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맛집
경남 김해는 가야의 오랜 역사를 간직했지만 젊은 사람들이 많은 젊은 도시이다. 김해는 부산보다 작지만 길도 넓고 녹지도 많아서 시원하다. 자주 왔다갔다하다 보니 김해가 좋아진다.
실질적인 부산생활권인 김해. 행정구역 개편을 통해 부산권으로 통합이 논의된다니 갈수록 김해가 더 가까워질 모양이다. 김해에는 먹을거리도 많다. 김해 사람들이 즐겨 찾는 숨은 맛집 세 곳을 소개한다.금동, 백자 그릇에 정성을 담아
김해시 삼계동의 쑥뜸을 하는 집에서 음식을 잘한다고 몇 사람이 이야기했다. 그런데 기자의 취재를 반기지 않아 그냥 손님으로 들어가 쑥뜸 단지를 배에 안고 벌러덩 누웠다. 배에 불덩어리를 올려놓고 지금 뭐하는 짓인가.... 1시간 넘게 불덩어리와 씨름하고 나니 배가 자동으로 출출해졌다. 이 집 새알미역국(소개한 사람은 수제비라고 불렀다)이 아주 맛있다고 했다. 음식 나오는 걸 보고 한번 놀랐다. 차 주전자부터 반찬 그릇, 밥 공기까지 전부 백자 도자기이다. 비싼 그릇 자칫 잘못해 깨면 곤란하다. 내 돈 내고 먹는 것이지만 제대로 대접받는 기분이다. 백자 항아리에서 따르는 차는 더 맛이 있다. 차도 맛있는데 술을 여기다 마시면 얼마나 맛있을까. 꼭 한 번 고려청자에다 술을 마시고 싶었는데 대리충족은 되었다. 어떤 그릇에 먹느냐에 따라서 이렇게 맛도 달라진다. 깨가 둥둥 뜬 새알미역국을 떠 먹었다.
좋은 음식이 들어가니 몸이 흐뭇해한다. '천연재료를 사용하고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메뉴에 떡하니 적혀 있다. 금방 무친 듯한 겉절이는 상큼하다. 무장아찌는 얼마나 아삭하고 새콤한지 모른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무장아찌"를 더 달라고 했다.
이런 너스레도 떨어야 대접을 받는다. 밥을 다 먹고 나서 한 번 더 놀랐다. 손님이 보는 자리에서 남은 음식을 거침없이 한데 쏟아서 비워 버린다. 먹던 음식을 절대로 다시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지이다. 수정과까지 뚜껑을 갖춘 백자 그릇에 나온다. 대접 잘 받았다. 금동의 대표 이수득(50)씨는 "집안 식구들이 먹는 것처럼 음식을 만든다. 조미료를 쓰지 않고 육수에 간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쑥뜸과 식사는 별도로 하나만 선택해도 된다. 영업은 오전 10시∼오후 10시. 1, 3주 일요일에는 쉰다. 새알미역국 6천원, 비빔밥 7천원, 생아구찜 소(小) 2만5천원. 김해장애인복지관 맞은편 골목. 055-338-2088.선궁, 그림 같은 곳에서 그림을 보다현대 그림은 난해하다. 특히나 갤러리에서 지나치며 보아서는 느낌이 잘 오지 않는다. 자리에 앉아서 한참을 보거나 같은 그림을 여러 번 보면 어느새 그림이 말을 걸어온단다. 전문가의 이야기이니 믿어도 좋다. 김해시 삼방동에 갤러리를 겸한 음식점이 있다고 해서 물어물어 찾아갔다. 가야랜드를 지나 100m쯤 올라가니 영운마을 표지판이 나온다. 여기로 좁은 시골길을 따라 한참 올라가니 '선궁'이 나온다. 신선이 노는 집, 이곳에 오는 모든 사람들이 신선이 되어가라는 뜻이란다. 잘 가꾼 정원의 꽃들이 멀리서 온 손님을 반긴다. 특히나 담장의 새빨간 장미는 달콤한 유혹이다. 나무를 깎아 만든 솟대들도 멋지다. 신선놀음이 좋긴 좋은 모양이다. 음식점 앞의 건물이 선갤러리. 갤러리 안에는 현재 서양화가 노재환씨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전시장을 한바퀴 먼저 둘러보았다. 오늘 몸과 마음의 양식을 다 충족시킨 것 같다. 선궁의 방안에서도 밖의 풍경이 시원하다. 점심 시간에 많이 먹는다는 돼지고기로 만든 떡갈비를 시켰다. 따라오는 반찬의 종류가 열 가지가 넘는다. 떡갈비는 쇠고기로 만든다는 편견을 버려도 좋겠다. 서각을 하는 최홍주 윤금순씨 부부가 운영한다. 가족끼리 놀러 가기에 좋은 곳으로 추천. 영업은 낮 12시∼오후 10시. 떡갈비 1인분 6천원, 떡갈비 정식 8천원, 유황오리 훈제 3만5천원. 055-338-0903.
신토불이, 오리 풀코스 먹어봤어?
김해에 온 김에 한 군데를 더 들러보기로 했다. 오리고기를 풀코스로 먹을 수 있는 곳이라고 할까. 삼계동의 '신토불이'에서 오리고기를 시키면 생고기-주물럭-훈제-오리탕이 순서대로 나온다. '오리에 관한 총정리'이다. 신토불이의 오리고기는 숙성을 잘 시켰다.
질기지 않아 나이 드신 분들도 먹기에 편하단다. 오리고기와 함께 꽃게장이 나왔다. 손동희 대표는 "이게 오리보다 더 비싸다"고 자랑한다. 배보다 배꼽이 크고, 오리보다 꽃게가 비싸다. 급랭한 꽃게장이 눈이 녹듯이 조금씩 녹아내린다. 꽃게를 먼저 먹고 꽃게장의 양념에 오리고기를 찍어 먹는다.
꽃게 양념에 찍은 오리고기는 별미다. 꽃게장의 양념은 고추장이 많이 들어간 것 외에는 비밀. 삼백초를 비롯해 일곱 가지 약재가 들어간 삼백초탕은 진하고 시원하다. 손 대표는 유통업체에 오래 종사하며 맛있는 곳을 다 찾아 돌아다녔단다. 미식가들은 다르다. 2인 기준 3만5천원 하는 점심특선은 미니 정식에 막국수, 죽, 팥빙수까지 포함되었다. 삼계동 대우이안아파트 앞. 055-339-9292.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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