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수사모

설정 스님 “세월호 비극 극복에 종교간 힘 모으자” 

淸潭 2014. 4. 27. 18:43

설정 스님 “세월호 비극 극복에 종교간 힘 모으자”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 수덕사 방문 자리서 종교간 화합 당부

2014년 04월 25일 (금) 12:41:30 조현성 기자 cetana@gmail.com

“세월호 참사라는 대비극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종교계가 지혜를 모으고 함께 노력하자.”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설정 스님은 25일 교황청 봉축메시지 전달을 위해 수덕사를 방문한 김희중 대주교(천주교 광주대교구)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설정 스님은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비통해 하는 때 김 대주교님 일행의 수덕사 방문 소식에 반가웠다. 온 국민이 큰 슬픔에 빠져 있는 지금, 우리 종교인들이 어떻게 국민의 어려움을 도울지는 공동관심사일 것이다. 교리 차이를 떠나 중생 살피는 것은 불교와 가톨릭이 같을 것”이라고 했다.

   
덕숭총림 방장 설정 스님은 25일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를 만나 종교간 화합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14불교닷컴

"산이 아름다운 까닭은 조화"

스님은 “어느 가을에 안수 받기 전 목회자 50여 명이 수덕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나는 덕숭산을 가리키며 ‘가을 산이 아름다운 것은 단풍 개울 계곡 등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다종교인 우리 사회도 각 종교가 각자 역할에 충실해서 뭇 생명에 희망을 주고 보듬는 것이 종교인의 삶일 것이다”라며 “내 종교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려운 이를 보듬는 종교인이 되자”고 했다.

스님은 세월호 관련 유병언 前 세모회장을 본보기로 들며 “우리 사회 많은 종교가 있지만 중생구제 목적보다 돈벌이에 집착하는 종교가 있다”고 했다.

   
김희중 대주교 일행은 설정 스님 친견에 앞서 수덕사 대웅전을 참배했다. 김 대주교 일행이 대웅전 참배 전 수덕사성보박물관장 정암 스님으로부터 대웅전 설명을 듣고 있다. ⓒ2014불교닷컴  

이어 “‘우리나라에 종교인은 많지만 범죄 줄지 않고 갈등이 심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며 “종교가 본연의 정진 않고 밥벌이에 열중한다면 이미 종교로서 생명력을 잃은 것이다. 종교인들은 각성해야 한다”고 했다.

스님은 “종교간 대화는 더 많이 필요하다. 믿음이 다르다는 이유로 종교끼리 반목·갈등하는 것은 옳지 않다. 종교간 뜻을 같이해 국민 평안과 국가 발전을 모색하는 것이 종교인의 사명 소임 책임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톨릭이 그 일(종교간 대화)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고, 김희중 대주교가 그 일을 충실히 해주는 것 같아 고맙다”고 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25일 수덕사를 찾아 천주교의 부처님오신날 경축메시지를 전달했다. ⓒ2014불교닷컴

"스님ㆍ신부 '결혼않는' 수행자... 동료의식" 

김희중 대주교는 “진도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해 허드렛일도 마다않고 봉사하는 스님들을 봤다. 불교와 가톨릭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같았다”고 했다.

이어 “수행을 위해 결혼하지 않고 일생을 진력하는 모습에서 스님들과 신부·수녀들 모두 수행의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올해 메시지에서 형제애가 평화를 위한 바탕이고 지속적 평화를 이루는 길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불교는 다른 종교보다 풀 한 포기 생명도 귀하게 여기는 종교이다. 이 점은 가톨릭의 생명관과 같다”고 했다.

이어 “나와 다른 것은 틀리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것과 조화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 것이 소중한 만큼 이웃종교의 소중함도 아는 포용력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했다.

   
수덕사 주지 지운 스님은 세월호 희생자 추모를 위한 흰 국화를, 김희중 대주교는 실종자 생환을 위한 노란장미를 부처님 전에 공양 올렸다. ⓒ2014불교닷컴

세월호 희생자ㆍ실종자 위한 화환 공양

김 대주교 일행은 설정 스님 친견에 앞서 수덕사 주지 지운 스님과 대웅전을 함께 참배했다.

대웅전에서 주지 지운 스님은 세월호 희생자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흰국화를, 김 대주교는 실종자 무사생환을 기원하는 노란장미를 불단에 공양하고 삼배를 올렸다.

이어 김 대주교는 지운 스님에게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가 발표한 부처님오신날 경축메시지를 전달했다.

김 대주교 일행은 설정 스님 친견 후 황하루에서 수덕사 안내를 받고 차담을 나눴다.

이날 수덕사에는 김희중 대주교와 함께 주교회의 일치위원회 신정훈 박문성 강디에고 이옥수 신부, 주은애 손정명 이현숙 수녀 등이 방문했다.

