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0년(명종 10)에 창건된 만어사(萬魚寺)의 옛터에 관한 설화. ≪삼국유사≫ 권3 탑상편(塔像篇) 제4 어산불영조에 수록되어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만어산은 자성산(慈成山) 또는 아야사산(阿耶斯山)이라고도 하였으며, 그 이웃에는 아라국(阿羅國)이라는 나라가 있어 옛날 하늘로부터 알이 해변으로 내려와 사람이 되어 다스리니 이가 수로왕이다.
이 당시에 나라 안에 옥지(玉池)라는 연못이 있고 못 속에는 악독한 용이 살았다. 만어산에는 다섯 명의 나찰녀(羅刹女 : 불교에서 말하는 사람을 잡아먹는 귀신)가 있어 서로 왕래하고 교접하기 때문에 때때로 번개가 치고 비가 내려 4년 동안이나 오곡이 잘되지 않았다.
왕이 주문으로 금할 수 없어 머리를 조아리고 부처에게 설법을 청하였더니, 그 뒤 나찰녀들이 오계(五戒)를 받고 나서 폐해가 없어졌기 때문에 동해의 어룡들이 마침내 이 고을 속에 가득 찬 돌로 변하여 제각기 종소리를 내었다.
이 설화는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때보다 3세기 이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금관성파사석탑(金官城婆娑石塔)이야기에서도 이 탑을 허황후(許皇后)가 올 때 배에 싣고 왔으나 금관국(金官國)에 아직 불법이 없어서 받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아도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먼 훨씬 후대에 형성된 이야기라 할 것이다.
이 설화는 일연(一然)이 뒤에 첨부한 설명에서 지적한 대로 불경에 나오는 북천축가라국불영(北天竺訶羅國佛影)의 이야기에서 옮겨 온 것이다.
고려의 승려 보림(寶林)이 북천축 가라국 이야기와 부합되는 만어사의 몇 가지 사실을 세 가지로 요약하여 왕에게 아뢰었다는 내용을 보면, ① 여기에 옥지와 독룡의 이야기가 있고, ② 강변에서 구름이 나와 산정에 이르면 음악 소리가 들리고, ③ 반석이 있고 물이 항상 괴어 있으며, 이곳이 부처의 가사를 세탁하던 곳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연 자신도 직접 답사해 본 결과 두 가지 부합점을 발견하였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로 북천축의 가라국에 나오는 지역과 유사한 점이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 설화는 불교가 전래되고 불경을 깊이 이해한 뒤 이 지방과 부합하는 점을 발견한 이후에 설화가 형성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수로왕을 부처와 연관시키고 부처의 도움을 청하였다는 점은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첫째, 불교의 도움에 의하여 나라가 다스려진다는 불국일체사상(佛國一切思想)의 표현으로 볼 수도 있고, 둘째 불교설화가 건국설화를 밀어내는 과정을 보여 주는 자료로 볼 수도 있다.
전자의 견해로 볼 경우 이 설화는 불경과 부합되는 지역을 발견하여 우리 나라에 구성하여 불심을 고취해 보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고, 후자의 견해로 볼 경우는 가락국의 수로왕이 어쩔 도리가 없어 고민하던 일을 부처가 해결해 주었다고 하여 부처의 우위를 입증하고자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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