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김한중 연세대 신임 총장
16대 연세대 총장으로 선임된 김한중 신임 총장은 학교 분위기를 살리고 안정된 재원과 우수 교원을 확보해 2012년까지 세계 100대 대학에 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훈구 기자 |
고려대에 이어 연세대도 2월부터 새로운 총장을 맞는다. 때마침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인 21일 김한중(60·의과대) 신임 총장과 만난 연세대 캠퍼스의 스팀슨관 주변은 상아탑의 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할 만큼 아름다웠다.
재수 끝에 총장에 선출된 김 총장은 보건대학원장과 연세비전연구위원장, 행정대외부총장 등 오랜 행정 경험을 한 때문인지 연세대의 현황과 발전 방향을 구체적인 통계를 들어가면서 열성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선거기간에 발표한 ‘연세대 발전계획’ 자료부터 보여주며 “요즘 연세대가 침체됐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실제 지표나 성과보다는 홍보가 부족해 동문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며 “우선 가라앉은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연세대 구성원들이 상승된 분위기 속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를 나누어 발전 방안을 그리고 있다.
“2012년에는 세계 100대 대학으로 올라서고 2020년까지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겠습니다. 연세대를 일등이자 최고로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입니다.”
김한중 총장 | |
1948년 서울 출생 1967년 서울 대광고 졸업 1974년 연세대 의과대학 졸업 1984년 서울대 보건학 박사 1982년 연세대 의대 교수 1997∼2002년 연세대 사회교육원장 보건대학원장 2000∼2002년 보건행정학회 회장 2004∼2006년 연세대 행정대외부총장 2006년∼ 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 |
김 총장은 이를 위해 4가지 단기 전략을 마련했다. 경쟁력 있는 학교를 만들려면 튼튼한 재정이 기본인 만큼 임기 4년 동안 경상수지를 흑자로 만들고, 기금을 현재의 2배 정도로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김 총장은 특히 우수 교원과 우수 학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학교 성공의 핵심 요소는 우수 교원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입니다. 현재 우리 교원을 더 잘 지원하고 해외 석학도 적극 유치해야죠. 언더우드 교수를 확대하고, 해외 석학 초빙기금도 모을 겁니다.”
연세대의 언더우드 교수는 연구 업적이 뛰어난 교수에게 연봉 외에 연간 3000만 원을 더 지원하는 제도로 현재 4명이 있다. 언더우드 교수를 2012년까지 40명 이상으로 늘리고 지원액을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 석학도 방학 등을 활용해 2012년에는 연간 20명 정도 초빙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총장은 “행정개혁을 위해 조만간 외부 기관에 직무 분석을 의뢰해 직원들이 현장과 밀착되도록 조직을 개편하고, 궁극적으로는 학과·학부 단위의 분권이 이뤄지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송도캠퍼스를 통한 국제화와 학교 위상 강화에 특히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공약으로 내세운 1조 원 기금 모금도 8000억 원은 송도캠퍼스와 연관된 비용이다.
“2012년까지 송도캠퍼스를 개교해 인바운드(inbound) 국제화를 완성하겠습니다. 연세대 출신이면 세계 어디서나 스카우트하려는 인재로 키우겠습니다. 송도캠퍼스 개발 방식이 자체 개발에서 공영개발로 바뀌면서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는 게 제 임무입니다.”
그는 등록금 인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연세대 등록금은 사립대 중에 7∼9위예요. 교육이 뒤떨어지지 않는데 경쟁 대학보다 적게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10년 이상 등록금을 적게 받으면 경쟁 대학보다 뒤질 수밖에 없습니다. 등록금 인상이 학생 학부모에겐 가슴 아픈 일이지만 경쟁력을 높이려면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김 총장은 “장학금을 늘려 학생이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대학 자율화와 대학 입시 등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 듯했다.
“당장 대학이 자율을 얻을 것 같은 분위기이지만 단순한 문제는 아닙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대입 입시뿐만 아니라 각종 행·재정 제재를 들어 정부 정책에 얼마나 순응하느냐에 따라 대학을 흔들었습니다.”
그는 이런 사례로 의학전문대학원을 들었다. ‘2+4, 4+4’ 등 의대들이 다양한 의사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획일적으로 의학전문대학원 도입을 강요해 난맥상이 빚어지고 있는 만큼 ‘작은 정부’를 통해 선택과 자율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 ‘농어촌특별전형’ 아이디어를 냈던 김 총장은 대학도 사회적 책무와 입시의 예측 가능성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2009학년도부터 입시제도를 바꾸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리더십이 특출나거나 연세대와 인접한 구의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 등 다양한 입시제도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3불정책 중 기여입학제는 제 임기에는 실시하지 않을 겁니다. 고교등급제는 부정적인 용어 때문에 오해가 있지만 성적순 서열화가 아니라 학교마다 고유한 특성이나 학풍을 반영하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정부의 대학 자율성 훼손과 입시문제, 사립학교법 개악 등 교육 현안에 대해 얘기하던 그는 총장의 사회적 책무 대목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총장들이 필요할 때 침묵하는 바람에 잘못 결정된 사안들이 있었습니다. 총장이 사회를 향한 선지자적 목소리를 내야 할 때는 서릿발 같은 기개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총장은 고려대와 관련해서는 “서울시장 2명과 대통령을 배출할 정도로 사회지도력을 발휘하고 최근 발전하는 모습은 우리에게는 큰 자극제이고 벤치마킹할 만하다”며 “대학 발전을 위한 선의의 경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이 기사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이연우(22·연세대 국문학과 2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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