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와 충주 꼼바리(膏)
세상에서는 속칭 인색한 사람을 '고(膏)'라고 한다. 충청도 충주(忠州)에는 널리 인색한 사람으로 소문이 난 꼼바리 한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청주 지방을 대표하는 꼼바리 한 사람이 더욱더 인색하게 되기 위해, 그 기술을 한 수 배우려고 마음먹고 찾아가기로 했다.
곧 청주 꼼바리는 소와 개와 닭 등 가축을 각각 1마리씩 가지고 충주로 찾아갔다. 충주 꼼바리 집 대문에서, 종이에 이름을 써서 종을 시켜 안으로 들여보내니, 안에서 들어오라는 전갈이 왔다. 그래서 인사를 나누니, 충주 꼼바리가 물었다.
"우리 집에 오면서 소와 개, 그리고 닭은 무엇 때문에 가지고 왔소? 혹시 나에게 선물하려는 것은 아닐 테고."
이렇게 물으니, 청주 꼼바리가 대답했다.
“소는 무엇이든지 있으면 싣고 가기 위해 몰고 왔고, 개는 내가 대변을 보게 되면 그것을 먹고 가게 하기 위해 데리고 온 것이며, 닭은 어디에든지 흩어져 있는 곡식 낟알을 주어 먹고 가게 하려는 것입니다.”
하고 설명했다. 얘기를 듣고 있던 충주 꼼바리는,
“얘기를 듣고 보니, 그만한 정도로 철저하게 인색한 행동을 한다면 나한테서 더 배울 것이 없으니 그냥 돌아가시오.”
하고 말했다. 그러고는 더 이상 상대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청주 꼼바리가 돌아가겠다고 인사하고는,
“조금 전 제가 집에 들어오려고 할 때, 대문간에서 제가 왔다는 사실을 적어서 올린 그 종이를 돌려주시오. 가지고 가야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옛날에는 남의 집을 방문할 때, 대문간에서 자기의 이름과 사는 곳 등을 종이에 적어서, 대문 지키는 문지기 종에게 주면, 종은 이것을 주인에게 갖다 보여드리고 주인의 승낙을 받은 다음, 손님을 안으로 들어오게 안내했다. 그래서 들어올 때 드린 그 메모 쪽지 종이를 도로 받아 가지고 가야 하겠다는 인색한 행동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충주 꼼바리는 앞서 이 종이 쪽지를 받아보고는, 곧장 그 종이로 뚫어진 문구멍을 발라 놓았었다. 그것을 청주 꼼바리가 자기 종이라고 달라고 하니, 주지 않을 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문구멍에 붙여 놓았던 그 종이를 다시 떼어 주었다.
이렇게 하여 청주 꼼바리는 그 종이쪽지를 받아 가지고 한 수 배우지도 못하고 돌아가는데, 중간쯤 오니 뒤에서 누가 말을 타고 급히 달려오면서 크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청주 꼼바리는 누가 부르는가 하고 멈추고 있으니, 바로 조금 전에 만났던 충주 꼼바리 집의 종이었다.
달려온 사람은 숨을 몰아쉬면서 말했다.
“우리 주인어른 말씀이, 조금 전에 문을 발랐다가 떼어 준 그 종이쪽지에는 우리 집 풀이 묻어 있으니, 종이는 가지고 가시되 거기 묻은 풀은 모두 긁어 주고 가셔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묻은 풀을 긁을 수 있게 종이를 이리 내주십시오.”
했다. 이 말을 들은 청주 꼼바리는 기뻐하면서,
“확실히 나보다는 단 수가 높다. 이제야 한 수 배웠구먼.”
라고 말하고, 종이를 내주면서 말라붙은 풀을 긁어 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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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룡의 한국인 이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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