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용봉산, 기기묘묘한 바위 경연장
(홍성=연합뉴스) 이창호 기자 = “서해의 지역이라 명산은 적고/ 기름진 넓은 들만 깔리었는데/ 뜻밖에도 본질을 탈바꿈하여/ 머리 빗고 몸 씻어 평지에 나와/ 뭇 봉우리 드높이 솟아오르니/ 가팔라 투박한 살 털어버렸네”
다산 정약용이 용봉산의 기암괴석을 보고, 그 아름다움에 감탄해‘용봉사에 들러’(過龍鳳寺)라는 시를 남겼다. 용의 몸집에 봉황의 머리를 닮았다는 데에서 이름이 유래한 용봉산(龍鳳山)은 해발 381m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산 전체가 화강편마암으로 이루어져 있어 산세가 수려하다. 옹골찬 산세와 풍경이 여느 명산에 못지않아‘작은 금강산’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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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이‘가팔라 투박한 살 털어버렸네’로 표현한 용봉산은 고려 시대에는 북산(北山), 조선 시대에는 팔봉산(八峰山)으로 불리었다. 일제 강점기에는 홍성 쪽은 용봉산으로, 예산 쪽은 수암산(210m)으로 바뀌었다. 이제 내포신도시의 진산인 용봉산은 사계절 절경이 뛰어나 일 년 내내 등산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용봉산을 오르는 길은 3코스로 구성됐다. 1코스(3.4㎞)는 용봉초등학교를 출발해 용바위를 거쳐 병풍바위로 내려오는 길로,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2코스(4.6㎞)는 구룡대 매표소를 출발해 원점회귀하는 용봉산 종주 코스로 3시간 30분 걸린다. 이번에 걸은 3코스(2.9㎞)는 산림휴양관을 출발해 최영 장군 활터를 거쳐 정상에 오른 뒤 노적봉과 악귀봉 능선을 따라 걷다가 용봉사로 내려오는 길이다. 용봉산 진면목을 탐하며 쉬엄쉬엄 걸어도 3시간이면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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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명산
용봉산 자연휴양림의 산림휴양관을 들머리로 해서 5분 정도 걸으면 야영장이 나온다. 야영장에서 곧바로 올라가면 염불골인데, 왼쪽으로 방향을 꺾어 최영 장군 활터 쪽으로 올라간다. 경사진 능선을 따라 오르다 보면 청딱따구리가 구멍을 파놓은 오동나무, 며느리밥풀꽃과 싸리꽃, 목을 길게 빼고 산 위로 힘겹게 올라가고 있는 자라바위와 벼랑에 위태롭게 서 있는 흔들바위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꽃구경과 바위 구경을 하며 암벽을 오르면 등산객들이 잠시 숨을 고르고 물 한 모금을 마시는 최영 장군 활터에 닿는다. 고려 말 권력의 정점에서 이성계와 각축을 벌였던 최영 장군이 소년 시절 활을 쏘며 무예를 연마하던 곳이다. 이곳에서 활을 쏘면 홍북면 노은리에 있는 최영 장군의 생가 마을 뒷산까지 화살이 날아가 봉우리에 앉아 있는 암탉을 맞혔다고 한다. 그래서 그 산을 ‘닭재산’이라고 부른다.
정상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200m 정도 올라가면 갈림길인데 정상까지는 지척이다. 오른쪽은 노적봉과 악귀봉이고, 왼쪽으로 가면 용봉산 정상에 도착한다. 용봉산의 크고 작은 봉우리에는 제각각 이름이 붙어 있으나 이곳에는 ‘龍鳳山 해발 381m’라는 표지석만 돌무더기에 세워져 있다. 용봉산 정상에서 굽어보면 투석봉과 백월산이 있고, 그 너머로 서해가 보인다. 동쪽으로는 충남도청이 들어선 내포신도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북쪽으로는 노적봉과 악귀봉, 수덕사가 있는 덕숭산이 보인다.
용봉산 최고봉 표지석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고 노적봉과 악귀봉으로 향한다. 조수연 숲 해설가는 “용의 몸통을 닮은 노적봉에서 악귀봉까지의 능선길은 전후좌우로 기암과 소나무가 멋진 풍경을 연출해 산행의 행복감을 더해준다”며 “용봉산은 돌산이지만 경사가 그리 심하지도 않고 곳곳에서 탁 트인 전망을 보여주는 명산”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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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바위로 뒤덮인 노적봉(350m)은 봉우리 전체가 볏단을 수북하게 쌓아놓은 듯하다. 노적봉에 걸터앉은 거대한 바위 절벽 틈에서 좌우로 누워 자라는 ‘옆으로 크는 소나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치 분재 예술품처럼 크기가 작고 굵기도 가늘다. 100여 년의 세월을 견디어 온 소나무의 생명력은 강인해 보인다. 노적봉에서 내려서는 험난한 바위 절벽 길옆에서는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촛대바위와 행운바위가 반긴다. 행운바위 상단에는 간절한 염원을 담은 조그마한 돌멩이들이 수북하다.
