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故事成語

불식태산(不識泰山)

淸潭 2017. 1. 20. 11:36

불식태산(不識泰山)

[요약] (: 아닐 불. : 알 식. : 클 태. : 뫼 산)


태산을 모른다는 뜻으로, 인재를 알아볼 줄 모르는 것을 이르는 말.

[출전]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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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죽공예의 비조(鼻祖)로 불리는 태산(泰山)은 춘추시대 노()나라 사람이며, 세공(細工)으로 이름난 장인(匠人) 노반(魯班=公輸盤)의 제자이다.

태산은 처음에 목공 일을 열심히 배워 노반의 총애를 받았다. 하지만 얼마 후부터는 시간만 나면 근처의 대나무 숲에 들어가 오랫동안 나오지 않으면서 점점 목공예 배우는 것을 게을리하였다. 노반이 연말 시험으로 제자들에게 탁자를 만들게 했는데, 모두 잘 만들었으나 태산은 엉망이었다. 노반은 화가 나 태산을 쫓아내고 말았다.

10여 년 뒤 노반은 시장에서 아주 정밀하게 만들어진 대나무 가구를 발견하고 그것을 만든 사람을 찾았는데, 바로 실력이 부족하다고 자기가 쫓아낸 태산이었다. 태산은 노반에게 처음 기술을 배울 무렵부터 대나무의 여러 가지 특성에 주목하고 대나무 공예를 스스로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노반이 보통 나무로 만드는 것만 가르치자 혼자 대나무 숲에 들어가 스스로 기술을 터득하였던 것이다. 노반은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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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눈이 있어도 태산을 제대로 알지 못했구나(有眼不識泰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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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이야기는 민간에 널리 전해져 왔는데, 이것이 바로 성어 불식태산의 전고이며, ‘태산은 인명(人名)이라고 모든 공구서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출전과 원문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필자는 이에 의구심을 가지고 출전과 원문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자료들을 뒤지다가 눈이 있어도 태산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말의 태산은 인명이 아니다(有眼不識泰山中的泰山不是人名)라는 제목의 자료를 발견했다.(http://www.docin.com/p-7265990.html이 자료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으며, 필자 역시 이 주장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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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상에 보이는 태산은 모두 인명이 아니라 오악(五岳) 중의 동악(東岳)인 태산이다. 다음의 예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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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의 높고 큼이여. 노나라의 국경선이 이르는 곳이로다.(泰山巖巖, 魯邦所詹.)(시경(詩經))

태산과 같이 편안하다.(安如泰山.)(역림(易林))

태산에 오르니 천하가 작게 보인다.(登泰山以小天下.)(맹자(孟子))

태산을 옆에 끼고 북해를 건너다.(挾泰山以超北海.)(맹자)

혹은 태산보다 무겁고, 혹은 기러기 털보다 가볍다.(或重於泰山, 或輕於鴻毛.)(사마천(司馬遷) 보임소경서(報任少卿書))

태산과 같은 편안함.(泰山之安.)(삼국지(三國志))

나뭇잎 하나가 눈을 가리면 태산이 보이지 않는다.(一葉蔽目, 不見泰山.)(갈관자(鶡冠子))

태산북두(泰山北斗)(신당서(新唐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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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속담에 나오는 태산을 보아도 모두 인명이 아닌, 산 이름 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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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마음을 모으면 태산도 옮길 수 있다.(人心齊, 泰山移.)

열 사람의 열 쌍의 손으로 태산을 안고 갈 수 있다. 사람이 많으면 힘도 커진다.(十人十雙手, 抱着泰山走.)

태산을 다 먹고도 흙에게 감사하지 않는다. (은혜를 잊어버리다.)(嚼倒泰山不謝土.)

장강은 작은 물줄기를 거절하지 않고, 태산은 작은 흙을 가리지 않는다.(長江不拒細流, 泰山不擇細土.)

태산은 미세한 먼지도 거절하지 않고, 황하는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는다.(泰山不拒微塵, 黃河不擇細流.)

태산이 머리를 눌러도 허리를 굽히지 않는다.(泰山壓頂不彎腰.)

도리가 정당하면 태산도 엎을 수 있다.(理正泰山倒.)

소가죽은 부는 게 아니고, 태산은 쌓는 게 아니다.(牛皮不是吹的, 泰山不是堆的.)

태산은 쌓는 게 아니고, 사내대장부는 버티는 게 아니다.(泰山不是壘的, 好漢不是撑的.)

태산은 사람을 얽어매 자빠뜨리지 않지만, 소 말뚝은 사람을 얽어매 자빠뜨린다.(泰山絆不倒人, 牛橛子絆倒人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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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공구서에서 불식태산을 설명하면서 전고나 예로 든 문장은 다음과 같은데, 여기에 나오는 태산역시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산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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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문룡(九紋龍) 사진(史進)의 부친이 왕진(王進)에게 말했다.

사부께서 이처럼 고명한 것을 보니 분명 교관일 것입니다. 제가 눈이 있어도 태산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九紋龍史進的父親對王進說, 師父如此高强, 必是個敎頭, 小兒有眼不識泰山.)(() 시내암(施耐庵) 수호전전(水滸全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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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말로 눈이 있어도 태산을 알아보지 못했으니 그 죄는 만 번 죽어도 마땅합니다.(這是有眼不識泰山, 罪應萬死.)(() 능몽초(凌濛初) 이각박안경기(二刻拍案驚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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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집에 있을 때는 그 사람이 시나 사() 정도나 짓는 것으로 알았는데, 원래 이렇게 큰 학문을 가지고 있었다니 정말 눈이 있어도 태산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我在家時, 只知道他會做詩詞小品, 却原有這等大學問, 眞是有眼不識泰山.)(() 오견인(吳趼人) 이십년목도지괴현상(二十年目睹之怪現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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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자료에 의하면, 태산은 산 이름이지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불식태산의 직접적 전거나 전고가 되는 문헌은 다음의 문장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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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들어도 우레 소리 들리지 않고, 자세히 보아도 태산의 형상이 보이지 않는다.(靜聽不聞雷霆之聲, 熟視不睹泰山之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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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유령(劉伶)주덕송(酒德頌)에 나오는데, ‘熟視不睹泰山之形을 백화(白話)로 번역하자면 유안불식태산(有眼不識泰山)’, 눈이 있어도 태산을 알아보지 못한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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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 있는 사서나 공구서의 불식태산에 대한 주석을 보면 하나같이 태산이 산 이름이라고 설명하고 있지 인명이라고 주해를 단 것은 발견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태산이 사람 이름이라고 하는, 전혀 문헌 근거가 없는 민간의 전설이 이 성어의 출전 내지는 전고가 된 것은 아마도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많은 사람들에 의해 별 의심 없이 사실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일 것이다. 원래 신화나 전설의 가치는 그것의 사실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오랫동안 그것을 믿어 왔는가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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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전전(水滸全傳)충의수호전(忠義水滸傳)이라고도 하며, 일반적으로는 줄여서 수호(水滸)혹은 수호전(水滸傳)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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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례]

어릴 때 같은 동네에서 함께 살면서 내가 우습게 보고 구박하던 그 친구가 국무총리가 되다니. 정말로 나는 눈이 있어도 불식태산했구나.


이글은 고사성어대사전(저자김성일)에서 옮긴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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