수덕사에서는 옹산 스님, 부주지 도신 스님, 총무부장 정범 스님, 전 부주지 효성 스님, 박물관장 정암 스님, 사회국장 현우 스님(흥주사 주지), 예산복지관 관장 동준 스님 등이 참석했다.
 
   
25일, 교황청 부처님오신날 메시지 전달을 위해 수덕사를 방문한 김희중 대주교 일행과 수덕사스님들은 대웅전 참배 후 기념촬영을 했다. ⓒ2014불교닷컴

다음은 교황청의 부처님오신날 경축 메시지 전문.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2014년 부처님 오신 날에 불자들에게 보내는 경축 메시지
(2014년 5월 6일)
함께 형제애를 증진하는 불자들과 그리스도인들

친애하는 벗들인 불자 여러분,


1.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저는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를 대표하여 온 세상의 모든 불자 여러분에게 다시 한 번 따뜻한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2. 올해 저희가 여러분에게 드리는 진심어린 인사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2014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형제애, 평화의 바탕이며 평화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발표하신 이 담화에서 교황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형제애는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입니다. 인간은 관계적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는 분명한 의식은 우리가 서로를 참된 형제자매로 여기고 대할 수 있게 해줍니다. 형제애가 없으면 정의로운 사회를 이룰 수도 없고, 확고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이룩할 수도 없습니다”(2014년 제47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1항).

3. 친애하는 벗들인 불자 여러분, 여러분의 종교 전통은 우애적 관계, 대화, 은사의 교환, 조화롭고 서로 존중하는 생각의 나눔에서 친절과 사랑이 우러나는 태도가 나오고, 이러한 태도는 참다운 형제적 관계를 낳는다는 확신을 줍니다. 여러분은 또한 모든 악의 뿌리가 무지와 오해에 있으며, 이는 탐욕과 증오의 산물로 형제애의 유대 관계를 파괴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수많은 전쟁과 불의의 뿌리가 되는 우리의 일상적인 이기주의적 행위”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친교와 헌신을 위하여 창조된 호혜적 존재”로 바라보지 못하게 합니다(2014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 2항). 이러한 이기주의는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위협적인 존재로 여기게 만듭니다.

4. 우리 불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은 억압, 이기주의, 지역주의, 민족 갈등, 종교 근본주의와 폭력으로 너무도 자주 찢기고 갈라지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상에서 ‘타인’은 열등한 존재, 사람이 아닌 존재, 또는 두려워서 가능하다면 없애야 하는 존재로 취급 받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순례자들과 그리고 선의의 사람들과 함께 사회 경제적, 정치적, 종교적 다양성 안에서 협력의 정신으로 우리가 공유하는 인간성을 존중하고 수호하라는 요청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는 서로 다른 종교적 신념을 굳게 지키면서도 형제애를 해치는 모든 사회적 악을 공개적으로 고발하고, 다른 사람들이 사심 없는 관대함을 키우도록 이끄는 치유자가 되며, 분열의 벽을 부수고 개인들과 집단들 사이에 참다운 형제애를 증진시키는 화해자가 되라는 요청을 받고 있습니다.

5. 오늘날 우리는 인류 공통의 인간성에 대한 의식이 자라고, 전 세계가 더욱 정의롭고 평화로우며 형제적인 세상을 추구하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희망의 실현은 보편 가치를 인식하는 데에 달려있습니다. 우리는 종교간 대화가 보편 윤리의 근본 원칙을 인식하면서 인류 가족의 모든 구성원 사이의 일치와 형제애에 대한 새롭고 깊어진 의식을 키우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진정 “우리는 저마다 평화의 일꾼이 되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습니다. 곧, 분열보다는 일치를 이루고, 증오에 사로잡히기보다는 증오를 없애며, 새로운 벽을 세우기보다는 대화의 길을 터야 합니다! 이 세상에서 대화의 문화, 만남의 문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하여 우리 서로 대화를 나누고 만나도록 합시다!”(프란치스코, 산에지디오 공동체가 주관한 평화를 위한 국제회의 참석자들에게 한 연설, 2013.9.30.)

6. 친애하는 벗들인 불자 여러분, 형제적 세상을 만들어 나아가려면 우리는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형제애를 더욱 더 추구하고 형제애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며, 형제애를 이루는 용기를 가지도록 교육하는 데에 온 힘을 쏟아야 합니다. 특별히 부처님 오신 날이 갈라진 우리 사회 안에서 형제애를 회복하고 새롭게 증진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으로 인사드리며 기쁨에 넘치는 부처님 오신 날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의장 장-루이 토랑 추기경
사무총장 미겔 앙헬 아유소 기소 신부


<원문 Pontifical Council for Interreligious Dialogue, Message to Buddhists for the Feast of Vesakh 2014, Buddhists and Christians: Together Fostering Fraternity, 영어, 프랑스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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