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서예실

먹가는 요령, 벼루관리

淸潭 2016. 3. 15. 11:35

먹가는 요령, 벼루관리

 

발묵소고에서 말한 내용과 일부 같은 내용이 될지 모르겠지만

붓글씨에 처음 입문하여 배우시는 분들에게 참고가 될 거 같아서 올립니다.

먹가는 요령부터 말하기 전에 벼루관리에 대하여 말하고자 합니다.

 

벼루의 종류도 무척 많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간의 여유가 없어 파는 먹물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먹물을 사용하거나 먹을 갈아 사용하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벼루에 담은 먹물을 다 쓰고 난뒤에 연습한 화선지로 벼루를 닦는다고 하더라도

먹물의 찌거기가 벼루 모서리에 남아 있게 마련입니다. 조금씩 찌거기가 벼루에

남기 시작하면 벼루 모서리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먹찌거기를 보실 수 있지요.

이럴 때에는 벼루에 물을 가득 담은 다음 2~3시간정도 지난후에 넓은

1자 도라이버같은 연장을 사용하여 긁어주면 벼루 구석에 붙은 먹 찌거기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찌거기를 제거한 후에 수세미를 사용하여 닦아 주는데요

수세미는 철로된 수세미도 좋고 철이 밖혀있는 수세미가 좋습니다.

이 수세미로 먹을 가는 면적에 대각선으로 힘껏 문질러 주게 되면

벼루면에 붙어있는 먹이 깨끗하게 닦이게 되어 나중에 먹을 갈게 되더라도

먹이 잘 갈리게 됩니다. 벼루에 먹을 가는 것을 잘 생각해 보면

먹의 입자가 아주 고운데요. 벼루에 먹만 갈리는 것이 아닙니다.

눈으로 확인 할 수는 없지만 먹만 갈리는 것이 아니라 벼루돌도

함께 갈린다고 보면 맞습니다.

오래 사용한 벼루면이 가운데가 옴폭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요.

이렇게 먹을 다 갈고 나면 먹물에는 먹의 입자와 벼루돌가루가 섞여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럴 땐 갈자마자 바로 쓰기 보다는 벼루 뚜껑을 덮고 반나절정도

지난 후에 먹물 흡입기를 이용하거나 다른 깨끗한 벼루에 먹물을 담고 벼루에

남아있는 찌거기는 아깝다 생각마시고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이렇게 쓰게 되면 순수한 먹물로만 쓸 수 있습니다. 만일 벼루 모서리에

붙어있는 먹 찌거기와 갈은 먹물이 섞이게 되면 순수한 먹물이 아니라

먹 찌거기와 혼합된 먹물로 글씨를 쓰게 되니 붓에도 먹찌거기가

달라 붙어서 깨끗한 먹물로 쓸 때 보다는 아무래도 차이게 있게 마련입니다.

벼루에에 먹을 갈을 때엔 먹을 잘 잡고 갈되 수직으로 잘 세워 갈아야 합니다.

그래야 먹 끝이 기울어지지 않고 반듯하게 끝까지 잘 갈아 쓸 수 있습니다.

짧은 먹은 먹집게를 사용하여 갈면 됩니다.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먹을 벼루에 무조건 많이 간다고 해서 능사는 아닙니다.

물의 양에 따라 먹이 닳는 양이 있게 마련입니다. 오랜시간 먹을 갈아본

경험이 있다면 얼만큼 먹이 닳으면 발묵이 잘 되는지 알수 있지요

좋은 발묵은 글씨를 쓸 때 비백이 생기지 않고 윤기가 흐르며

글씨가 부드럽고 탄력있습니다.

만약 먹이 너무 진하게 갈렸다면 차가운 물보다는 뜨거운물을 조금씩 섞어 쓰면

진한 먹물이 풀어져서 잘 쓸 수는 있겠지만 처음부터 잘 갈아 쓴 먹물하고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좋지 않은 먹물로 작품을 했을 경우엔 배접하면 먹물이 화선지에 퍼지게 되어

작품을 망치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다시 먹을 가는 것으로 돌아가 생각하면 먹이 갈린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벼루면이 거칠면 먹이 빨리 갈리게 되어 먹물의 입자가 거칠게 되니

좋은 먹물을 얻을 수 없습니다. 반대로 벼루 관리가 잘 안되거나 벼루면이

너무 매끄러우면 몇시간 힘들게 먹을 갈아도 먹이 잘 갈리지 않는다면

글씨 쓰기가 무척 힘들겠지요.

이럴 땐 전에 말한 요령으로 철 수세미로 벼루면을 좌우 대각선으로

조금 세게 벼루에 물이 있는 상태로 문질러 주면 벼루면이 조금 거칠어 지겠지요

이렇게 한후에 먹을 갈면 아주 잘 갈리게 됩니다.

 

요즘이야 컴퓨터와 핸드폰 시대이니 펜글씨 조차 잘 쓰지 않지만

옛날에 펜도 없이 붓으로만 사용했던 시절에 선비는 아침에 일어나 세면을 하듯이

벼루도 깨끗이 닦아 사용했다고 합니다.

벼루에 담겨있는 먹물도 깨끗한 먹물로 글씨를 써야 좋은

글씨를 쓸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오늘 하루 글씨를 쓰려고 생각했다면 벼루는 깨끗한지 마음을 가다듬고

먹을 잘 갈아 글씨를 쓰면 이또한 삶의 여유를 찾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을미년 여름

 

중재 신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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