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의 진실/줄기세포

줄기세포의 화려한 귀환, 성과 가시화

淸潭 2010. 10. 4. 13:58

 

‘줄기세포’의 화려한 귀환… 성과 가시화로 연구 더욱 박차

국민일보 | 입력 2010.10.04 13:24

 

[쿠키 건강] 최근 서울대의대 김효수 교수는 8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급성심근경색 환자에 대한 기존 치료법인 스텐트에다 세포치료를 함께 하는 '매직 셀 프로그램'을 성공, 각종 질병에 대한 줄기세포치료의 가능성을 더욱 크게 열어젖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매직 셀 프로그램을 통해 심근경색 환자의 심근과 혈관이 회복되는 등 치료 효과가 더 좋았다.

5~6년 전 한국에 줄기세포 열풍이 불어 닥치며 줄기세포치료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었다. 황우석 박사의 논문 위조 등이 불거져 그 열기가 식으면서 이후 줄기세포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의학계에서는 여전히 줄기세포가 미래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앞다퉈 이와 관련된 법률을 정비하고 투자를 늘리는 등 줄기세포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국민적 관심은 줄었지만 의료계에서의 줄기세포 연구는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몇몇 분야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2년 줄기세포 연구 및 임상에 필요한 원천기술을 제공하기 위해 출범한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은 척수손상과 같은 신경계 질환,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 질환 등 매년 300~400명의 환자 임상을 통해 줄기세포 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세포응용연구사업단 김동욱 단장(연세대의대 교수)는 "줄기세포 연구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줄기세포 분화 또는 배양기술, 어느 정도의 줄기세포를 어느 때 주입해 치료해야 효과적인지에 대한 것 등 임상을 진행하는데 기초가 되는 기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자 체세포로 만능줄기세포 배양

김효수 교수는 환자로부터 채취한 체세포를 만능줄기세포로 역분화시키는 실험에 성공해 심장, 혈관, 신경세포 등으로 분화시키는 자가세포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실험용 생쥐의 피부 섬유모세포 및 심장 섬유모세포에 배아줄기세포로부터 추출한 단백질을 처리한 결과 배아줄기세포와 유전자 발현이 동일한 '만능줄기세포'가 배양됐다. 황우석 박사가 연구했던 난자를 이용한 '체세포 핵치환 방법'은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과학적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 미국 일본 등의 체세포 재프로그램화 및 역분화를 통한 '역분화 만능줄기세포'는 유전자 조작으로 인해 종양을 유발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김 교수가 성공한 체세포를 이용한 만능줄기세포 역분화 실험은 이 같은 단점들을 보완해주는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인간 세포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얻을 것인지, 특정세포로 분화시키는 기술개발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김 교수는 만능줄기세포를 배양기술 간편화하고 만능줄기세포가 특정세포로 분화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때까지 향후 10년 정도 더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효수 교수는 "보건복지부, 과학기술부 등을 통해 국가적 차원으로 지원하는 등 과거에 비해 연구환경이 많이 좋아졌다"며 "하지만 안정된 상태에서 연구할 수 있는 연구교수 직책의 자리가 적다는 점, 다른 나라에 비해 각종 규제가 많다는 점 등 연구를 저해하는 요소가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배아줄기세포 치료제 현실화

배아줄기세포 치료제를 신경퇴행성 질환과 같은 난치 질환에 적용하는 것이 조만간 가능해질 전망이다. 김동욱 교수는 배아줄기세포 치료제를 5년 내에 사람에게 실험임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10년 내에 배아줄기세포 치료를 난치병 환자 등에게 실제 적용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미 파킨슨병 환자 유래 역분화 줄기세포 및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도파민 세포를 만드는 실험을 성공했다"며 "줄기세포의 86%가 도파민 신경세포로 분화하는데 까지 성공했다"고 말했다.

