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여 년 간 조·태 분규의 상징이었던 신촌 봉원사에 대한 양 종단의 소유권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고등법원 민사20부(재판장 지대운)는 조계종과 태고종이 제기한 신촌 봉원사 소유권 소송과 관련해 1월 29일 토지 분할을 통해 양 종단이 소유권을 나눠 갖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강제조정안을 발부했다. 조정안에 대해 양 종단이 2월 15일까지 이의제기를 하지 않을 경우 지난 50여 년 간 이어져 온 신촌 봉원사 소유권 분쟁은 일단락을 짓게 된다.
법원이 제시한 강제조정안에 따르면 신촌 봉원사 전체 토지 33만 6570㎡(10만 1990평) 가운데 법당, 요사채를 비롯해 대웅전 뒤편 후사면 토지 26만 660㎡(7만 8987평)에 대한 소유권은 태고종이, 나머지 토지 7만 5910㎡(2만 3000여평)에 대한 소유권은 조계종이 갖는 것으로 했다. 또 그 동안 논란이 됐던 요사채 3곳에 대해서는 조계종이 소유하고 대신 이전비용으로 7억 5000만원(요사채 1곳 당 2억 5000만원)을 태고종에 지급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봉원사 입구 주차장 부지와 부도 등이 조성돼 있는 비림은 태고종이 소유키로 했다.
이와 함께 1960년대 태고종이 제3자에게 매도해 소유권 조정과정에서 최대 쟁점이 됐던 토지 6674㎡(2022평)에 대해서는 조계종이 갖기로 했다. 그러나 이 땅은 현재 제3자가 점유하고 있고 또 조계종이 이 땅에 대해 ‘점유취득시효소송’을 진행하고 있지만 소유권을 완전히 넘겨받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때문에 법원은 만약 조계종이 이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태고종이 동일한 면적의 토지를 대토하라고 결정했다.
이번 강제조정안은 조계종과 태고종이 강제조정에 앞서 각각 제출한 합의안을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알려져 양 종단이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조계종 중앙종회 신촌봉원사 특위는 “양 종단의 화합 차원에서 100% 만족할 수 있는 결과는 아니지만 수용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고, 태고종도 아직 공식 입장을 드러내고 있지 않지만 이를 수용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높다.
양 종단이 강제 조정안을 수용할 경우 조계종과 태고종은 지난 50년간의 지속돼 온 뿌리 깊은 갈등의 골에서 벗어나 화해와 협력,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법원의 판결을 통한 결정이 아니라 양 종단의 합의를 토대로 봉원사에 대한 소유권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순천 선암사 등 나머지 분규 사찰에 대한 갈등의 고리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소통과 화합’을 표방한 조계종 제33대 총무원 집행부가 출범과 동시에 태고종과의 해묵은 갈등을 풀었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촌봉원사 특위 위원장 성직 스님은 “양 종단이 서로 협력하고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이번 조정안으로 신촌 봉원사 문제가 타결된다면 양 종단은 갈등의 구조에서 벗어나 협력과 상생의 시대를 열어가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조계종 중앙종회 신촌봉원사 문제 해결 특위는 2월 8일 오전 회의를 열고 법원의 강제조정안에 대한 수용여부를 검토할 예정이고 태고종 봉원사도 2월 9일 산중총회를 열고 최종 입장을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035호 [2010년 02월 03일 1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