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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청부(淸富)의 이야기

淸潭 2017. 2. 10. 11:13

더불어 사는 청부(淸富)의 이야기

경기민요 <창부 타령>에 보면, “나물먹고 물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대장부 살림이 이만하면 족하다.”는 표현이 있다. 안빈

낙도(安貧樂道)의 청빈(淸貧)한 삶이 그려지고 있다. “정직하게,

깨끗하게, 그리고 즐겁게 살자!”는 정신이다. 자신의 나태함이나,

호화사치, 과욕, 무절제 등의 결과로서 나타난 가난함(濁貧)을

칭송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가난함에는 청빈과 탁빈이 있을 수 있듯이 부유함에도 청부(淸

富)와 탁부(濁富)가 있을 수 있다.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성경의 비유나

“옳지 못한 부귀는 뜬 구름과 같다.(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

雲)”는 공자의 일침은 모두 올바르지 못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자들을 비난하는 표현이다.

그러나 올바른 방법으로 정당하게 모은 재산으로 공동체의 이익

을 위하여 올바르게 사용한 부자들은 존중되어야 한다. 예를 들

어, 근세 문예부흥의 꽃을 피운 15세기 이태리의 메디치 가문이

나 일본의 파나소닉의 전신 마쓰시타 전기의 창업주 고노스케의

경우는 淸富의 좋은 사례일 것이다. 우리의 역사적 인물로는

조선 후기의 무역상인인 임상옥(1779~1855)과 12대 만석꾼 경주

최부자집이 있다.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財上平如水) 사람은 바르기가 저

울과 같다(人中直似衡)”고 말한 임상옥은 “장사란 이익을 남기

기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 사람이야 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이윤이며 신용은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자산이다.”라는 상도(商道)를 제시함으로써 청부의 참모습을 보

여주었다.

또한 우리의 귀감이 되는 400년 전통의 12대 만석꾼 경주 최부

자집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10년 초 KBS특별기획

<명가>에서 경주최씨 최진립 장군의 손자 최국선의 일대기가

소개된 바 있다. “재물은 거름(분뇨)과 같은 것이라서 쌓아두면

썩어 악취가 나지만 골고루 나눠주면 좋은 거름이 된다.”라고

말한 그의 말은 오늘을 사는 우리를 감동시키고도 남는다.

그는 풍년의 기쁨을 함께 누리면 흉년의 아픔 또한 이웃과 함께

감수하는 것이 부자의 도리라 믿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사방

100리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유명한 가훈이 생겼

다. 부자들에게 흉년은 재산불리기에 절호의 기회였다. 형편이

다급한 농민들은 굶어죽지 않기 위해 헐값에 농토를 내놓았다.

이렇게 사들인 논을 흔히 '죽빼미논', 또는 벼 한 섬으로 샀다고

해서 '한 섬 논'이라 불렀다. 적어도 조선시대에 진정한 선비, 진

정한 양반들은, “우리 모두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공동선의식

(共同善意識)이 있었다. 내가 잘 살려면 형제, 이웃사촌들이 다

잘 살아야 한다, 이런 논리가 경주 최 부자집의 논리라 볼 수 있다.

이처럼 부자의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정신이 우리에게도 있었

다. 이러한 정신이 살아나도록 하는 것이 소위 ‘재벌개혁’이니

경제민주화’인지는 분명하지는 않으나 이러한 문제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고 본다. 임상옥의 ‘상도’나 경주

최부자집의 청부의 ‘가훈’이 공교육에서 공동선의 최고 가치로

강조되는 인성교육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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