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조절/당뇨조절및 치료

명의를 찾아서 |강남성모병원 내분비내과 당뇨 전문의 손호영 교수

淸潭 2009. 9. 7. 19:51

명의를 찾아서 |강남성모병원 내분비내과 당뇨 전문의 손호영 교수

이코노믹리뷰|기사입력 2008-01-13 16:45


◇“당뇨병, 평생 관리만 잘하면 건강한 사람보다 더 오래 살아” ◇

“1980년대 20대 젊은 미모의 여성 두 명이 비슷한 시기에 나를 찾아왔다. 당뇨 초기 환자들이었다. 하지만 두 여성의 결말은 달랐다. 한 여성은 규칙적인 식습관을 지키며 항상 혈당을 수첩에 적어 기록했다. 노력하는 여성이었다. 결과 건강을 되찾아 얼굴도 예뻐지고 결혼해 아기도 낳고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행복한 가정을 꾸미며 살고 있다. 또 한 여성은 게으른 편이었고 당뇨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결국 급성 만성 합병증에 걸렸고, 후회를 할 즈음은 너무 늦은 때였다. 그리고 그녀는 얼마 안 돼 사망했다.

당뇨는 서서히 진행되는 병이라 암보다 무서운 병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뇨에 걸려도 무시한다. 그러다 합병증에 걸려 위기에 닥치면 부랴부랴 병원에 달려오지만 그때 가서 열심히 하려 해도 소용이 없다. 당뇨는 본인의 의지가 중요한 생활습관 병이다. 극복해야겠다는 의지와 정성을 들여야 한다.”


                                                                   
손호영(60) 교수는 당뇨병 환자도 관리만 잘하면 보통 사람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루에 100명 이상의 당뇨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손 교수는 한국인의 경우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생산 능력이 낮아 선천적으로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당뇨환자의 대부분은 50∼70대다. 이들의 신체는 과거 못살던 시대에 적응돼 있다. 음식을 먹으면 인슐린이 나오는데 갑자기 많이 먹으면 이를 감당하기 힘들게 된다. 엔진 출력이 작은 소형 자동차가 1∼2명을 태우고 다닐 때는 괜찮다가 승객 4∼5명을 태우고 짐을 잔뜩 싣고 달려 문제가 생기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하지만 최근 젊은 층에서도 당뇨환자가 늘고 있다. 현재 국내 당뇨병 환자가 인구의 8%이고, 매년 27만 명의 신규 환자가 나오고 있다. 당뇨병 치료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출하는 돈이 전체 의료비의 20%를 차지한다. 암(癌)보다 많다. 이런 추세라면 2030년에는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한 사람이 당뇨병 환자가 된다는 분석이다. 우리보다 경제 성장이 앞선 일본의 당뇨병 급증이 그랬다.

4kg이상 아이 분만 했으면 ‘요주의’

손 교수는 “당뇨 위험 인자가 있는 사람은 비만이거나 가족 중 당뇨환자가 있거나 여성의 경우 4kg 이상의 아이를 분만했거나, 고혈압이 있는 사람, 중성지방이 높은 사람이다. 특히 45세 이상이며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 지수가 25 이상인 사람은 당뇨 전 단계에 속하는지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당뇨병은 우리 몸에서 혈당을 조절해 주는 인슐린 분비에 장애·저항성이 동반될 경우 나타나는 증상이다. 인슐린은 혈액 속 포도당 양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것으로 혈당량이 높아지면 분비되며 혈액 안의 포도당을 세포로 유입시킨다. 인슐린 합성과 분비가 잘 이뤄지지 않거나 충분하게 기능을 하지 못하면 포도당을 함유한 오줌을 배설하는 당뇨병이 발생할 수 있다.

당뇨병의 종류는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췌장에서 인슐린이 충분히 생성되지 못할 때 발병하는 ‘제1형 당뇨병’과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인슐린이 잘 안 나오는 ‘분비 장애’와 인슐린은 분비되지만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지는 ‘인슐린 저항성 증후군’인 ‘제 2형 당뇨병’이 있다. 한국의 90% 이상이 제 2당뇨에 걸릴 확률이 높으며 다른 말로 성인 당뇨라고도 하는데 진행성 질환으로 치명적이다. 환자 상태에 따라 운동, 식사요법, 약물요법 등을 적절히 병행해 치료한다.

서서히 신체를 공격하는 ‘침묵의 살인자’

그리고 ‘임신성 당뇨병’이 있는데 평상시에는 정상 혈당을 유지하다 임신을 하면서 혈당 수치가 높아진다. 문제는 당뇨병이 임신 뒤에도 지속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 실제 이런 임신부 중 출산 후 당뇨병 환자로 남는 경우가 23%나 된다. 나머지는 ‘기타 당뇨병’이 있다.

