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조계종

중들은 절을 떠나고 스님들만 남으시요

淸潭 2010. 3. 20. 12:27

“해인사 토지매각 승인 유보하라”
종회 총무분과, 19일 총무원에 긴급 공문
“해인사 각종 의혹 해소 전에 안돼” 밝혀
총무원 승인 움직임에 제동…강행땐 갈등
기사등록일 [2010년 03월 19일 20:43 금요일]
 

합천 해인사(주지 선각)가 ‘대장경 천년 엑스포’를 빌미로 사찰 토지를 매각하려 해 종단 안팎에서 거센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조계종 중앙종회가 총무원에 공문을 발송, 토지 매각 승인을 유보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총무분과 ‘해인사 현안 조사 소위원회’(위원장 진화)는 3월 19일 총무원 감사국과 재무부에 긴급 공문을 발송, “현재 중앙종회 차원에서 해인사의 토지 매각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토지 매각 승인을 유보해 줄 것”을 요구했다.

중앙종회가 사찰 토지 매각과 관련해 총무원에 긴급 공문을 발송해 승인 유보를 요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최근 종단 안팎에서 선각 스님에 대한 비판여론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총무원이 해인사가 요청한 토지매각을 승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한 경고 차원으로 풀이된다.

소위원장 진화 스님은 “지난 3월 4일 총무분과위원회는 소위원회를 구성, 최근 해인사와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진행하기로 결의했다”며 “그럼에도 최근 총무원이 해인사 토지 매각 요청을 승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중앙종회의 결의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 총무원은 최근 부실장 간담회에서 “해인사 토지처분과 관련해 무작정 유보할 수만 없는 것 아니냐”며 “승인 여부에 대해 빨리 판단해야 한다”며 이른 시일 내에 승인여부를 결정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모 부장 스님은 “전임 집행부가 해인사 토지 처분 승인요청을 반려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며 “전임 집행부의 잘못된 판단을 무조건 따라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등 해인사의 매각 승인 요청을 적극 옹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32대 총무원 집행부 한 관계자는 “천년 고찰 해인사의 옥토를 지키기 위해 매각승인을 반려한 것을 두고 정치적 판단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상식 밖의 발언”이라며 “전통사찰의 땅 한 평조차 소중히 여긴 전임 집행부의 공로를 평가절하 하는 것도 모자라 정치적 판단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조차 없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전임 집행부가 해인사의 강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매각 승인을 반려한 것은 합천군청 관계자를 만나 충분한 협의한 끝에 ‘행사기간 동안 임대도 가능하다’는 답변을 얻었기 때문”이라며 “이런 노력도 없이 무조건 매각승인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 오히려 더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중앙종회가 매각 승인 보류를 요구함에 따라 총무원이 당장 해인사 토지매각 승인을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칫 총무원이 매각 승인을 강행할 경우 중앙종회와의 강한 대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총무원 한 관계자는 “중앙종회가 긴급 공문을 발송해 매각 승인 보류를 요청한 이상 총무원이 무리하게 강행하기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해인사 토지 매각 승인 여부의 최종 결정은 중앙종회의 진상조사가 끝난 이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041호 [2010년 03월 19일 2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