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臣에겐 아직 12척의 배가… "제가 '12척' 하고 외치면 여러분은 '12병' 외쳐달라" 드라마 '미생' 명대사 활용 "우리는" 외치면 "자부심" 사행시에 다국語 응용까지 발로 뛰는 곳선 '우문현답'… "우리 문제, 현장에 답 있다" "이멤버" 외치면 "리멤버"… 오늘 멤버 기억하자는 뜻 이해인·도종환 詩 인용도 "감사" 선창하며 "꽃길" "흔들리지 않고 피는꽃이 어디 있으랴" 건배사는 그 사람의 인격 건전·배려·사랑 담아내야 송년회 시즌이다. 짧지만 강렬한 건배사를 준비해야 하는 직장인들의 고민도 커졌다. 말 한마디로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멋진 건배사 없을까. 작년까지는 '오바마(오 바라만 보아도 좋은 마이 프렌드)' '진달래(진하고 달콤한 미래를 위하여)' '사이다(사랑하자 이 세상 다 바쳐 등 여러 버전)'처럼 세 글자 단어를 이어 붙이는 삼행시 계열이 대세였다. 올해는 이야기가 담긴 문장을 선창과 후창으로 나눠 외치는 건배사가 늘고 있다. 삼행시 건배사는 직장인들을 순발력과 암기력의 시험에 들게 하는 반면, 이야기 건배사는 문장에 담긴 배경과 정서를 강조해 좌중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장은 "최근 건배사는 건배화(話)라고 할 정도로 이야기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미생과 명량, 의리가 주도하는 송년회 가장 인기 있는 건배사는 올해 흥행에 성공한 대중문화 콘텐츠다. 지난해가 정도전이었다면, 올해는 미생과 이순신이다. 드라마 '미생'은 많은 직장인에게 "내가 미생"이라는 공감을 끌어냈다. '미생'을 다 보지 않았더라도 대사 중 하나를 활용하면 무릎을 치게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는/자부심'이 있다. 순서가 돌아오면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엮어가면 된다. "요즘 미생이 야단이라 저도 한번 보았더니 뭉클하더군요. '잊지 말자. 나는 어머니의 자부심이다'란 말을 들으며 코끝이 시큰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어머니와 가족의 자부심이고 회사의 자부심입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우리는' 하면 여러분은 힘차게 '자부심'을 외쳐주십시오." 마땅히 개인적인 일화가 없을 때 1700만명이 본 영화 '명량'을 응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신(臣)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사옵니다"라는 이순신(최민식)의 대사는 "신에게는 아직 12㎏의 지방이 남아있습니다"(헬스클럽 광고) 등으로 패러디됐다. 12라는 숫자를 적절히 변용(變用)하면 전천후로 활용 가능하다. 술자리에서는 '아직 12병의 술이 남아 있습니다'가 된다. 짧은 이야기를 앞뒤로 붙이기만 해도 효과적이다. 만약 부서장이라면 다음과 같이 풀어내면 좋다. "내년에도 만만치 않을 것이 예상되지만, 이순신 장군의 긍정 의식이라면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엔 아직 12병의 술이 더 있습니다. 제가 '12척' 하면 여러분은 '12병' 하고 화답해주십시오." 부서원들이 앞다퉈 '12병, 12병, 12병'을 따라 외칠 것이다. 올해 유행어로 '의리'를 빼놓을 수 없다. 배우 김보성이 주먹을 불끈 쥐며 "의리!"라고 외친 광고가 10개가 넘는다. 선창자가 "의리의리"를 먼저 말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절대 의리"라고 받으면 군더더기 없는 단합 건배사가 된다. 올해는 청마(靑馬)의 해였다. 다가올 2015년은 을미년 양띠 해다. 혹자는 청양(靑羊), 즉 푸른 양의 해라고 한다. 노자가 도덕경을 강의하고 떠나면서 "1000일 동안 도(道)를 행한 후, 청양사에서 나를 찾으라"고 했는데, 1000일 후 찾아간 청양사에서 푸른 양 두 마리를 보았다고 한다. 이런 배경을 넣어주면서 양띠 해 소망을 건배사로 활용할 수 있다. "제가 푸른 양(청양)아, 하고 외치면 여러분은 다 함께 '달리자'라고 외쳐주시기 바랍니다" 하면 된다. ◇시구로 적시는 촉촉한 건배사… 언어유희 삼행시는 새로운 단어로 삼행시 건배사도 여전히 환영받는다. '무소유(무리하지 말고/소통하며/유연하게 살자)' '참이슬(참사랑은 넓게/이상은 높게/술잔은 평등하게)' 등이다. '고도리(고통과 도전을 즐기는 리더가 되자)' '노다지(노는 없다, 다만 실행한다, 지금부터 바로 하자)'도 있다. 위계 서열이 분명한 조직에는 '마피아'가 있다. '마음 나누고 피도 나누는 우정을 위하여'다. 특히 가장 아랫사람이 선창으로 '아그들아, 마이 무라' 하고 상사를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이 '예, 형님!'이라고 복창하면 흥이 더해진다. '빠삐용'은 '빠지지 말고 삐치지 말고 용서하자'를 줄인 말. 선창자가 '빠삐, 빠삐, 빠삐' 세 번 하면 나머지가 '용, 용, 용' 하고 마시는 재미가 있다. 