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명만큼 다른 생명도 소중
장기기증은 훌륭한 회향이며 보람”
각막-시신 기증 서약한 덕숭총림 방장 설정스님
5년 전 뇌사 시 장기와 각막, 시신기증을 서약한 바 있는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설정스님이 지난 1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생명나눔운동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죽고 나면 한시도 지체하지 말고 빨리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모두 줘라. 내가 죽으면 여기에 계신 기자들이 증인이 되어 즉시 장기기증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오.”
지난 16일 덕숭총림 방장 설정스님을 수덕사 경내의 정혜사 향적당에서 만났다. 이날 만남은 생명나눔실천본부에서 주선한 것으로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설정스님은 이미 2005년에 뇌사 시 장기와 각막, 시신기증을 서약한 바 있다.
“평소에도 장기와 시신기증에 대한 소신이 있었고 (사제인) 전 총무원장 법장스님이 생명나눔실천본부를 만들어 운동을 펼치다가 떠났기 때문에 빈자리가 너무 크고 그분이 했던 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서약을 하게 됐다”는 설정스님은 “불교의 근본 가르침이 지혜와 자비다. 지혜는 자기 스스로 자기를 가꾸는 것이고 자비는 남을 향해 구제의 원을 펴는 것이다. 불자들의 도리이고 법장스님이 실천하려고 했던 의지가 거기에 있기 때문에 그분이 떠난 자리를 여러 사람이 동참해서 장기기증의 의미를 살려야 한다”고 밝혔다.
“몸은 지수화풍으로 태어나 ‘지수화풍’으로 보내는 것
살아선 부지런히 봉사하고 임종시 모든 생명에게… ”
설정스님은 ‘불살생(不殺生)의 관점’에서 생명나눔의 의미를 밝혔다. 스님은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그 소중한 생명을 어떻게 온전하게 보존하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다면 부처님의 가르침이 정도이고 그것을 위해 부처님은 일생동안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셨다”며 “불교는 생명의 소중함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계의 첫째가 불살생이다. 내 생명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생명도 소중한 것으로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스님은 타종교에 비해 활발하지 못한 불교계의 장기기증 운동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최근 전국선원수좌회에서 펴낸 선원청규에도 장기기증에 대한 부분이 들어갔지만 아직까지도 활발하지 못하다는 것이 스님의 생각이다.
“몸은 영원한 것이 아닌데 승속을 막론하고 몸뚱이에 대한 집착이 강합니다. 몸은 지수화풍으로 태어났고 버릴 때도 지수화풍으로 내 보내는 것입니다. 애착을 덜 갖고 버린 몸을 기증해서 남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소중한 일입니다. 몸으로 살아서는 남에게 부지런히 기여하고 죽음에 다다라서는 모든 생명에게 돌려줘야한다고 인식을 할 때 장기기증이 활발해 질 것입니다.”
또 설정스님은 “스님과 불자들이 마지막에 장기와 몸을 중생들에게 회향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고 다행스러운 일인가”라며 “몸뿐 아니라 재산 등 모든 것을 돌려주는 것이 보람이고 마지막 회향을 잘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일본 지진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토로했다. “일본 지진의 참상을 보고 놀랐다. 부처님께서 오탁악세라고 말씀하셨는데 겁탁(劫濁)의 절정”이라는 설정스님은 “국가라는 차별을 넘어 인류애를 발휘해서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마땅히 도와야 된다”고 말했다.
최근 조계종에서 추진하고 있는 자성과 쇄신 5대 결사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설정스님은 “모든 개인이나 단체나 자립하지 못하면 언제나 궁핍하고 구걸해야 되고 떳떳하지 못하다. 불교계가 당당하고 성실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설사 조금 힘들고 어렵더라도 자립하고 자급자족해야 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 예산에 의해 불교문화를 지킬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지키고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종단과 정부 사이의 소통과 대화가 단절된 점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설정스님은 “소통과 대화가 단절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종단이 소통과 대화를 천명해 왔으면 거기에 맞는 어떤 누구든 소통과 대화를 해야 한다”며 “스님들이 어떤 중생들이라도 대화를 통해 이해시키고 부처님의 말씀을 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시영 충남지사장 lsy@ibulgyo.com
[불교신문 2705호/ 3월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