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판결에 이념·주관 개입… 대법 판례 무시도
강기갑 의원 무죄 등 '문제적 판결' 속출… 요즘 법원 왜 이러나
운동권 법조계 대거 진출 후 '튀는 판결' 늘어나는 추세
미리 결론 내놓고 짜맞추기 속칭 '기교 司法' 신조어도
작년 12월 2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청사 대강당. 300여명 판사 가운데 170여명이 참석한 판사회의 도중, 일부 부장판사들이 문밖으로 빠져나왔다. 이날 회의에선 일부 젊은 판사들이 '판사들을 특정 재판부에 지정하는 데 평판사도 참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장 권한인 판사들의 인사에 평판사도 참여해야 한다는 이들의 거침없는 주장이 못마땅해 부장판사들이 아예 자리를 피해버린 것이다. 얼마 전 서울고법의 한 현직 부장판사의 토로. "지난해 진보성향 판사모임이라는 '우리법 연구회' 회원 명단이 공개됐을 때 명단을 훑어보다가 깜짝 놀랐다. 내 배석을 지낸 후배 판사 중에도 두 명이나 있는 것 아닌가. 그들과 회식하면서 우리법 연구회를 비판했던 적이 많았는데, 이젠 말조심해야겠다."
법원이 갈등 속에 휘말려 있다. 이념으로 나뉘고, 세대로 갈리고, 법원장과 평판사들은 인사권 문제로 갈등한다. 작년 3월 터진 '신영철 대법관 촛불재판 개입사태' 때는 법원행정처가 재판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를 만들자, 평판사들이 따로 연구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 ▲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강기갑 민노당 의원의‘공중부양’무죄판결과 용산사건 수사기록 공개에 대한 위법성 시비로 법원이 안팎에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법원이 사회 갈등을 조장?
법조계에선 "요즘 법원을 보면 사회갈등을 '조정'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회갈등을 '조장'하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이른바 진보성향 판사들이 양산해내는 '튀는 판결'들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고, 법원 내부에서조차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이 속출하는 경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예컨대 작년 서울남부지법 마은혁 판사가 내린 민노당 당원 공소기각 판결이나, 지난 14일 같은 남부지법 이동연 판사의 강기갑 의원 무죄판결은 여당과 야당, 보수단체와 진보단체 간의 다툼으로 옮겨 붙어 갈등을 더 키우고 있다.
하창우 전 서울변회 회장은 "지난 정권에서 진보성향을 드러내면 주목받고 인정받는 것을 보면서 판사들이 혹시 '그래도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거침없는 튀는 판결들
판사들이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대법원 판례가 하급심에서 무시되는 경우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민주당도 문제인데 민노당 당직자만 처벌한 것은 공소권 남용'이라는 마은혁 판사의 공소기각 판결은 "검찰이 공동피의자 중 일부만 기소해도 공소권 남용이 아니다"라는 대법원 판결과 정반대다. "거액 내기골프는 도박"이라는 대법원 판례에 반하는 억대 내기골프 무죄 판결도 있었다.
법조계에선 판사가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사실관계 해석이나 법리 해석을 꿰맞춘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판결들도 종종 있다고 지적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그런 판결을 일컫는 '기교(技巧)사법'이라는 신조어도 있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교조 관계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과 '체포경위서'를 붙여 내면서 검찰 직원이 실수로 '긴급체포'라고 표시했는데, 판사가 '긴급체포인지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인지 불확실하다'며 영장을 기각시킨 적도 있다"고 했다. 뻔히 알 수 있는 일인데도 절차상의 작은 실수를 이유로 특정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했다는 것이다. 고위법관 출신의 로펌변호사는 "튀는 판결이나 짜맞춘 듯한 판결을 보면, 국민의 보편적 양심이 아니라 판사 개개인의 '주관적'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한 듯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왜 이러나
법조계에선 1990년대 후반부터 법조인 선발인원이 늘어나면서 판사들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다양해 진 것을 중요한 원인으로 꼽는다. 이른바 '운동권'들이 대거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검사에 임용됐다는 것이다. 1997년엔 사법연수원생 180여명이 노동계 총파업 지원 성금을 모은 일로 검찰이 진상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법원장 출신의 변호사는 "젊은 판사들이 기존 판례나 관행에 도전을 하고 개인논리와 해석을 가미하면서 튀는 판결을 만든다"고 진단했다. 고참판사들이 법조문과 판례의 보수적 해석을 통해 결론을 내려왔다면, 상당수 젊은 판사들은 판결로 세상을 바꾸자는 이른바 '사법적극주의' 경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단순한 사법적극주의를 넘어 자신의 이념을 판결에 개입시키거나, 지난 정권 때 그랬듯이 튀어야 요직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판사들도 있는 것 같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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