돌멩이를 준비하지 못해 행운바위에 돌 하나 얹지 못하고, 산봉 전체가 기암괴석의 집합체인 악귀봉(369m)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능선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 이어진다. 이따금 험난한 암릉 길과 마주하지만 계단과 덱이 설치돼 있어 산책하듯 악귀봉 낙조대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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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의 낙조가 일품인 낙조대는 용봉산 최고의 조망대다. 밑에서 올려다보면 넓은 화폭처럼 펼쳐졌다고 해서 붙여진 병풍바위, 늠름한 장군의 위상을 닮은 장군바위, 불룩 튀어나온 눈꺼풀과 등의 거칠거칠한 무늬까지 영락없이 두꺼비를 빼다 박은 두꺼비바위 등 자연이 빚은 걸작들이 여기저기 뿌려져 있다. 내포신도시와 예당평야의 시원스런 조망이 가슴을 후련하게 한다. 낙조대에서 악귀봉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을 가다 보면 물개바위, 삽살개바위 등 기기묘묘한 바위에 넋을 빼앗겨 발걸음이 더뎌진다. 악귀봉에서 오솔길을 400m 정도 걸으면 임간휴게소 삼거리다. 이곳에서 용봉사 쪽으로 200m쯤 내려가면 고려 초기에 만들어진 높이 4m의 신경리 마애여래입상(보물 제355호)이 반긴다. 높이 4m, 폭 1.4m 내외인 자연암석의 앞면을 파서 부조(浮彫)한 여래입상으로 얼굴은 몸에 비해 크고 풍만하다. 수인(手印)을 보면 다른 지역 불상과 달리 오른손을 쭉 펴서 다리에 붙이고 왼손은 굽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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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계단을 내려가면 고려 시대 승려 수가 1천여 명에 달했다는 용봉사가 병풍바위를 등지고 앉아 있다. 백제 말에 창건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용봉사는 조선 후기 평양 조씨의 가문에서 조상 묘를 만들면서 폐사시켰다고 전한다. 주민과 신도들이 본래의 위치에서 약간 동쪽 아래로 옮긴 용봉사에는 조선 숙종 때 제작된‘영산회괘불탱화’(보물 1262호)가 보관돼 있다. 괘불이란 절에서 큰 법회나 의식을 행하기 위해 법당 앞뜰에 걸어놓고 예불을 드리는 대형 불교 그림이다. 일주문으로 내려가면 799년에 만들어진 2.3m짜리 마애불(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11호)을 만난다.
산봉우리마다 기암을 이고 있는 돌산을 내려오는 길, 만산홍엽으로 뒤덮인 용봉산의 추경(秋景)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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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봉산 자연휴양림, 기암절벽 병풍 속에서 편안한 휴식
용봉산 기슭에 자리한 용봉산 자연휴양림은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숲 속에 있어 도시에서 지친 심신을 회복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내포신도시 충남도청에서 자동차로 5∼6분 거리에 있는 용봉산 자연휴양림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2층 규모의 아담한 산림전시관이다. 산림전시관은 홍성의 역사와 내포문화, 용봉산의 민속과 전설, 용봉산의 자연환경, 용봉산에서 자라는 소나무 특징, 소나무 활용과 효능, 체험코너 등으로 구성돼 용봉산에 오르기 전에 둘러보면 용봉산의 진면목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특히 용봉산에 서식하는 홍단딱정벌레, 벚나무사향하늘소, 홍다리노린재, 장수풍뎅이, 검정물방개, 단물땡땡이 등의 곤충 표본이 눈길을 끈다.
산림전시관 앞 인공폭포와 매표소를 지나 야트막한 언덕길을 오르면 산림휴양관이고, 산림휴양관 바로 위 산등성이에는 단독형 숙박 시설인‘숲속의 집’이 점점이 박혀 있다.
자연휴양림을 베이스캠프 삼아 용봉산과 홍주성, 남당항, 만해 한용운 생가와 백야 김좌진 장군 생가 등을 둘러볼 수 있다.
chang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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