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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서양인은 비만 한국인은 췌장이 문제

淸潭 2015. 11. 26. 10:35

당뇨병, 서양인은 비만 한국인은 췌장이 문제

서울대병원, 한국인 4106명 관찰인슐린 기능보다 분비능력에 달려

 

중앙일보 | 황수연 | 입력 2015.11.26. 02:09 | 수정 2015.11.26. 10:21

경기도 안성에 거주하는 김모씨(50·여)는 지난해 직장 건강검진에서 당뇨병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듣고 대형병원을 찾았다. 키 1m55㎝에 몸무게는 49㎏으로 비만은 아니다. 초기 검사에서 혈당 수치를 떨어뜨리는 인슐린 기능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잘 안 되는 데 있었다. 담당 의사는 “췌장의 인슐린 분비 능력이 정상인보다 40%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당뇨병 발병 원인은 김씨처럼 췌장의 인슐린 분비 능력 저하에 있다는 사실이 박경수 서울대병원 교수팀(내과)의 연구결과 밝혀졌다. 연구팀은 2001~2012년까지 성인 4106명을 추적 관찰했다.

 우리 몸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란 호르몬을 통해 음식으로 섭취한 포도당을 에너지로 저장한다. 세포에 공급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몸이 인슐린의 자극에 둔감해져 제 기능을 못하거나 췌장이 인슐린을 제대로 분비하지 못하면 당뇨병으로 이어진다. 당뇨병이 생기면 포도당이 몸 안에 저장되지 못하고 혈액에 있다 소변으로 빠져나온다. 갈증이 나 물을 자주 많이 마시고 소변을 자주 보며 살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연구팀은 2년마다 대상자들을 나눠 인슐린 분비능력과 감수성 변화를 분석했다. 인슐린 감수성이란 일정량의 인슐린이 분비되었을 때 혈당이 떨어지는 정도를 말한다. 혈당이 떨어지는 정도가 얼마 안 되면 감수성이 낮다고 한다.

 정상 집단과 당뇨병 발병 집단을 가른 건 췌장의 인슐린 분비 능력 차이였다. 두 집단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인슐린 감수성 수치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나 정상 집단에선 인슐린 기능이 떨어지는 만큼 췌장에서 인슐린을 더 분비해 정상 혈당을 유지했다. 반면 당뇨병 발병 집단에선 인슐린이 제 역할을 못해도 췌장의 분비 능력은 증가하지 않았다.

 박 교수는 “정상 혈당을 보인 집단은 인슐린 감수성이 줄어든 대신 분비능력이 70% 늘었다. 반면 당뇨병 발생 환자 집단은 처음부터 인슐린 분비능력이 정상 집단보다 38% 낮았을 뿐 아니라 감수성이 떨어져도 분비능력에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통상 비만이 많은 서양 당뇨병 환자는 체내 지방에서 분비하는 물질 때문에 인슐린 기능에 문제가 생겨 혈액 속의 포도당이 몸에 흡수되지 않는다. 박 교수는 “한국인의 경우 인슐린 분비 능력을 개선하는 쪽으로 당뇨병 발병 위험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슐린 분비 능력 저하의 원인과 이를 높이는 방법은 연구가 더 진행돼야 한다. 이 방법을 찾는 것이 한국인 당뇨병 예방이나 치료에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최근 당뇨병 환자는 3년간 꾸준히 늘면서 지난해 240만 명을 넘어섰다. 이번 연구 결과는 란셋 당뇨병, 내분비학(Lancet Diabetes&Endocrinology)에 실렸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