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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미안해

淸潭 2016. 5. 9. 11:49

-엄마,미안해...

그것은 까마득한 옛날
엄마는 젊고 아름다웠지요
열 아홉에 낳은 첫 딸은 엄마를 계모로 생각했습니다
딸을 지극히 사랑하시는 아버지는 어린 딸이 봐도 나이가 많았고
영화배우 윤정희를 그대로 빼박은 엄마는 너무 젊고
너무 예뻤습니다
시장 사람들도 엄마가 후처라고 했고 저는 아빠가 데려온 딸이라는 소리를 가끔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아버지는 오로지 저뿐이었고
엄마는 오로지 병약한 남동생 뿐이었습니다
너무나 허약했던 남동생을 아버지는 사람안될 자식이라고 외면했고
엄마는 그 아들을 살리기 위해 온 목숨을 다했습니다
엄마의 따뜻한 손길를 느껴본 적이 거의 없었고
또 필요로 하지도 않았습니다
무엇이든지 아버지가 다 해주셨으니까요

그러니 제가 엄마를 계모라고 생각하며
엄마보다 더 차겁게 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지요
아버지는 친엄마라면서 엄마가 저를 낳을 때 얼마나 고생했는가를 여러번 말씀해 주셨으나
믿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의 무슨 말씀이든지 다 믿었으나 그 말만은 거짓부렁이라고 당돌하게 마음에 품었었지요
왜냐하면 엄마는 아버지와 저의 다정한 사이를 많이 질투했고 때로 걸죽한 전라도 사투리로 심한 지청구를 했으니까요
세월이 흘러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엄마와 저는 거의 왕래를 하지않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이름있는 날에만 겨우 보는 사이.
저는 그것으로 족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명절날
우리 네 모녀가 모이고 술자리가 벌어지면서 옛이야기로 꽃을 피우게 되었지요
두 여동생이 이야기를 많이 했고 엄마는 왠지 술을 과하게 드시는듯 했습니다
이야기는 자연히 아버지와의 추억담으로 흐르는데 갑자기 엄마가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야 이 ㄴ아
내가 너를 낳았다 아직도 못믿나?
아직도 내가 니 계모가?
이 ㄴ아
니 ㄴ을 가졌을 때 니 아배가 애 가짓다고 을매나 많이 맥있는지 니를 4키로로 낳았다
그 병원 생긴후로 젤로 크게 낳은 아라 카더라
니를 낳고 피를 너무 많이 쏟아 죽을뻔했고 두 달 동안 병원에 있었다
니 아배는 알라만 쏙 데불고 나가서 병원에 잘오도 안했고 내는 두 달 동안 니 얼굴도 함 못봤다
퇴원하고 집에 가니 내가 낳은 알라는 없고 커다란 남의 애가 있더라
하얀 공주옷같은 것을 입히놓고 그 비싼 모리나가 분유는 산 처럼 쌓아놓고 니 아배는 니 ㄴ하나만 좋아서 정신을 못채리고 있더라
두 달된 알라가 돌지난 아보다 더 크고
을매나 이쁜지 나는 참말로 내 아 아닝줄 알았다

퇴원하고 바로 알라를 또 가짓는데 니 아배는 신경도 안쓰고 내는 을매나 입덧이 심한지 열 달 내내 죽는줄 알았다
안그래도 니가 낯설었는데 그 지경이 되어갖고
내가 우째 니를 살갑게 할수 있었겠노?
또 니 아배는 지 손에서 니를 떼놓지를 안했다
니를 한 번도 업어주지도 몬하게 했다
아 자빠뜨린다고
니를 좀 안을라카믄 난리가 났다
머스매를 낳았는데 니하고는 달리 달도 못채운 아맨치로 쪼끄맣고 새까맿다
니 아배는 사람 안된다고 치다보지도 안카더라
내는 아들은 살리야했고 장사도 해야했고
니한테 마음 쓸 수가 없었다
그라고 니도 내한테 한 번도 엄마라고 제대로 부르지도 안했다
지 아배는 아빠야라고 하면서 내한테는 정색을 하고 어머니라고 불렀다

을매나 그 소리가 싫었는중 아나?
와 엄마라고 안부르냐고 계모아니라고 하면서
때린 적이 있는데 9살밖에 안된 어린 것이 눈물 한방울
안흘리고 입을 꼭 다물고 무릎 꿇고 앉아서 그 매를 다 맞더라
내가 기함해서 울면서 때렸는데 절대로 입을 안열더라
그 때 니 아배가 들어왔는데
세상에 니가 어쨌는동 아나?
벌떡 일어나다가 다리가 저렸는지 그대로 엎어지면서
아배를 부르며 울음을 터트리다가 그대로 기절해뿌더라

내는 그 날 쫒기났다
맨 발로 쫒기나서 시장 친구네 집에 들어가서 벌벌 떨었다
니 아배가 니를 안고 강남의원으로 달리는 것을 보고 온 시장이 난리가 났제
점방이고 집이고 보이면 직이삔다고 니 아배가 그래놔서 무서바서 들어가지도 몬하고 그래도
내는 니 걱정이 되서 병원에 니 아배가 없을 때 몰래 갔다
이틀 동안 열이 심하고 놀래서 경기도 했지만
이제 괘안타고 의사가 말했제
그 병원에 딱 하나 있는 침대있는 독실에 니가 있었는데 내가 들어가니까
세상에...
우짜면 어린애가 그렇게 차거운 눈으로 치다볼수 있겠노?
괘안냐고 그냥 엄마라고 하지
그랬으믄 이래 안될을낀데 내가 손을 잡을려고 하니까 니는 뭐랬는줄 아나?

계모니까 때렸지요
내가 죽었으면 하고 때렸잖아요?

우째 그래 찬 목소리를 아가 할수 있겠노?
뼈가 다 시리더라
야 이 ㄴ아
아직도 니는 낼로 계모라고 생각하제?
이 ㄴ아 내가 닐로 낳았다
열 아홉 어린 나이에 니를 낳았단 말이다...

엄마의 울음소리가
그 폐부를 찌르는 울음소리를 죽을 때 까지 잊지 못합니다
계모가 아닌 것을 이미 오래전에 알고 있었건만
그 때까지도 저는 한 번도 엄마라고 부르지 않았습니다
목소리까지 냉정하게 항상 어머니...
그 한이 그렇게도 엄마의 심중에 박혀있는 것을 몰랐습니다
어린 나이에 첫 딸을 낳아 사랑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엄마
그 엄마의 심중을 지금이라고 제대로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엄마...너무나 미안해
계모라고 해서 미안해
정말 미안해 .
울 엄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