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조계종

견토지쟁(犬兎之爭)과 수주대토(守株待兎)교훈 되새겨야”

淸潭 2011. 1. 5. 16:39

“견토지쟁·수주대토 종단협 신년하례법회 봉행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올해 신묘년 토끼띠 해를 맞아 “견토지쟁, 수주대토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며 토끼와 관련한 고사성어를 인용해 남북화해와 민족문화 수호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오늘(1월5일) 오후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주관한 ‘한국불교지도자 신년하례법회’에서 종단협 회장 자격으로 참석해 이같은 내용의 법어를 내렸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천안함 침몰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남북은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를 조성하고 있고, 정부와 여당의 편향적 종교정책으로 인해 불교계는 자존심이 큰 상처를 입어야 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토끼의 해를 맞으며 우리가 되새겨야할 고사 성어로 견토지쟁(犬兎之爭)과 수주대토(守株待兎)가 있다”고 말했다.
 
견토지쟁은 춘추전국시대에 제나라 왕이 위나라를 치려고 하자 제나라 상인인 순우곤이 ‘한자로’라는 발 빠른 개가 ‘동곽준’이라는 재빠른 토끼를 잡으려고 끝없는 추격전을 펼치다 결국 둘 다 지쳐 쓰러져 죽고 말았는데 이들을 발견한 농부가 힘들이지 않고 둘을 얻었다는 말로 제나라 왕의 침략의도를 막았다는 고사에서 비롯된 말이다.
 
둘 사이의 쓸데없는 싸움으로 제3자가 이익을 본다는 의미가 내포된 이 고사성어를 소개하며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지금 극단적으로 대치하는 우리 남북의 모습과 잘 맞아 떨어지는 얘기”라며 “서로의 힘만 믿고 전쟁을 불사한다면 우리 민족은 파멸하게 되므로 이를 막는 길은 평화와 공존의 방법을 찾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불교계가 앞장서 이를 해소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선언이다.
 
또 다른 고사성어인 수주대토를 통해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내부 자성을 통한 민족문화 수호에 매진하자고 역설했다. 수주대토는 송나라 당시 산비탈을 달려오던 토끼가 나무에 부딪혀 죽자 한 농부가 이를 발견하고 고기를 얻게 되고, 그 농부는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며 농사를 멀리한 채 나무 곁을 지켰던 어리석음을 꾸짖는 고사성어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이는 우리 불교계가 그동안 정부가 주는 물적 재원에 안주했던 모습을 되돌아보는 격언으로 삼아야 한다”며 “정당한 지원을 적선으로 여기는 위정자의 낮은 문화 인식 속에서 주어지는 모든 지원을 단호히 배격하고 스스로 노력해 우리의 문화와 문화재를 수호하기 위한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우리 국민은 언제나 난국과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지혜를 가진 민족”이라며 “오천년 역사 동안 모든 고난을 이겨온 것처럼 지금의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신년하례법회에는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비롯해, 중앙종회의장 보선스님, 교육원장 현응스님, 포교원장 혜총스님, 군종교구장 자광스님, 조계사 주지 토진스님, 태고종 총무원장 인공스님,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스님, 진각종 통리원장 혜정정사,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스님 등 종단협 소속 종단 대표들이 참석했다. 더불어 김의정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임희웅 포교사단장, 명호근 대불련 총동문회장, 정우식 대한불교청년회장 등 포교·신행단체 대표와 신도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법회는 종회의장 보선스님의 개회사, 각 종단 대표와 주요 내빈의 헌화, 부처님 전 신년하례, 태고종 총무원장 인공스님의 축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법어,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스님의 기원사, 진각종 통리원장 혜정정사의 신년인사, 조계사 합창단의 축가, 김의정 중앙신도회장의 신년발원 등의 식순으로 진행됐다.
 
이에 앞서 종단협은 ‘한국불교의 위기 위협받는 종교평화’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상영했다. 이 동영상에는 정부의 불교차별 사례와 전통사찰보존법 등 불교규제 국가법령 소개, 일부 개신교계의 불교 폄훼 사건 등을 나열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한편 이날 법회는 예년과 달리 정·관계 인사들이 일체 참석하지 않았다. 종단협은 행사를 준비하면서 정부와 여당뿐 아니라 정치인들을 초청하지 않았다. 이날 법회 시작 전 일부 정·관계 인사들이 참석을 시도했지만 정중히 돌려보냈다고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전했다.
 
조계종 총무원은 지난 4일 종단 및 사찰 행사에 정·관계 인사의 참석을 배제할 것을 골자로 하는 종무행정 지침을 전국 본·말사에 시달한 바 있다.
 
김하영 기자
 
사진 김형주 기자
 
2011-01-05 오후 3:34:51 /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