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명상실

[명상글] - 낙엽(落葉)

淸潭 2014. 11. 25. 13:48
아침의 명상
 
 
     
    
          ♤ 낙엽(落葉) ♤ 仰見土嶺 可五里 禿楓如棘 流礫橫逕 앙견토령 가오리 독풍여극 류력횡경 尖石冒葉 遇足而脫 幾跌而起 手爲搨泥 첨석모엽 우족이탈 기질이기 수위탑니 羞後人嗤笑 迺拾一紅葉以待之 수후인치소 내습일홍엽이대지 - 박제가(朴齊家,1750-1805),〈묘향산소기(妙香山小記)〉 토령을 올려다 보니 5리쯤 되겠지 싶은데, 잎 다 진 단풍나무는 가시 같고, 흘러내린 자갈이 길을 막는다. 뾰족한 돌이 낙엽에 가려있다가 발을 딛자 비어져 나오는 바람에 자빠질 뻔 하다가 일어났다. 그 바람에 손으로 진흙을 짚었다. 뒤따라오는 사람의 웃음거리가 될까 봐 붉은 낙엽 하나를 주어들고서 기다렸다.
            
          묘향산 여행길의 한 소묘다. 
          단풍잎은 길 위에 붉은 카페트를 깔아 놓았다. 
          제 지녔던 잎새들 모두 
          흙으로 돌려보낸 뒤, 
          단풍나무 빈 가지는 
          가시처럼 앙상한 뼈마디만 남았구나. 
          지난 비에 흘러내린 자갈돌이 
          길 위에 흩어져 있고, 
          낙엽인 줄 알고 밟았던 
          무심한 발길은 
          뾰족 튀어나온 돌부리에 걸려 
          휘청하니 맨 땅을 짚는다. 
          짐짓 쑥스러워서 
          제일 붉은 낙엽하나 들고 
          공연히 진흙 묻은 한 손은 뒷짐 진 채 
          붉은 잎을 햇빛에 비춰본다. 
          넘어진 게 아닐세. 
          넘어진 게 아니라구. 
          순간의 기지와 재치에 웃음이 난다.
          `사맛디`도 그런 적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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