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이 좋아져서 멀리 있어도 얼굴을 다 볼 수 있다며 위안을 삼지만, 1분도 채 되기 전에 끝나버린 통화는 못내 아쉽다. 이번 명절에도 아들 내외와 손녀딸을 만날 수 없다는 통보에 가까운 현실은 더욱 아쉽다. 이씨의 스마트폰에는 손녀딸과 함께 찍은 사진이 배경화면으로 돼 있다. 그게 벌써 2년 전이다. 작년 추석, 지난 설에 이어 이번에도 안 온다니 못내 야속하다. 그 말을 손녀딸에게 떠민 아들과 며느리가 괘씸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내 ‘바쁘니까 그렇겠지 뭐…’라며 받아들인다. 새내기 직장인 강모(28)씨는 추석 연휴기간 동안 태국 휴양지로 여행을 떠날 생각에 즐겁다. 신입사원 신분으로 휴일은 물론 휴가조차 제대로 보낼 수 없었던 지난 6개월간의 고통(?)을 보상받기로 작심이라도 한 듯, 진작부터 명절 연휴에 맞춰 여행을 준비했다. 강씨에게 이번 추석은 휴식을 통한 힐링과 재충전의 시간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명절이 달라졌다. 대가족보다 핵가족이, 그보다는 개인이 더 우선시되는 모양새다.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명절은 그저 연휴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과거 명절은 흩어진 가족들이 반드시 다 모인다는 전통적이고 정서적인 합의가 실현되는 시간이었다. 명절에 개인 행동?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납득할 만한 이유만 있다면 열외가 가능해졌다. 명절 가족 모임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돼 버렸고, 이렇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점차 밀려났다. 이젠 더 이상 명절 연휴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향해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구세대와 신세대 간의 명절에 대한 인식과 감성적 거리가 그만큼 멀어진 시대다. 여기에 취업·결혼·출산 등 인륜을 뒷받침하고 구성하는 기본을 포기해야 하는 청년층에게, 명절과 가족의 의미는 예전 같을 수 없다. 서글픈 세태다. 하지만 잠깐만 돌아보면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잃어버린 가족이 그리워 속으로 눈물을 삼키는 이들도 있다. 사할린 동포를 비롯한 강제 이주동포들이 그렇고, 로또 당첨에 버금가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이벤트에 목을 매는 실향민이 그렇다. 이들은 가족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너무 당연하게 소홀히 여기는 우리 시대의 메마른 감성이 낯설 것이다.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며 잠시 낡은 서랍 속에 넣어 둔 가족의 소중함과 고향의 의미, 이번 추석에 꺼내보는 것은 어떨까. /황성규기자 · 일러스트/박성현기자 <저작권자 ⓒ 경인일보 (http://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상업적 게시판 등)] ▒☞[출처] 경인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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