연세대의대 조성래 교수는 지난 6월 성인의 뇌도 내재돼 있는 신경줄기세포를 자극하면 신경이 회복된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 파킨슨병, 헌팅톤병 등의 난치성 질환의 치료법 개발에 한발 다가섰다. 조 교수팀의 연구결과 뇌성마비에 걸린 쥐의 뇌 안에 신경영양인자인 'BDNF'와 세포증식인자인 'EGF'를 주입한 결과 신경재생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백혈구나 적혈구를 생산하는 골수를 활성화하는 약제를 주입했을 때 신경보호, 신경재생 등의 효과가 있다는 사실도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이를 통해 신경퇴행성 질환 환자에서 병의 진행을 늦추는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백혈구를 활성화 하는 'G-CSF'와 적혈구를 활성화하는 '에스트로포에틴'은 백혈병 치료 등에 이미 사용되고 있는 약제로 안정성이 어느 정도 검증했다는 데서 치료제로 적용 가능성이 더 높다.

문제는 이러한 치료법이 동물이 아닌 사람에서도 치료효과가 있음을 확인하는데 있다. 조 교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는 동물실험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연구비가 소요된다"며 "고가의 약제비와 MRI 검사비 등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치료의 향후 과제

현재 줄기세포 치료에 있어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안정성과 유효성 두 가지로 압축된다. 성체줄기세포치료 분야에서 안정성은 어느 정도 해결이 됐으나 배아줄기세포의 안정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줄기세포 치료제가 우리 몸에 들어가면 신체 면역체계가 거부반응을 보이거나 종양으로 발전할 수 있다. 또 줄기세포가 분화하는 과정에서 원하지 않는 세포로 분화할 가능성도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그 특성상 한두 가지 세포로밖에 분화할 수 없는 단점이 있는 반면에 분화가 제한적이어서 종양발생 위험도 역시 낮다.

이에 비해 우리 몸의 거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는 종양으로 분화할 가능성도 덩달아 높다. 하지만 이러한 배아줄기세포 안정성도 여러 연구를 통해 상당히 많이 해결됐다. 줄기세포 중 원하는 세포로 분화되지 않은 '미분화세포'가 종양을 만드는데 이를 제거함으로써 종양발생 위험을 줄였다.

유효성 문제는 줄기세포가 병든 조직에서 최소한의 용량으로 최대의 치료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줄기세포 투입량을 늘리지 않고도, 줄기세포 주입 시 줄기세포의 생존력과 효율성을 높이는 물질을 함께 주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 가능한 것으로 여러 실험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줄기세포는 생명공학의 새 패러다임

줄기세포는 생명공학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분야이다. 역분화 줄기세포를 통해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질환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은 물론 병든 세포를 새로운 세포로 바꿀 수 있는 재생의학의 발전 역시 줄기세포 연구에 달려 있다.

암세포가 줄기세포에서 유래했는지를 밝히려는 노력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셀, 네이처, 사이언스 등 세계적인 과학잡지에는 줄기세포관련 논문이 줄을 잇고 있다. 줄기세포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세계 각국은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 붓고 있다.

김동욱 교수는 "미국 하버드 대학에는 줄기세포학과와 큰 규모의 줄기세포 연구소가 있을 만큼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투자가 적극적"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 비해 나아지긴 했지만 국내 줄기세포 연구환경은 선진국에 비해 열악한 편이다. 우리나라는 한해 450여억원을 줄기세포 연구에 투자하고 있지만 일본은 이보다 5배, 미국은 30배 이상을 투자한다"고 말했다.

줄기세포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이고 나아갈 길이기는 하지만 너무 서두르다가는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황에서는 임상에 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프로토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줄기세포를 본연의 목적을 위해 사용해야 하고 이를 위해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줄기세포를 화장품이나 피부미용, 성형에 적용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때 사용되는 줄기세포의 치료효과와 부작용 등에 대한 결과는 입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줄기세포에 대한 과대광고 역시 문제가 된다. 화장품의 경우 줄기세포가 아닌 줄기세포 배양액을 쓰고 있다. 그러면서 마치 줄기세포를 사용한다는 식의 과대광고는 소비자에게 혼란만 줄 수 있으며 이는 향후 법적인 문제로 비화될 소지마저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