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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여승이 되는 것이 내가 원하던 것이오

淸潭 2016. 8. 28. 11:09

성종 때의 대신(1438~1498) 이륙(李陸) () 청파극담(靑坡劇談)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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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말하건대, ()씨 성을 가진 대상(大相)이 있었는데, 밤마다 매일 그의 부인이 잠든 틈을 타서, 살짝 몰래 종이 있는 곳에 갔다 오므로, 하루는 부인이 거짓 자는 척하고 코를 고니, 남편이 곧 몸을 빠져 나가는지라, 부인이 몰래 일어나 그 뒤를 따른즉 공이 한 종의 방에 들어가니,

종이 욕하기를,

절병(節餠) 같은 부인은 어디 두고 이런 누추한 종의 방에 왔습니까.” 하니, 공이 말하기를,

너로 나도 냉이 김치[山芥沈菜]를 담그면 어떻겠느냐?” 하고,

이윽고 나가 돌계단 위에 앉아서 볼기를 식힌 후에 부인이 있는 방에 들어와서는 말하기를,

아이고 배야, 변소에 오래 있었더니 볼기가 차가워졌네.” 하니,

부인이 말하기를,

이렇게 배가 아픈데, 어째서 산 겨자는 먹지 않소.” 하니, 공이 깜짝 놀라, “그만두오. 부인은 참 영()하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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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느 날 밤에, 비가 몹시 오고 번개가 치는데, 공이 다시 부인이 잠든 틈을 타서 부엌에 들어가 큰 표주박을 찾아 머리에 쓰고, 종의 방에 들어가거늘 부인이 알고 몰래 방망이를 들고, 문틈에서 기다렸다가 공이 문 안으로 들어오자, 부인이 방망이로 갑자기 그의 머리 위의 표주박을 치니, 공은 벼락이 또 치는 줄 알고 놀라 땅에 엎드려 오래 있다가, 들어와 부인에게 말하기를,

우리 집은 부자가 될 징조가 있으니 즐거운 일이다.” 하였다. 부인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하니, 공은

사람들 얘기에, ‘조그마한 벼락을 만나면 집안이 반드시 부자가 된다.’ 하였는데, 내가 마침 변소에 갔다가 조그마한 벼락을 맞았으니, 어찌 부자가 될 징조가 아니겠는가.” 하여, 부인이 웃자 공도 또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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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왼쪽 허리에 쇠 부싯돌을 차고, 오른 쪽에는 나무 부시를 찼었다. 맑은 날에는 쇠 부싯돌을 사용하여 불[]를 얻었고, 흐린 날에는 나무 부시를 사용하여 불을 취했던 것이다. 그러나 후세에는 비록 그 방법이 없어 허리에 차지는 않지만 불을 얻는 방법은 위와 같다.

그러니 쇠를 돌에 쳐서 불을 취하는 방법보다는 편리하지 못하다. 귀천을 막론하고 모두 사용하였으며, 행군(行軍)하는 데에 더욱 요긴하였으니, 그래서 부시[火金]라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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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륙(商陸= 자리공의 뿌리를 한방에서 이르는 말)은 일명(一名) 장류근(章柳根), 장륙(章陸)이라고도 하는데, 그 뿌리는 저주(詛呪?)라는 병의 치료에 효력이 있다.

집에 한 종놈이 있었는데, 여러 사람들과 벗을 삼아 평안도(平安道)에 오가곤 하더니, 일행 10여 명이 어떤 절에서 식사하고는 모두 저주병(?)을 앓게 되었다. 두 사람은 도중에 죽고, 남은 사람들은 자기 집으로 돌아가 연이어 앓다가 죽었다.

우리 집 종도 병에 걸리어 머지않아 죽게 되었다. 나는 위급하게 여겨 상륙 생 뿌리 한 줄기를 찧어 소주(燒酒)에 담가 두었다가 한두 숟가락을 먹였더니, 곧 기절하였다가 한참 후에 다시 살아났는데, 항문에서 붉은 빛의 점액이 흘러나왔다. 지팡이로 헤쳐 보니 조그마한 벌레가 나와 곧 날아가고 병은 나았다.

그런데 10일 후에 병이 재발했다. 나는 필시 남은 독이 모두 배출되지 않은 것이라 생각하고 다시 상륙을 먹이려 했지만, 환자는 거절하고 먹지 않고는 말하기를,

처음 먹을 때는 독이 없고 맛이 좋아 잘 넘어갔는데, 한참 있으니 천지(天地)가 빙빙 도는 것같이 어지럽다가 마침내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차라리 약을 먹지 않고 죽을지언정, 약을 먹고 구차하게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였다.

아마 약을 많이 먹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신수단[神授丹= 아감(牙疳)을 치료하는 처방임. 牙疳=열독(熱毒)이 위()에 몰려서 생긴 것으로 잇몸이 벌겋게 붓고 헐며 아픈 병증임)을 술을 타서 먹였더니, 붉은 점액 속에서 역시 조그만 벌레가 나왔고, 이 뒤로 병은 마침내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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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원(判院) 김효성(金孝誠)은 사랑하는 계집이 많았고, 부인도 질투가 대단히 심했다.

어느 날 공이 밖에서 들어오다가 부인 자리 곁에 검정 물을 들인 모시 한 필이 있는 것을 보고,

이 검은 베는 어디다 쓸 것인데 부인 자리 곁에 놓았소.” 하고 물으니,

부인은 정색(正色)하고,

당신이 여러 첩한테 빠져서 친 마누라를 원수같이 대하시므로, 저는 결연히 중이 될 마음을 먹고 이것을 물들여 왔습니다.” 하였다.

그러나 공은 웃으며,

내가 여색을 좋아하여 여기(女妓)여의(女醫)로부터 양가의 사람, 천한 사람, 코머리, 바느질하는 종 할 것 없이 얼굴이 곱기만 하면 꼭 사통하여 왔으나, 여승에 이르러서는 아직도 한 번도 가까이 해본 적이 없소. 그대가 여승이 되는 것이 내가 원하던 것이오.” 하니,

부인은 마침내 말 한마디 못하고 손으로 승복을 내동댕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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