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양산·김해 대를 이은 맛집 최근 KBS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누들로드'를 보고 국수가 얼마나 오래전부터 면면히 전해 내려오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어디 국수뿐이랴.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음식들이 그렇다. 요즘에는 자고 나면 새로운 음식점이 여기저기 문을 여는 세상이다. 하지만 전통이 있는 음식점은 요란하게 떠들기만 하는 곳과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이번주 '맛팀'에서는 각각 경남 양산과 김해에서 대를 이어오는, 전통 있는 음식점을 다녀왔다. '이 맛을 대대로 전하게 하라!' 양산서 3대째 이어오는-낙동강횟집 양산시 물금읍 '낙동강횟집'의 잉어찜. 잉어는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경남 양산시 물금읍 가촌리 '낙동강횟집'은 3대째 61년이라는 오랜 전통을 지녔다. 3대째 계속해서 이 집을 찾는 손님들도 있다니 흐뭇한 모습이다. 낙동강횟집은 민물회 전문집이다. 잉어찜과 장어구이가 유명하고 바다 회를 구색으로 갖추었다. 민물회가 혹시 위험하지 않을까? 생선회 박사인 부경대 조영제 교수는 "양식장에서 나오는 민물고기는 디스토마의 중간 숙주인 고둥을 먹지 않아 안전하다"고 말한다. 안심하고 시식에 들어갔다. 대바구니에 올려진 향어 회가 먼저 들어왔다. 대나무에 선홍색 꽃이 피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민물회는 초장 맛이 특히 중요하다. 초장에 매운고추, 생강, 파, 참기름을 잘 섞어야 한다. 민물회에서는 특유의 향이 나는데 이 향이 사람을 잡아끈다. 육질이 굉장히 졸깃하다. 향어 회는 돌돔 이상의 육질을 자랑한다. 부위별로 구분해 놓아 알고 먹으면 더 맛이 있다. 뱃살의 졸깃함은 참치에 뒤지지 않는다. 그래서 늘 뱃살 쟁탈전이 벌어진다. 내 뱃살은 남에게 떼어주고 싶은데, 남의 뱃살은 하나라도 더 가져오고 싶다. 뼈째썰기는 알았지만 '뼈다대기'는 여기서 처음 보았다. '뼈다대기'는 등뼈 및 갈비뼈를 다진 양념처럼 잘게 썬 것이다. 씹기에 쉽지 않은데 아예 머리까지 이렇게 썰어 달라는 사람이 있다니 놀랄 노릇이다. 민물고기 회를 먹다 보니 바다고기는 싱겁게 느껴진다. 바다가 민물보다 짠데 거기서 나오는 회는 정반대라니 신기한 세상이다. 이번에는 잉어찜 한 냄비가 나왔다. 잉어는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 잉어찜의 진한 국물을 맘껏 먹었다. 이따끔 잔뼈가 콕콕 찌른다. "저는 수명이 평균 20년이고 70∼80년까지 사는 경우도 있어요. 알고 드세요." 이 국물에다 라면사리를 넣었더니 또한 별미다. 잉어찜 먹을 때 "오늘 들어온 싱싱한 놈으로 해 달라"는 소리는 하지 마시라. 한 이틀 수족관에서 재워 잡냄새를 빼내야 먹기에 좋다. 양파와 생강을 얹어서 먹는 장어구이도 맛이 있다. 아뿔싸, 이것저것 먹다 보니 매운탕을 못 먹었다. 바다고기로 끓인 매운탕에서 시원한 맛이 난다면, 민물고기 매운탕에서는 구수하고도 깊은 맛이 난단다. 물금읍이 고향인 정무영(42) 사장은 "가게에 어머니의 사진을 걸어놓고 장사를 하다 보니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아예 할 수가 없다. 항상 좋은 재료를 쓰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잉어와 향어 회가 한 접시(2㎏) 3만원(바다고기에 비해 양이 훨씬 많다), 잉어찜 소(小) 2만5천원, 장어구이 1인분 1만5천원.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영업. 