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표
원두표 형제가 부친상을 당했는데 산지(山地)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형제는 명사(名師)를 불러 산 자리를 잘 써서 가세를 일으켜보자고 의논했다.
동생인 원두표가 꾀를 내어, 말 한 필을 빌려 도선 박선이를 찾아가 원주 판관댁에 상이 있어 모시러 왔다고 속이고, 말에 태워 진미 근처 숲으로 데려왔다.
원두표는 박선이의 상투를 묶어 나무에 매단 후에 형에게 풀어주라고 하였다. 형이 나중에 나타나 박선이를 얼른 풀어주었는데 박선이가 보니 상제의 복색이라 좋은 산 자리로 은혜를 갚으려고 생각했다.
박선이는 정승판서가 나올 자리가 있지만, 상주가 정승판서 될 용모가 아닌지라 망설이다가 은혜 갚을 생각에 그냥 그 자리를 정해주었다.
박선이가 장삿날 가보니 전날 자신을 나무에 매달았던 놈이 곡을 하며 상여를 따르고 있었는데, 바로 그 놈이 정승판서 될 놈인데, 사람을 여럿 죽인 후에야 정승이 될 것이었다.
후일 원두표가 강원도로 가는 도중에 허기를 견디지 못해 산신령에게 차려놓은 음식을 다 먹어치웠다. 마을 사람들은 후환이 두려워 모두 도망가고 이윽고 밤이 되었다.
귀신들이 원두표의 행실에 앙심을 품고 해치려 몰려오다가 그 용모를 보고 판서가 될 몸이라 두려워하며 모두 도망갔다.
어느 날은 원두표가 주막에서 목을 축이는데 좋은 안주를 청해도 주모가 푸대접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한 중놈이 오니 주모가 버선발로 쫓아가 맞이했는데, 그 중은 주막 앞을 지나던 행차 속의 색시를 보고 음탕한 말을 하니, 원두표가 참지 못하고 주모와 중놈을 때려죽이고 길을 떠났다.
이후로 원두표는 몇 사람을 더 죽였다고 하는데, 이후 광화문을 도끼로 부수고 (인조반정)들어가 정승이 되었다.
원두표[元斗杓; 1593 ~ 1664]
조선 중기의 문신. 인조반정 때 세운 공으로 정사공신 2등에 책록, 원평부원군이 되었고 형조참판, 호조판서, 좌참찬 등을 지냈다. 병조판서 때 대동법에 반대하였고 우의정을 거쳐 좌의정에 이르렀다.
난봉꾼
옛날에 한 난봉꾼이 있었는데, 하루는 난봉꾼이 여러 사람들과 명산 구경을 가게 되었다.
난봉꾼은 사람들에게 명산 구경을 잘 하려면 돌부처에게 과거에 잘못한 일을 빌어야 하는데 돌부처가 귀가 먹었으니 크게 말해야 한다고 속였다.
그런 후 돌부처 뒤에 숨어 사람들이 잘못을 비는 말을 모두 들었다.
한 여자는 어떤 사내와 인연을 맺은 잘못을 빌었고 한 남자는 소를 훔쳐 먹은 잘못을 비는 것이었다.
명산 구경을 다녀온 후 난봉꾼이 그 여자를 찾아가 쌀 다섯 말을 꿔 달라 하니 그 집 아낙이 빌려줄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자 그 여자가 돌부처에게 빈 것을 소문내겠다고 하자 아낙이 쌀을 그냥 가져가라고 하면 내주고 말았다.
소를 훔쳐 먹은 사내 또한 쌀 한 가마를 빼앗겼다.
얼마 후 동네 사람들과 함께 난봉꾼이 과거를 보러 가게 되었는데 먼저 출발한 사람들은 여관에서 머물고 난봉꾼 혼자 그 아랫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었다.
난봉꾼은 한밤중에 몰래 윗집(여관)에 올라가 그 집 딸을 덜컥 안았다.
딸이 놀라 소리를 지르자 부모가 놀라 달려왔고 난봉꾼은 서둘러 아랫집으로 도망쳤다. 주인 부부가 범인을 잡으러 분주할 때 난봉꾼이 시침을 뚝 떼고 여관에 들어갔다. 그리고 술에 취해 자고 있던 친구들을 깨워 남의 집 딸을 껴안은 잘못을 덮어씌웠다. 이 친구들이 억울함을 호소하자, 난봉꾼은 주인 부부에게 딸을 끌어안은 몸은 딸이 알 테니 이 친구들에게 한 번씩 껴안아 보게 하라고 하였다.
부부는 딸이 다치지 않은 것에 안심하며 이들에게 술값과 방값을 받지 않고 그냥 내보내버리고 말았다. 난봉꾼이 친구들과 함께 다시 길을 가는데 한 개울에서 빨래하는 아낙을 보게 되었다.
친구들이 난봉꾼에게 장난스럽게 묻기를 저 아낙의 속옷을 벗길 수 있겠느냐고 하였다. 난봉꾼이 친구들에게 할 수 있다고 자신하며 개울가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 여인에게
“당신은 오줌 누는 곳이 두 개라 잡아가러 왔다.”고 하니 그 아낙이 겁을 먹고 결국 속옷을 벗고 보여주고 말았다.
[네이버 지식백과] 난봉꾼 (문화콘텐츠닷컴 (문화원형백과 한국설화 인물유형), 2005., 한국콘텐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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