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
40나노미터(nm) 32기가비트(Gb) 낸드플래시메모리 반도체 개발로 ‘플래시토피아’ 시대의 문을 활짝 연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사장. 집무실에서 본보 기자와 만난 그는 “2010년까지 매출 400억 달러로 명실상부한 반도체 세계 1위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사장은 ‘화려함’이라는 수식어와 잘 어울리는 최고경영자(CEO)다. 그의 손에 의해 탄생된 제품들이 모두 ‘최초’, ‘최고’라는 말과 함께하고 있다. 게다가 청중을 압도하는 프레젠테이션 능력과 상대를 탄복하게 하는 말솜씨 역시 그를 화려하게 만든다. 최근 황 사장은 40나노미터(nm) 32기가비트(Gb) 낸드플래시메모리 반도체 개발에 성공해 ‘플래시토피아(Flashtopia)’ 시대의 문을 활짝 열며 다시 한번 반도체 역사를 새로 썼다. 특히 같은 크기의 반도체에 메모리 저장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려 집적도를 높이는 신기술인 차지트랩플래시(CTF·Charge Trap Flash) 개발에 성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15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빡빡한 일정에 따른 피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우 밝은 표정이었다.》
―반도체 사업의 미래를 어떻게 예견하십니까. 또 삼성전자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이동통신과 디지털 소비 시장이 확대되면서 향후 4, 5년 동안 메모리가 반도체 시장을 주도할 겁니다. 다양한 퓨전(융합) 테크놀로지시대가 열리면서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제품이 쏟아져 나올 거예요. 특히 생명공학기술(BT)과 반도체 기술이 결합하면 엄청난 폭발력을 가질 겁니다. 반도체로 병을 진단하고 유전자 정보를 바꾸는 세상이 오는 것이죠.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된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고 현재 가장 앞서 가고 있습니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는 아직 삼성전자가 인텔에 뒤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중앙연산처리장치(CPU)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인텔이 반도체 시장을 주도해 왔지만 더는 아닙니다. 이제는 메모리시대입니다. 정보기술(IT)이 발전할수록 다양한 메모리 제품의 수요가 생기고 있고 시장도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어요. 이제는 인텔도 새 제품을 내놓기 전에 삼성과 세부적인 내용까지 협의합니다. 특히 삼성은 PC, 모바일, 시스템 칩 등에서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인텔에 비해 훨씬 유리합니다. 매출은 인텔의 60% 수준이지만 이익률은 삼성이 더 높습니다. 앞으로 삼성반도체는 매년 20% 이상 성장해 2010년에는 매출 400억 달러(약 38조 원)로 인텔을 앞설 수 있을 것입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반도체 사업에 어떤 영향을 줬습니까.
“이 회장은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R&D)’에 대해 일관되고 깊이 있는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20년 가까이 매년 수조 원씩 반도체 투자에 쏟아 부은 것도 이 회장의 판단입니다. 결국 이 회장의 철학이 오늘의 ‘삼성반도체’를 만든 것이죠. 세계적인 IT 기업들도 경기 변동에 따라 투자를 축소하고 새 연구를 중단했지만 삼성은 다른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잭 웰치,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등이 시대 흐름을 엮어 낼 수 있는 경영자라면 이 회장은 경영을 철학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경영 철학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삼성은 인재 경영을 강조해 왔는데요. 핵심 인재를 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그들에게 비전과 목표를 주고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있습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그들과 수시로 만나 멘터링도 합니다. 특히 밖에서 새로운 인재를 데려오는 것 이상으로 내부의 인력 중에서 핵심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인력 운용과 조직 관리에 남다른 노하우가 있습니까. 본인의 카리스마에 대해 평가한다면….
“인력 운용은 ‘가장 적절한 인물을,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위치에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일을 맡기면 권한을 주고 지원해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줍니다. 또 합리적이고 유연하게 판단해야 미래 산업에 대한 변곡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조직 내부에서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도록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큰 목소리로 지시하고 밀어붙이지 않지만 의사 결정은 가급적 신속하고 정확하게 내리려고 노력합니다.”
용인=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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