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가 안된다고? 당뇨병 의심해봐야
발기부전 환자 심근경색 위험 3.5배…
뇌졸중 일으킬 확률 47%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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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etty Images 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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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기부전 환자, 당뇨병 10년 빨리 시작
경각심 갖고 생활습관부터 고쳐나가야
‘정력(精力)’의 감퇴는 단순한 성 기능의 문제가 아니다. 정력은 혈관의 게임이다. 이 혈관으로 순식간에 피가 몰려 스펀지 같은 해면체에 피가 고여야 ‘남성’이 완성된다.
따라서 정력이 떨어졌다면 이 혈관에 문제가 생긴 것이며, 장차 더 크고 더 중요한 혈관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경고다. 남성의학 전문의들은 “40대 이후 발기력 감퇴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선 안되며, 경각심을 갖고 위험 요인들을 제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음경 혈관은 ‘외적(外敵)’의 침입을 가장 먼저 알리는 ‘봉수대(烽燧臺)’와 같다. 음경 혈관의 직경은 평상시 약 0.5㎜, 발기하면 약 0.7㎜다. 혈압, 당뇨, 콜레스테롤, 당뇨 등의 요인에 의해 온 몸 혈관에 동맥경화가 시작되면, 샤프심처럼 가늘고 예민한 음경혈관이 가장 먼저 문제를 일으킨다.
따라서 ‘변방의 봉화(烽火)’를 보고 후방에서 전투태세를 정비하듯, 정력이 감퇴되면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홍준혁 교수는 ‘나이가 들어 그러려니…’ 하고 지나치면 수년 이내에 신장혈관, 망막혈관, 심장혈관, 뇌혈관 같은 주요한 혈관들이 연쇄적으로 문제가 생겨 심근경색, 뇌졸중, 신부전, 실명, 발 절단 등과 같은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발기부전과 이런 혈관 질환들과의 상관관계는 역학(疫學)적으로 잘 증명돼 있다. 미국 메이요클리닉 스티븐 제이콥스 교수가 1979년부터 1998년까지 20년 동안 2000명의 남성을 추적 관찰한 결과 발기부전 환자는 같은 연령대 정상인에 비해 심근경색에 걸릴 위험이 약 3.5배 높았다. 제이콥스 교수는 이 결과를 미국심장학회(AHA)에 보고하며 “발기력 감퇴는 인체서 가장 먼저 감지할 수 있는 동맥경화의 첫 증상”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 메사츠세츠주에서 시행된 ‘남성노화연구(MMAS)’ 보고서에 따르면 심한 발기부전 환자는 발기부전이 없는 남성에 비해 10년 내 관상동맥질환이 생길 확률이 65%, 뇌졸중을 일으킬 확률이 47% 더 높았다.
당뇨병도 5~10년 더 빨리 시작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미네아폴리스 심장연구재단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발기부전 환자의 약 50%에게 이미 관상동맥질환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었다.따라서 정력 감퇴를 느끼는 사람은 정력이 아닌 건강을 위해 당장 마음 자세를 가다듬고 생활습관을 고쳐야 한다. 건국대병원 비뇨기과 백성현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은 이상하리만큼 정력식품에 집착하는데,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이 음식들은 정자 생성에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혈관을 손상시키게 된다”며 “하루 2마일(3.2㎞)씩만 걸어도 발기부전 가능성을 절반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는 외국의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정력제보다 생활습관을 먼저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동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최형기 교수는 “흡연과 당뇨, 혈압, 콜레스테롤은 혈관을 직접적으로 손상시키므로 당장 담배를 끊고 만성질환들을 관리해야 한다”며 “정력 감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건강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