마지막 건배사를 맡았다면 '마돈나'로 끝낸다. '마시고 돈 내고 나가자' 혹은 '마지막으로 오신 분이 돈 내고 나가자'는 뜻. 더 깊은 의미를 담아 더 길게 만든 4행시도 있다. '나만 좋아(나이 먹을수록/만족해하며/좋은 사람/아껴주자)' '너의 미소(너그럽게 살자/의리 있게 살자/미워 말고 살자/소박하게 살자)' '인사불성(인간을 사랑하면 불가능도 성공이 된다)' 등이다. 발로 뛰는 덕목이 중시되는 업무라면 '우문현답'이 있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이다. 다섯 글자라면 '강남스타일'이다. '강인하고, 남을 아끼고, 스마트하고, 타의 모범이 되고, 일 잘하는 ***(회사나 단체명)'으로 바꿀 수 있다. 다소 격식을 차려야 할 자리라면 시(詩)를 써볼 만하다. 스마트폰이 있으니 따로 외울 필요가 없다. 차례가 돌아오기 전에 1연만 찾아뒀다가 보고 읽어도 좋다. 이해인 시인의 '감사 예찬'과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가 무난하다. 이해인 시인은 '감사 예찬'에서 '감사만이 꽃길입니다/누구도 다치지 않고 걸어가는 향기 나는 길입니다'라고 읊었다. 이를 활용해 "여러분, 한 해도 감사했습니다. 제가 '감사' 하면 여러분은 '꽃길'이라고 화답해주십시오"라고 제시해보자.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는 한 해 고생한 팀원들을 감싸 안아주는 데 쓸 수 있다. "성과가 나는 팀은 나는 팀대로, 성과가 부진한 팀은 부진한 팀대로 얼마나 마음이 흔들리고 아프셨습니까. 하지만 흔들려야 꽃은 피고, 아파야 성숙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 서로 내년에도 아끼고 사랑해 어려움을 헤쳐나갑시다. 아끼고 사랑하자는 의미에서 '아싸' 하고 외치면, '***'(소속팀)으로 화답해주십시오"라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영어와 우리말의 음운을 이용하는 통번역형은 재치가 돋보인다. 부서 송년회에서 건배사 차례가 되면 퀴즈를 내보자. "눈(eye)이 좋은(good) 사슴(dear)을 영어로 무엇이라고 하는 줄 아십니까?" 답은 '굿 아이디어'다. 답을 알려주고 의미를 적당히 살리면 된다. "새해에는 굿 아이디어로 우리 ****(회사명)가 최고의 ****(상품명)를 만드는 한 해로 만듭시다"라고 제안하고 선창자는 '굿아이', 좌중은 '디어'라고 외친다. 다국어(?)를 응용해도 좋다. 최근 '인생은 한잔 술이다'라는 저서를 낸 이욱현 광주 북구 부구청장은 '이멤버 리멤버'를 추천했다. 오늘 모인 멤버를 기억하자(remember)'는 의미가 담겼다. '오, 마이 갓'은 '오늘도 마시더라도 이해해주세요, 하느님'이다. 회사 최고경영자(CEO)를 미소 짓게 하려면 '***(이름) CEO (시이오)는 시원하게 이끌어주는 오너'라고 말하면 된다. 영화와 뮤지컬로 나온 '라이언 킹'의 대사 "하쿠나 마타타"는 '걱정하지 말라, 다 잘될 것이다'는 스와힐리어다. 프랑스어(?)도 활용해보자. 선창자가 '드셩!'이라고 외치면 '마셩!'이라고 따라 한다. 중국어(처럼 들리지만 우리말 축약)도 있다. '소취하 당취평'. 소주로 취하면 하루가 즐겁고, 당신에게 취하면 평생 즐겁다는 뜻이다. 외친 후에 의미를 담아 한마디 덧붙이면 더욱 화기애애하다. "오늘 우리 모임의 송년회를 축하하면서 소주에 취하고, 우리의 동고동락 동지애에 흠뻑 취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저것 생각하기 싫은 분을 위해… '위하여'의 무한 변신 새로운 건배사를 외우는 것이 스트레스라면 '위하여' 하나만 굳세게 밀고 나간다. 서양의 '치어스(Cheers)'만큼이나 오래됐지만 쉽고 무난한 변형도 가능하다. 대학 동문 모임이라면 학교 이름을 한 글자 넣어본다. 예를 들어 서울대 동문의 '위하여'는 '위해서'가 된다. 연세대는 '위하세', 고려대는 '위하고'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만났다면 '위해서', 대구 동향이 만났다면 '위하구'가 된다. 아예 '위하여' 3행시도 가능하다. '위기를 기회로/하면 된다는 신념으로/여러분 파이팅'은 어떤가. 이 정도라도 외우기가 번거롭다면 '위하여'를 3번 외치는 고전적 방법으로 정면 돌파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남북 상봉단 만찬에서 울려 퍼진 '오바마'보다는 낫지 않은가. 2010년 11월 남북 이산가족 상봉단의 남측 단장을 맡았던 당시 대한적십자사 부총재는 강원도 속초의 한 음식점에서 공동 취재단과 가진 만찬에서 '오바마'를 건배사로 외쳤다가 성희롱 파문을 불렀다. 그가 덧붙인 친절한 설명 때문이었다. "오바마는 '오빠, 바라만 보지 말고 마음대로 해'라는 뜻이다. 요즘 무척 뜬다." 일주일 후 그는 부총재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건배사는 인격이다. '건,전하고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상업적 게시판 등)] ▒☞[출처] 조선닷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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