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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쉬쉬’ 속에 세 개의 ‘말 말아요’가

淸潭 2016. 8. 24. 10:28

조선 성종 때의 문신. 학자(1439~1504). 성현(成俔) ()

용재총화(慵齋叢話) 5권에서


○ 어떤 중이 과부를 꾀어 장가들러 가는 날 저녁에 상좌가 속여 말하기를,

“가루 양념과 생콩을 물에 타서 마시면 매우 양기(陽氣)가 좋아집니다.” 하니, 중이 그 말을 믿고 그대로 하였다.

그런데 과부집에 갔더니, 배가 불러 간신히 기어서 들어가 휘장을 내리고 앉아 발로 항문을 괴고 꼼짝하지 못하였다. 조금 있다가 과부가 들어왔으나 중이 꿇어앉아서 움직이지 못하였다. 과부가 말하기를,

“어찌 이처럼 목우(木偶 나무로 만든 인형) 모양을 하고 있습니까.” 하며 손으로 잡아 끄니, 중이 땅에 엎어지면서 설사를 하여 구린내가 가득 찼으므로 과부는 매를 때려 내쫓았다.

밤중에 혼자 가다가 길을 잃었는데 흰 기운이 길을 가로질러 있었다. 중이 시냇물로 생각하고 옷을 걷어올리고 들어가니 가을 보리꽃이었으므로 중은 성이 났다. 또 흰 기운이 길을 가로질러 있는 것을 보고, “보리밭이 나를 속이더니 또 보리밭이 있구나.” 하고, 옷을 걷어올리지 않고 들어가니 그것은 물이었다.

중은 옷이 모두 젖은 채 다리 하나를 지나가는데 아낙네 두어 명이 시냇가에서 쌀을 일고 있었다. 중이, “시큼시큼하구나.” 하였는데, 대개 이 말은 오는 길에 낭패하고 수고함을 형용함이다. 아낙네들은 그 까닭을 모르고 모두 와서 길을 막으며,

“술 담글 쌀을 이는데 어찌 시큼시큼하다는 말을 해요.” 하고, 옷을 다 찢고 중을 때려 주었다. 해가 높이 뜨도록 얻어 먹지 못하고 중은 배가 고파 참을 수 없어서 마를 캐어 씹고 있으니, 갑작스레 웃고 외치는 소리가 났는데 그것은 수령의 행차였다.

중은 다리 밑에 엎드려 피하고 있으면서 가만히 생각하기를, “이 마가 매우 맛이 있으니 이것을 수령에게 바치면 밥을 얻을 수 있겠는데.” 하고, 수령이 다리에 이르자 중이 갑자기 나타나니 말이 놀라 수령이 땅에 떨어졌으므로 크게 노하여 매를 때리고 가버렸다.

중이 다리 옆에 누워 있었더니, 순찰관 두어 명이 다리를 지나가다가 보고,

“다리 옆에 죽은 중이 있으니 몽둥이질하는 연습을 하자.” 하고, 다투어 몽둥이를 가지고 연달아 매질하였다. 중은 무서워서 숨도 쉬지 못하다가 한 사람이 칼을 빼어 들고 다가오며 말하기를,

“죽은 중의 양근(陽根)이 약에 쓰일 것이니 잘라서 쓰자.” 하므로 크게 소리 지르며 달아나서 저물녘에야 절에 도착하니 문이 잠겨 들어갈 수가 없었다.

소리를 높여 상좌를 불러, “문 열어라.” 하니 상좌가,

“우리 스승은 과부집에 갔는데 너는 누구이기에 밤중에 왔느냐.” 하고, 나와 보지 않았다. 중이 개구멍으로 들어가니 상좌가,

“뉘 집 개냐. 간밤에 공양할 기름을 다 핥아 먹더니 이제 또 왔느냐.” 하고, 몽둥이로 때렸다. 지금도 낭패하여 고생한 사람을, “물 건넌 중”[渡水僧]이라고 한다.


○ 옛날에 어떤 선비가 사위를 맞이하였는데, 그 사위는 매우 어리석은 숙맥이었다. 사흘 동안 신부와 함께 앉았더니 소반 위에 있는 송편을 가리키며, “이것이 무엇인고.” 하므로 신부가, “쉬쉬[休休]” 하였다. 또 사위가 떡을 쪼개니 그 속에 잣이 들어 있었다. “이것은 또 무엇인고.” 하고 물으니, 신부가 또, “말 말아요[莫說].” 하였다.


사위가 그의 집에 돌아가니 부모가, “무엇을 먹었느냐.” 물었더니, 그는, “한 ‘쉬쉬’ 속에 세 개의 ‘말 말아요’가 있었습니다.” 하였다. 신부집에서는 근심과 후회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느 날 처가에서 50휘[斛]들이나 되는 노목(盧木) 궤짝을 사서 서로 약속하기를, “사위가 만약 이것을 알면 내쫓지 않으리라.” 하였다.

그래서 신부가 밤새도록 가르쳐 주었더니, 이튿날 장인이 사위를 불러내 보이자 사위가 몽둥이로 그것을 두드리며 말하기를, “노목 궤짝이 50휘들이나 되겠습니다.” 하니, 장인이 매우 기뻐하였다. 또 나무통을 사서 보이니 그는 몽둥이로 두드리며, “노목통이 50휘들이나 되겠습니다.” 하였으며, 또 장인이 방광염[腎膀]을 앓으므로 사위가 병문안을 갔다. 장인이 나와서 보니 역시 몽둥이로 장인을 두드리며,

“노목 방광이 50휘들이나 되겠습니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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