이런 당뇨병으로 발병하는 합병증은 안과질환, 신장질환, 신경손상, 심장질환, 뇌졸중, 말초혈관질환 등이 있다. 당뇨병을 앓은 후 10~20년이 되면 합병증이 생긴다. 고(高)혈당이 혈관과 신경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당뇨 환자의 70%가 뇌졸중과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당뇨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손 교수는 “당뇨병에 걸리기 전 단계 당뇨환자들은 보통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당뇨에 가까워져야 증상이 나타나는데 허기가 지고 입이 마르고 소변도 자주 나온다. 다뇨(多尿), 다음(多飮), 다식(多食)의 삼다(三多)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런 증상이 나오면 동시에 체중이 빠진다. 이는 이미 당뇨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으로 위험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심해지면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당뇨병을 조기에 알려면 혈액 검사를 받아야 한다. 보통 40대가 되면 정기적으로 혈당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전 단계 당뇨병 환자인 경우 미리 발견해 조기 치료하면 정상화될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기술이 좋아져 합병증이 생겨도 수술이 가능하지만 정도가 심해지면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에 걸린 환자들이 무엇보다 궁금해하는 것은 완치가 가능한지 여부다. 손 교수는 “현재 우리 의학 수준에서는 어렵다. 대신 당뇨병 환자들에게 치료대신 관리라는 말을 쓴다. 평생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보통 환자들은 평생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하면 실망한다. 의식주를 바꿔야 한다는 것인데 현재 건강한 사람들도 당뇨환자들의 규칙을 따르면 더욱 건강해 진다. 오히려 규칙적인 생활을 잘 지키는 당뇨병 환자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규칙만 잘 지키면 뭐든 먹을 수 있어

그렇다면 당뇨병 환자들이 지켜야 할 필수항목은 무엇일까.

우선 당뇨식 섭취이다. 당뇨식은 3대 영양소인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으로 나눠지는데 이 비율을 100기준으로 탄수화물 60%, 단백질 20%, 지방 20% 비율로 식사를 하는 게 가장 적당하다.

두 번째는 정기적인 운동이다. 보통 당뇨병 환자들에게는 걷는 것부터 운동을 시키는데 약간 빠른 걸음으로 하루 40분(1분에 100보 속도), 일주일에 4번 정도가 적당하다. 삼가야 할 음식으로는 당분이 들어 있는 음식이나 짠 음식이며 지방 섭취를 줄여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당뇨병 환자들에게 이 항목이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당뇨 주치의를 정해 생활 습관 규칙을 교육받고 정기적인 진료를 받는 것이 필수다. 당뇨병 치료는 의사·간호사·영양사·운동치료사 등이 팀을 이뤄 종합적으로 해야 한다.

한편 한국 사람들 대부분이 당뇨 환자들은 현미를 먹어야 한다고 알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손 교수는 “현미를 먹지 않는 외국인은 어떻게 봐야 하나. 오해”라고 강조했다.

현미나 잡곡은 몸에 천천히 흡수가 되어 혈당이 천천히 올라가는 것일 뿐 쌀과 칼로리는 같다. 현미만 먹어서는 안 된다. 경우에 따라 쌀도 괜찮다. 흑백논리를 생각하면 된다는 것. 당뇨에 안 좋다는 말만 듣고 무조건 안 먹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얘기다. 전문가의 조절에 따라 규칙만 지켜주면 당뇨병 환자도 어떤 음식이든 먹어도 된다. 대신 주치의 영양사와 상담을 받은 뒤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He is… ◇

36년 당뇨 외길, 인슐린 연구 권위자

이름 때문에 붙여진 어릴 적 별명이 씩씩한 손오공이었지만 손 교수는 어릴 적부터 몸이 약했다. 그래서 손 교수에게 의학계 몸담고 있던 친척 중 한 명이 “자신의 몸도 챙기고 남도 보살피는 의사가 돼 보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그 제안이 귓가에 맴돌아서일까. 손 교수는 결국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가톨릭 의대를 입학하게 된다.

그리고 레지던트 시절 그는 내분비내과 내의 당뇨를 선택하게 된다. 이유는 그가 가장 존경하는 내분비내과의 거두였던 당뇨병 전문의 고(故) 민병철 박사의 권유 때문이었다. 민 박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주치의로 활동하다 1983년 아웅산 폭탄 테러로 세상을 떠났다. 민 박사는 학생 때부터 환자를 대하는 태도, 강의할 때 성실성, 선·후배를 챙기는 품성, 그의 연구 등이 손 교수의 모범이 되었다. 특히 민 박사가 환자를 대하는 태도는 그에게 존경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민 박사는 환자를 거의 섬기는 수준이었다. 환자가 침대에서 내려올 때 슬리퍼를 직접 갖다 주는 등 환자를 직접 보살피는 스타일이었다. 의사도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봉사하는 정신이 있어야 한다는 민 박사의 철학 때문이었다. 특히 생명과 관련된 일을 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는 그의 조언을 명심하며 손 박사는 36년째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손 교수를 찾는 10년 이상의 단골환자만 수백 명에 달한다. 그런 많은 환자들을 관리하는 동시에 손 교수는 회진 때 계단을 이용하는 등 자신의 몸도 챙긴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책을 읽고 모차르트 음악을 듣는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세계문화사》이다. 무슨 직업이든 열심히 하는 게 그의 삶의 철학이라고 강조하는 그는 어머니와 부인, 아들 둘과 함께 살고 있다.

현재 손 교수는 인슐린 효능 연구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으며,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세포가 한국인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연구결과도 손 교수 연구팀의 업적이다. 1972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당뇨병학회 연구위원장, 대한골대사학회 회장,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회장, 대한영양의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고 있다. ‘아시아에서의 당뇨병과 비만의 심각성’ 등 총 국내외 19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