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부처님 마음

길 위의 방치된 죽음 로드킬(Road Kill)

淸潭 2010. 5. 25. 15:33

길 위의 방치된 죽음 로드킬(Road Kill)
 
편의 택한 인간의 이기심이 부른 비명횡사
기사등록일 [2010년 05월 24일 17:20 월요일]
 
2005년부터 매년 3000건 안팎으로 발생
“시동 전후 참회진언으로 깊은 원한 달래야”

 
로드킬을 다룬 다큐 영화 ‘어느날 그 길에서’의 한 장면. 빠르고 편리하고자 하는 인간의 문명이 길 위에 방치된 죽음을 만들고 있다. 출처=씨네 21

2007년 4월 22일 오후, 대구 달성군 다사읍 세천리 도로에서 개 한 마리가 차에 치었다. 같이 길을 건너던 개가 차에 치어 쓰러진 개를 일으켜 세우려고 애를 썼지만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 개들은 도로를 떠나지 않았고 화가 난 듯 죽은 개를 친 모양새의 차가 지나가면 달려들어 범퍼를 물어뜯었다.

도로교통이 발달하면서 운전자들이 본의 아니게 저지르는 살생 로드킬(Road Kill). 로드킬은 동물이 도로상에서 자동차 등에 치어 죽는 것을 말한다. 인간의 편의를 위한 도로가 동물들에게는 비명횡사의 공포인 셈이다.

로드킬 당하는 생명들도 다양하다. 개구리, 두꺼비, 뱀 등 파충류는 물론 다람쥐와 고슴도치, 너구리, 오소리, 고라니, 노루 등 포유류까지. 도로 위에서 죽음을 맞는 생명들의 종류와 숫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심지어 여름철 밤중 운전에 끊임없이 날아들어 죽어가는 곤충류도 엄연히 로드킬이다. 최근에는 날아다니는 조류까지 희생양이 되고 있다.

실제 2008년 발생한 2286건의 로드킬 가운데 고라니가 절반 이상인 1557건이며, 너구리(456건), 산토끼(158건)로 집계됐다. 때문에  운전자는 도로 위에서 쓸쓸히 누워있는 동물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특히 동물들의 갑작스러운 도로 위 출연은 인명 피해로도 이어져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조사된 통계는 없지만 한국도로공사가 2007년 9월부터 2008년 7월까지 14개 노선 고속도로의 구간별 로드킬 연간 현황에 따르면 2008년 발생한 로드킬은 총 2286건이다. 자료를 보면 2001년(429건)부터 2005년(3241건)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고, 2006년(2960건)으로 다소 주춤하다 2007년에는 3196건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서해안선(166건)과 경부선(109건), 영동고속도로(84건)에서 사고가 가장 많았다. 집계되지 않지만 수많은 지방 국도 등을 따진다면 길에서 죽는 동물의 수는 헤아릴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로드킬을 줄이기 위해 한국도로공사는 유도울타리, 생태통로 등을 설치해 사전예방에 주력하고 있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총 917km의 유도울타리를 설치했고, 2012년까지 100km를 추가할 방침이다. 육교형(17곳), 박스형(17곳), 파이프형(11곳) 등 생태통로는 51곳에 설치했으며 2012년까지 15곳에 더 생태통로를 만들 계획이다. 이밖에 사고가 잦은 구간 70곳에 진입하면 내비게이션을 통해 운전자에게 알려 주거나, 도로전광표지(62곳)와 주의표지판(537곳)을 설치해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편의라는 인간의 욕심이 동물들의 터전을 빼앗고 있는 시점에서 로드킬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로드킬의 이유로는 매년 고속도로 및 국도가 산악지대로 3000km 안팎씩 연장되면서 동물들이 서식지를 잃고 이동통로가 단절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농업용수를 대기 위해 설치된 농수로도 또 다른 로드킬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국 각지의 농수로의 경우 대부분 동물의 주요 이동 통로인 산자락을 끼고 있어 농수로에 빠진 동물들이 헤어나지 못하고 죽음을 맞기 때문이다. 한 예로 괴산군에서는 청원군과의 경계 지역에 있는 한 농수로에서 80kg 멧돼지 사체가 발견됐다. 멧돼지는 높이 1.8m 가량의 시멘트벽을 넘지 못하고 목숨을 잃은 것이다.

방지나 예방이 절실하지만 운전 중 불가피하게 로드킬 사고가 일어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한국도로공사는 2차 사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차량을 갓길로 이동, 콜센터(1588-2505)에 신고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불살생계를 으뜸 계로 삼고 있는 불자들의 경우 길 위 사체를 발견하면 차를 갓길에 세워, 인근에 묻어준 후 간소한 천도의식이라도 해야 한다고 교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혹시 지나친다면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해 극락왕생을 빌어주는 것이 도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사찰생태연구소 김재일 소장은 “차와 도로가 생기면서 길에서 죽는 생명들이 많아졌다”며 “차를 운전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살생을 하게 되는데 억울하게 비명횡사한 생명들은 그 원한이 깊다”고 말했다.

 이어 “불자라면 시동을 걸거나 끌 때 잠시라도 생명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차에 부딪치고 깔려서 죽은 수많은 생명들을 위해 기도하듯 참회하는 마음을 가지는 동시에 참회진언을 염송해야 옳다”고 조언했다.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1050호 [2010년 05월 24일 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