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명상실
♤ 승경(勝景) ♤ 至如春水漫綠 日光涵明 有魚可數百尾 지여춘수만록 일광함명 유어가수백미 游泳族戱 俯鑑之 了了然可數 或凉秋八九月時 유영족희 부감지 료료연가수 혹량추팔구월시 木葉半脫 霜落水淸 丹楓夾岸 倒影波上 목엽반탈 상락수청 단풍협안 도영파상 爛然若濯錦江中 此皆水亭所以爲勝也 난연약탁금강중 차개수정소이위승야 - 이규보(李奎報,1168-1241), <혁상인능파정기(赫上人凌波亭記)> 봄물이 푸르고 햇빛이 환할 때면 수 백 마리쯤 되는 물고기들이 헤엄치면서 무리지어 노닌다. 굽어보면 또렷하여 숫자를 헤아릴 수 있을 정도다. 그러다 서늘한 가을 8, 9월이 되어 나뭇잎은 반쯤 지고, 서리 내려 물 맑으면 단풍은 양 언덕에서 물결 위로 그림자를 드리워, 찬연하기 마치 강물 속에 비단을 빠는 듯 하다. 이것이 모두 물가 정자가 승경이 되는 까닭이다. 따뜻한 봄날, 눈 녹아 불어난 초록 물결 위로 햇살이 부서지면 그 속에 노니는 물고기들이 낱낱이 다 보인다. 마치 허공 위에 떠있는 것도 같아, 한참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내가 물고기라도 된 듯한 느낌이 든다. 가을날, 우수수 낙엽이 지면, 강 위로 얼비친 붉은 단풍잎에 푸른 강물이 붉게 변한다. 그 위로 또 막막히 푸른 하늘과 덧없는 흰 구름이 겹쳐져 때아닌 빛깔들의 잔치가 베풀어진다. 물결과 햇살과 물고기와 단풍잎이 있어, 물가의 작은 정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내게는 무엇이 있나? 나는 무엇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될까?
따뜻한 봄날, 눈 녹아 불어난 초록 물결 위로 햇살이 부서지면 그 속에 노니는 물고기들이 낱낱이 다 보인다. 마치 허공 위에 떠있는 것도 같아, 한참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내가 물고기라도 된 듯한 느낌이 든다. 가을날, 우수수 낙엽이 지면, 강 위로 얼비친 붉은 단풍잎에 푸른 강물이 붉게 변한다. 그 위로 또 막막히 푸른 하늘과 덧없는 흰 구름이 겹쳐져 때아닌 빛깔들의 잔치가 베풀어진다. 물결과 햇살과 물고기와 단풍잎이 있어, 물가의 작은 정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내게는 무엇이 있나? 나는 무엇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