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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대중화 1번지’ 안국선원 이끄는 수불 스님
서울 종로구 가회동 안국선원에서 정진하고 있는 불자들. 사진 제공 안국선원 |
오후 2시 수불 스님과 접견실에서 마주 앉았다. 간화선(看話禪·화두로 하는 참선)의 대중화로 널리 알려진 스님에게 “선이 무엇이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선은 지혜의 눈을 뜬 대(大)자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과학이 모든 걸 말해줄 것 같지만 우주 생명체의 존재 여부도 확인하지 못합니다. 지혜의 영역에서 종교의 역할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중 가장 좋은 방편이 선입니다.”
스님이 부산에 안국선원을 연 것은 1989년. 재가불자들에게 산사(山寺)스님들의 전유물로만 여겼던 간화선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일상 수행 외에 안국선원의 대표 프로그램인 7박 8일 간화선 단기공부는 1년에 서너 차례 100여 명씩 참여한다. 스님이 화두를 내리면 참가자들은 이 화두를 들고 치열하게 싸운다.
“예를 들면, 제가 손가락을 튕기며 ‘무엇이 이 손가락을 튕겼느냐’고 묻습니다. 그러면 참가자들은 ‘마음이 그랬다’고 대답합니다. 그럼 제가 다시 ‘손가락도 마음도 아니다’라며 다시 묻습니다. 이런 식으로 참가자들이 의심을 극도로 증폭시키도록 자극합니다. 어느 시점이 되면 참가자들은 정신의 벽을 느끼게 됩니다.”
이 단기 프로그램이 알려지면서 불교학자와 스님들도 찾았다. 2009년 12월 로버트 버스웰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불교학연구소장, 하버드대를 나와 미국 햄프셔대 종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혜민 스님도 프로그램을 경험했다.
단기 프로그램을 체험한 서울 상도선원 미산 스님은 “수불 스님은 화두에 몰입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노하우가 있다”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다기보다 선 수행의 출발점을 알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남방불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미산 스님은 7월에 수불스님과 함께 전남 해남군 미황사 외국인 템플스테이에서 간화선을 진행한다. 이 행사는 간화선의 세계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가늠자다.
안국선원은 부산, 서울 종로구 가회동, 경남 창원시 용호동에 지부가 있고 등록 신자는 3000여 명이다. 이곳 불자들은 수불 스님 등의 지도에 따라 새벽반(오전 4∼6시) 오전반(오전 10시∼낮 12시) 오후반(오후 6∼8시)으로 나눠 수행을 한다.
1991년부터 부산 안국선원에 다닌 김희정 씨는 “간화선을 체험한 뒤 사물에 대해 사고하는 법을 다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며 “매사에 여유로워진 제 자신을 발견할 때는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5월 26일 부산 금정구 안국선원에서 만난 수불 스님은 “간화선을 통해 정신의 벽을 한번 깨보는 것은 정신적 성숙에 도움이 된다”며 “재가불자들도 며칠만 치열하게 정진하면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
“대중에게 뭔가 구체적인 걸 보여주지 못하면 종교가 아닙니다. 달라이 라마는 지혜와 자비라는 보편적 가치를 제시해 서구에서 공감을 얻었습니다. 우리 불교의 최대 장점은 선인데, 불자들이 절에 가면 스님 법문 듣고 예불만 하지 선 수행은 언감생심입니다.”
서울과 부산 안국선원에서는 재가불자들이 4월 15일부터 3개월 동안 하안거에 들어갔다. 이 기간에는 서울에서 1000여 명, 부산에서 1100명이 하루 4시간 이상 용맹정진한다. 수불 스님이 불을 댕긴 도심의 선 수행 열기가 초여름 날씨보다 뜨겁다.
부산=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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