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28일 열린 일요법회에서 “자승 총무원장은 정권의 하수인”이라며 정치권과의 밀착설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난 21일 법회에서 ‘안상수 개입설’을 폭로할 때와 비교해 발언의 수위나 강도 모두 그다지 높지 않았다. 당초 이날 법회에서 명진 스님이 ‘청와대와 총무원의 밀접한 관계’에 대해 폭로할 것이라고 알려졌던 것과는 달리 현 정권의 종교편향성과 4대강 사업의 비합리성을 강조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명진 스님이 제기한 자승 스님의 ‘문제의 발언’에 대해 총무원이 “명진 스님의 주장은 다른 종단 관계자가 한 말”이라며 즉각 사실 관계 확인에 나서 발언의 진위 여부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명진 스님은 “재작년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청와대가 불교지도자들을 초청한 자리에 자승 스님은 당시 종회의장 자격으로 참석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각하, 소나기는 피하고 봐야합니다’라고 말했다”며 “그러나 이번(봉은사) 사태는 소나기가 아니라 총무원장 임기가 끝날 때 까지 내리는 장맛비”라며 이번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총무원장을 겨냥해 “이명박 장로 정권의 하수인이 됐다고 말하고 싶다”며 공격의 시위를 당긴 명진 스님은 “대선 기간이던 2007년 10월 13일 이명박 장로의 형인 이상득 장로를 데리고 봉은사엘 왔다”며 “(당시) 입법기구의 수장이 한나라당 이명박 장로의 선거운동을 하고 다닌 것은 어떤 의미인가 알고 싶다”고 자승 스님의 행보를 지적했다.
특히 명진 스님은 “지난해 12월 24일 박형준 정무수석을 데리고 충청도로 내려가 마곡사, 수덕사 등 주요 사찰 주지들을 모아 놓고 세종시 문제에 협조해 달라는 말을 했다”며 “이러한 태도로 미루어 볼 때 현 정권과 총무원장 간에 밀통과 야합이 있었음을 말하고 싶다”고 의혹제기를 계속했다.
이후 명진 스님의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목사 등 기독교계 인사들의 종교 편향성을 지적하는데 초점이 맞추어 졌다.
명진 스님은 “거짓이 횡횡하는 세상, 진실이 묻혀버린 세상을 바꿔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봉은사는 한국불교의 희망이며 빛이고 그 중심에는 신도와 종무원과 내가 있다”고 신도들의 지속적인 지지와 동참을 호소했다.
“자승 총무원장은 봉은사에 와서 봉은사 부처님께 참회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총무원장의 직접적인 사과를 요구한 명진 스님은 “봉은사 문제는 봉은사 사부대중과 충분한 소통과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을 약속하라”고 다시 한 번 요구했다.
명진 스님의 이 같은 법회 발언이 알려진 직후 조계종 총무원은 즉각 사실 확인 자료를 발표하고 “2008년 6월 6일 청와대의 불교지도자 초청오찬에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태고종 총무원장 운산 스님, 진각종 통리원장 회정정사, 불교종단협의회 사무총장 홍파스님과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자승 스님이 참석했다”며 “이 자리에서는 촛불집회 관련 다양한 의견이 오갔으나 소위 ‘소나기’ 발언은 자승 스님이 아니라 다른 종단 관계자가 한 발언”이라고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12월 24일 충청지역에서의 발언에 대해서도 “‘제33대 조계종 4개년 발전계획 수립 워크숍’에 참석한 후 저녁시간을 이용 충청지역 본말사 주지 스님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차원에서 저녁공양을 함께 했다”며 “이 자리가 끝날 무렵 박형준 정무수석이 찾아와 세종시와 관련한 본인의 입장을 설명한 것 뿐이며 총무원장 스님은 세종시 지지발언을 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총무원 측은 “특히, 명진 스님의 주장처럼 박형준 정무수석과 동행하거나, 이끌려 자리를 주선한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발언이 사실과 다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총무원 측은 자승 스님이 대선 기간 중 이상득 부의장과 함께 사찰을 다녔다는 명진 스님의 주장에 대해서도 “명진 스님을 찾아가 점심 공양을 함께 한 사실은 있지만 당시 봉은사 최대 숙원사업이었던 지하 주차장 추진 계획과 관련한 현안 등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며 “자승 스님은 당시 이상득 부의장과 다른 어떤 사찰도 다닌 적이 없고 이것이 선거운동이라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며 만일 그렇게 주장하려면 정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다”고 반격했다. 더 나아가 총무원 측은 “명진 스님의 시각대로라면, 2007년 3월 손학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명진 스님의 주선으로 봉은사 법회에 참석하여 한 발언과 이를 계기로 한나라당을 탈당하여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한 것 역시 선거운동으로 봐야하는지 의문”이라며 “명진 스님의 발언은 왜곡, 논리적 비약, 끼워 맞추기식의 부적절한 행위”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불교폄하를 일삼는 일부 개신교 세력과 조계종 총무원장을 동일시하며 비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종단 최고 지도자에 대한 예의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불쾌감을 표시한 총무원 측은 “사실과 다른 부분까지 부처님 앞에서 사부대중에게 주장하는 행위는 마땅히 자제해야 하며 종교인으로서 숙고해야 한다”며 “정치권 역시 명진 스님의 사실과 다른 주장에 근거한 불필요한 정쟁을 멈추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