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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아 한글 1.0 갖고 계신 분~” 포상금 걸고 찾기 나서

淸潭 2015. 1. 21. 19:03

“아래아 한글 1.0 갖고 계신 분~” 포상금 걸고 찾기 나서

김윤종기자

 

입력 2015-01-21 03:00:00 수정 2015-01-21 14:48:43

1989년 발매된 워드用 프로그램 2013년 등록문화재로 지정
한글박물관, 시중서 못구해 ‘수배’


“오! 마이 프레셔스(Oh! my precious).”

국립한글박물관 박재상 학예연구사가 오랫동안 그토록 찾아다니던 ‘그 물건’을 손에 쥐었다. 식은땀이 흐르고 가벼운 신음소리마저 나왔다. 수소문 끝에 겨우 전남의 한 대학교수 A 씨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 여기까지 찾아온 것 아닌가. 뛰는 가슴을 달래며 이리저리 뜯어보던 그는 이내 실망하고 말았다.

“그토록 찾던 ‘보물’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1.2 버전이더군요. 힘이 쫙 빠졌어요.”

박 연구사가 찾던 보물은 ‘아래아 한글1.0’ 초판 패키지다. 문화적 가치가 큰 근현대 한글 유물에 대한 정부의 발굴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아래아 한글1.0을 찾아라’라는 특명이 그에게 내려졌다.

아래아 한글1.0은 1989년 4월 발매된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으로 서울대 컴퓨터연구회 출신인 이찬진 김택진 등 4명이 만들었다. 외국 프로그램을 우리말로 옮겨놓은 수준의 다른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과 달리 조합형 문자코드를 사용해 PC에서 한글을 완벽히 표현할 수 있어 ‘한글 디지털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2013년 6월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문제는 문화재로 지정까지 됐지만 당시 판매된 아래아 한글1.0 패키지(5.25인치 플로피디스크, 설명서, 박스)를 도저히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음원은 남아 있지만 발매 당시 CD가 품절된 것처럼 1989년 4월 판매된 한글1.0 패키지 초판은 남아 있지 않았다. 박 연구사는 “당시 저작권 인식이 없어 대부분 불법 복제해 사용했다. 이후 정보기술(IT)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금세 아래아 한글 1.2, 1.5 버전이 나오면서 1.0 버전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한글박물관 연구원들은 숨겨진 보물을 찾아 헤매듯 아래아 한글1.0을 찾아 전국을 누볐다. 개발자인 이찬진 한글과컴퓨터 전 대표도 만났지만 “나도 아래아 한글1.0을 가지고 있지 않다”란 말만 들었다. 박물관 홈페이지에 공고를 내고 IT전문가들을 만나러 다니기도 했다.

결국 한글박물관은 23일 포상금을 걸고 언론에 아래아 한글1.0 구매공고를 내기로 최근 결정했다. 보통 등록문화재는 2000만∼5000만 원 선에서 가격이 결정돼 왔다. 1970년 나온 최초의 흑백텔레비전은 5000만 원, 현대자동차 포니1은 7000만 원에 팔려 박물관에 소장됐다. 한글박물관은 “구동 여부 등 상태에 따라 가격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