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이 오는 3월 말 추진하려 했던 금강산 신계사 순례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통일부는 최근 조계종과 조선불교도연맹이 2월 18일 개성에서 열기로 한 ‘금강산 신계사 순례’ 실무회담을 불허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계종에 따르면 통일부는 남북 실무회담 하루 전인 2월 17일 “남북 정세가 좋지 않다”며 조계종 측 관계자들의 방북을 일방적으로 불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남북 실무진은 ‘금강산 신계사 순례’에 대한 일정 및 순례단 규모 등에 대한 실무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통일부의 방북 불허 결정으로 무산됐다. 이에 따라 당초 3월 말 남측 불자 4000여명이 금강산 신계사를 순례하려던 계획조차 불확실해 지고 있다.
때문에 교계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남북 불자들의 순수한 민간교류조차 막으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또 최근 만취 경찰의 스님 폭행에 이어 국정원 직원의 조계사 외압 등으로 현 정부에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는 불교계를 길들이기 위한 고도의 전략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특히 오는 6월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주관으로 평양에서 대규모 남북 공동기도회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현 정부가 기독교 눈치 보기에 급급해 불교계의 금강산 순례를 미루려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대북 관계에 있어서 먼저 정부가 만나고 뒤에 민간의 교류를 허락한다는 기조 때문에 이번 남북 불교 접촉을 불허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 불자 4000명의 금강산 신계사 순례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경색된 남북관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1월 30일 평양을 전격 방문, 조불련 측과의 협의를 이끌어 냄으로써 탄력을 받게 됐다. 특히 자승 스님은 방북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색된 남북 관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측의 지속적인 교류가 중요하다”며 “불자들의 금강산 신계사 순례는 남북 화해의 물꼬를 트는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는 말로 남북불자들의 만남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통일부의 ‘선정부후민간’이라는 대북 관계 기조에 대해서는 십분 이해하지만 접촉 하루를 앞두고 불허를 통보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며 “반드시 불자들의 여망인 금강산 신계사 순례가 성사될 수 있도록 종단의 모든 역량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현재의 남북 경색을 풀기 위해서라도 통일부가 민간 교류에 대해 조금은 유연한 자세를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1037호 [2010년 02월 19일 1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