않고, 주살로 새를 사냥해도 둥지에 든 새를 겨누지 않았다(子釣而不網, 弋不射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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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새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하더라도 사냥의 한계 또는 규칙을 정해뒀던 것이다. 둥지에 들었다는 것은 알을 품었거나 새끼를 돌보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새를 잡고 싶은 욕망보다 약한 새의 입장을 먼저 고려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보면 공자는 공정한 경쟁만이 아니라 아름다운 경쟁을 벌였다고 할 수 있다.
[신정근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교수 / 일러스트 : 정윤정]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19호(13.08.07~08.13 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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