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10.06 03:04 | 수정 : 2014.10.06 08:56
[금융산업 발목 잡는 노조]
CEO급 의전 받는 간부들… 승용차·개인 기사까지 둬
회장·행장 간 권력 암투에서 노조 입김이 승패 가르기도
은행 수익 곤두박질 치는데 노조 눈치에 구조조정 못해
하나은행과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외환은행에선 현재 직원 898명에 대한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다. 6월 말 기준 직원 수가 총 7881명임을 감안하면 8.8명당 1명꼴이다. 징계 대상 직원들은 지난달 3일 업무 시간에 집단으로 근무지를 이탈해 임시 조합원 총회에 참석했다. 일반 기업에선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외환은행 직원들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전(全) 금융권에서 가장 '강성(强性)'이라는 외환은행 노조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외환은행은 한 달 넘도록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징계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노조 측에선 "약속을 어기고 조기 통합을 추진하는 하나금융에 대한 정당한 투쟁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결국 사측이 노조에 굴복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은행권에선 노조가 직원의 징계권·인사권에 개입하고, 최고경영자 인사까지 간섭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현재 은행장 선임 작업이 진행 중인 광주은행에선 노조가 "자행(自行·광주은행) 출신 은행장이 선임되지 않으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시민 단체와 지역 정치인까지 끌어들여 투쟁에 나섰다. JB금융은 인수 자금 5000여억원을 내고 광주은행을 인수했지만, 노조의 반발 때문에 은행장도 맘대로 선임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인사 개입은 물론 승용차·기사 의전까지 받아
은행권에서 '노조'는 회장과 행장 못지않은 권력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현재 시중은행 노조는 2000년대 초·중반 은행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면서 은행마다 조합원 수가 1만명 안팎에 이르는 거대 조직이 됐다. 은행 노조 간부들이 상급 단체를 거쳐 정치권으로 진출하기도 한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김영주 의원이 은행 노조 간부 출신이다. 은행 노조는 조합원 임금의 1~2%를 떼 조합비로 걷어 연간 50억~60억원의 엄청난 예산을 운용하며, 노조 간부 해고를 대비한 '투쟁 기금'도 운용하고 있다.
전(全) 금융권에서 가장 '강성(强性)'이라는 외환은행 노조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외환은행은 한 달 넘도록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징계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노조 측에선 "약속을 어기고 조기 통합을 추진하는 하나금융에 대한 정당한 투쟁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결국 사측이 노조에 굴복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은행권에선 노조가 직원의 징계권·인사권에 개입하고, 최고경영자 인사까지 간섭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현재 은행장 선임 작업이 진행 중인 광주은행에선 노조가 "자행(自行·광주은행) 출신 은행장이 선임되지 않으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시민 단체와 지역 정치인까지 끌어들여 투쟁에 나섰다. JB금융은 인수 자금 5000여억원을 내고 광주은행을 인수했지만, 노조의 반발 때문에 은행장도 맘대로 선임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인사 개입은 물론 승용차·기사 의전까지 받아
은행권에서 '노조'는 회장과 행장 못지않은 권력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현재 시중은행 노조는 2000년대 초·중반 은행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면서 은행마다 조합원 수가 1만명 안팎에 이르는 거대 조직이 됐다. 은행 노조 간부들이 상급 단체를 거쳐 정치권으로 진출하기도 한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김영주 의원이 은행 노조 간부 출신이다. 은행 노조는 조합원 임금의 1~2%를 떼 조합비로 걷어 연간 50억~60억원의 엄청난 예산을 운용하며, 노조 간부 해고를 대비한 '투쟁 기금'도 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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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5일 서울 명동 KB금융지주 로비에서 국민은행 노조원들이 임영록 당시 KB금융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모습. KB지주 사외이사로 구성된 회장추천위원회가 새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인 가운데 국민은행 노조가 회추위에 내부 출신 회장을 선임할 것을 요구하고 나서, 노조 개입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지호 기자
◇은행 수익 곤두박질쳐도 노조 눈치에 구조조정도 쉽지 않아
은행들이 수익성이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도 강력한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데는 노조의 반발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씨티은행은 수익이 악화되자 올해 초부터 직원 650명을 희망퇴직시키고, 192개 지점 가운데 56개 지점을 통폐합하는 경영 효율화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씨티은행 노조가 반발하자 결국 경영진은 기본 퇴직금 외 특별 퇴직금으로 최대 60개월치 월급을 지급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박형철 머서코리아 대표는 "희망퇴직금으로 60개월치를 주는 것은 금융권은 물론 전 세계 기업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사례"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금융 노조가 권력으로 군림하는 상황에 대해 자문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은행 현직 임원은 "노조의 설립 취지는 사측과 직원 간 협상력 차이를 없애서 직원들의 복리 후생을 개선하는 데 있는데, 언제부턴가 정치권력을 가진 집단으로 변질해 버렸다"며 "그 역할을 하고 있는지 노조 스스로 되새겨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