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현각 스님은 지난해 12월 계룡산 무상사에서 엄수된 대진당 무심 스님 다비에서 무심 스님의 법구를 이운하며 누구보다 크게 슬퍼했다 (불교닷컴 자료사진) |
하버드대 출신 출가자, '푸른 눈의 수행자'로 널리 알려진 현각 스님(독일 불이선원 선원장)이 한국불교(대한불교조계종)와 인연을 끊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불교 선지식 송담 스님의 탈종이 조계종에 경종을 울렸다면 현각 스님의 선언은 한국불교에 조종을 울린 것과 같다.
조계종은 외국승려 장식으로 여겨
현각 스님은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글을 올렸다. 스님은 서툰 한글로 '서울대 왔던 외국인 교수들, 줄줄이 떠난다'는 기사를 인용하며 "이들의 심정을 100% 이해하고 동감한다"고 했다. 스님은 "지난 25년간 (조계종 승려로 살아보니) 외국인스님들은 조계종의 장식에 지나지 않았다. 참 슬픈 현상이다"고 했다. 이어 "한국불교를 떠나겠다. 환속 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인들이 참다운 화두선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숭산 스님처럼) 유럽 등에서 활동하겠다”고 했다.
선방이 기복, 돈 밝히는 곳으로 바뀌어
스님은 그동안 한국불교의 유교적 관습, 차별, 신도무시, 기복에 치우친 신행 등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SNS에 올린 글에서도 이 같은 지적은 그대로였다. 그러면서 스님은 은사 숭산 스님이 세운 화계사 국제선원 해체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올해 초 화계사 외국인행자교육원은 설립 5년 만에 문을 닫았다. 스님은 "한국 선불교를 전세계에 알렸던, 누구나 자기 성품을 볼 수 있는 곳을 기복종교로 바꿔 버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복=돈"이라고 했다. "숭산 정신을 죽인 송설정 등은 대단하다"고 했다. '교양 없는 이들' 때문에 사요나라
스님은 "숭산 스님이 45년 전 한국불교를 위해 새 문을 열었다. 나를 비롯해 100여 외국인 출가자들이 (숭산 스님이 연) 그 대문으로 (한국불교에) 들어왔다"고 했다. "(불교는) 참 넓고 현대인들에게 딱 맞는 정신이었다. 지금 그 문은 계룡산 숭산선원에서만 볼 수 있다"고 했다. 스님은 "'교양 없는 이들'이 그 문을 자꾸자꾸 좁게 만들었다. 지난 2∼3년간 7∼9명 외국인 승려들이 환속했다. 나도 요즘은 유럽에 있는 내 상좌들에게 조계종 출가 생활을 절대로 권하지 못한다"고 했다. 스님이 말한 '교양 없는 이'들은 조계종 스님들로 짐작된다. 스님은 "나는 요즘 상좌들을 일본 선방으로 보낸다. 갔다가 실망해서 돌아오는 애들이 많다"고 했다. 한국불교 세계에서 수준 최저
현각 스님은 현재 그리스에 머물고 있다. 스님은 "다음달 중순 마지막으로 한국을 공식 방문한다"고 했다. 스님은 한국 방문 때 서울 화계사를 찾아 숭산 스님 부도탑에 참배하고, 소백산 행사 참석 뒤 한국불교를 떠날 준비를 하겠다고 했다. "조선시대에만 머물고 싶어하는 조계종의 장애 정신과 사요나라(안녕)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바른불교 상임대표 우희종 교수(서울대)는 SNS에서 "현각 스님과는 그동안 주로 이메일로 주고 받았다. 스님이 이렇게 커밍 아웃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우 교수는 "현각 스님은 '한국불교는 세계불교 가운데 최저 수준'이라고 내게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승려들에게 이런 발언이 효과 없겠지만 이토록 중 귀에 경읽기가 불가능에 가까울 줄은 몰랐다"고 했다.
한편, 스님의 '한국불교를 떠나겠다'는 소식을 보도하면서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일간지들은 주요 톱기사로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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