셋째 월요일에는 쉰다. 남양산IC에서 원동 방향으로 1022호 지방도, 동방탕 맞은편. 055-384-3535. 김해에서 강줄기 모르면 간첩-사쿠사쿠 김해시 서상동 '사쿠사쿠'에서 두툼한 돼지등심으로 만든 로스가스.김해시 서상동은 '김해의 명동'이라고 불리던 곳이다. 지금도 서울의 명동이나 부산의 광복동 같은 분위기가 난다. 김해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에게 서상동의 '강줄기'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김해에서 강줄기 모르면 간첩"이라고 했다. 돈가스 같은 양분식부터 한정식, 제과점까지 아울렀던 '강줄기'는 김해의 명소였다. 김해 학생들, 여기서 미팅도 많이 했단다. 뒷주머니에 도끼빗 꽂은 DJ도 있던 시절이었다. 선생님들은 종례시간에 "수업 마치고 '강줄기' 가지 마라"는 이야기를 입버릇처럼 했다. 빵 몇 개 올려두고 설레며 미팅하던 그 시절, 아! 그리워라. 강줄기는 강이 바다로 흐르는 것처럼 막힘이 없으라는 의미라니 이름대로 되었다. 퓨전레스토랑 '사쿠사쿠'는 지금도 간판 한쪽에 '강줄기'라고 이전 이름을 같이 적어 놓았다. 강줄기란 이름을 보고 찾아와 반가워하는 손님들이 지금도 있다. '강줄기'란 이름은 현재 '사쿠사쿠'로 바뀌었고, 주인도 아들 부부인 김상률(33), 이선 부부로 바뀌었다. 사쿠사쿠는 반조리, 반가공 식품을 사용하지 않고 모든 음식을 즉석에서 조리한다. 조금 시간이 걸리지만 단골들은 익숙해져 이해해 준다. 마음에 드는 영업방침에 마음에 드는 손님들이다. 먼저 크림수프가 나왔다. 아이들이 먹으러 가자고 졸라댄다는 그 맛이다. '야끼우동'부터 맛보았다. 은근히 중독성이 있는 맛, 달착지근하면서도 자극적이다. 계 모임이 열리면 야끼우동은 불티난다. 로스가스는 두툼한 돼지 등심으로 만들었다. 고기 씹는 질감이 바삭바삭한 게 마음에 든다. 고기에 소스를 부어 나오는 게 아니라 깨를 넣은 소스에 직접 찍어 먹도록 했다. 소스 맛도 좋지만 직접 찍어 먹도록 한 일식 돈가스의 방식이 맘에 든다. 상하이스파게티는 이곳에서 처음 맛보았다. 야끼우동보다 덜 달아서 입맛에 맞는데 약간 매콤한 맛이 나고 고추기름이 들어서 중국 요리를 먹는 기분도 든다. 열심히 먹다 보니 얼얼한 게 땀까지 난다. 땀과 함께 스트레스는 사라진다. 돈가스와 함께 나오는 밥이 꼬들꼬들한 게 맛이 있다. 철판돈가스는 밑에 야채를 깔고 돈가스를 올리는 것인데 어르신들이 좋아한다. 김상률 사장은 "부모님께서 가게에 오면 장사하게 된다고 못 오게 했지만 이렇게 대를 잇게 되었다"며 "부모님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도록 작은 일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집이다. 로스가스(6천500원), 상하이스파게티(8천300원), 철판돈가스(8천500원).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 영업. 첫째, 셋째주 월요일에 쉰다. 김해 동상시장 입구에 있다. 055-322-3500.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 지역의 빛으로 독자의 희망으로 - 지방제휴사 / 부산일보 |
'쉼터 > 맛 있는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북안동] '여왕의 밥상'…안동의 음식 (0) | 2010.03.09 |
---|---|
[강원양구] 꿀 바른 오리구이 (0) | 2010.03.09 |
[대구중구]일식(오코노미야키) (0) | 2010.03.09 |
[대전동구] ´왕뚜껑 삼겹살´ 담백·고소... 솥뚜껑 생삼겹의 참맛 (0) | 2010.03.09 |
향토적인 별미 음식 30 가지 (전국) (0) | 2010.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