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禪이야기

"간화선은 스님들만 하는게 아니다"

淸潭 2008. 2. 25. 19:42
 

"간화선은 스님들만 하는게 아니다"

안국선원 수불 스님

 

“수행법 신비하지 않아… 일상서도 가능”

   

 

진정한 종교의 가르침은 진리를 눈뜨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수행과 실천이 없다면 착각과 위선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가회동 안국선원 3층 법당.

700여 신도가 선원장 수불(修弗) 스님의 법문을 듣고 있었다.

법문 후 신도들은 그 자리에서 좌선에 들었다.

주택가의 소음이 들려오긴 했지만 수백명이 모인 법당엔

숨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침묵이 흘렀다.
 

 

안국선원은 산중(山中)의 선승(禪僧)들이나 가능한 것으로 생각되던

간화선(看話禪)을 시중(市中)에서 일반인들에게 지도함으로써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89년 부산에서 처음 문을 연 이래 서울과 창원, 미국의 휴스턴과 뉴욕,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선원을 둘 정도로 급속히 커가고 있다.

서울 안국선원에는 매일 평균 1500여 신도가 수행에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언론 인터뷰를 사양해왔던 수불 스님은 최근 법문집

‘황금빛 봉황이’(여시아문)를 펴내고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수불 스님은 “그동안 간화선이나 깨달음이 너무 신비화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간화선에 입문하려는 희망자에게 화두(話頭)를 던져 분한 마음과 의심을 일으킨다.
 

 

스스로를 알고자 하는 고민에 빠져있던 이들은 이 화두를 받아 들고

온몸으로 의심에 의심을 거듭하다 화두를 풀었을 때 말 못할 환희심을 느낀다고 말한다.

신도들은 “고정관념의 알 속에 갇혀 있던 내가 알을 깨고 나온 느낌”

“내 마음이 평화로워지면서 남들과 사회에 대한 시선도 긍정적이 됐다”고 말한다.
 

스님은 그러나 한번 화두를 풀어도 계속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짝 해를 봤다가도 다시 구름이 가리면 해는 그 자리에 있어도

 ‘어디 갔나?’ 하고 찾게 된다”는 것.

간화선의 신비화를 거부하듯이 스님은 간화선 수행의 결과도 거창하거나 비밀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마음이 평화롭지 못한 것은 자기 스스로를 모른 채 과거에 집착하고,

미래와 미지에 대한 두려움이 많기 때문”이라며

“간화선 수행은 미지에 대한 두려움을 걷어주기 때문에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간화선 수행은 일상생활이나 사회와 유리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과 사회의 바른 가치관을 세움으로써 세상을 밝혀줄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는 것. 그래서인지 스님은 대화 중 유독 ‘실효성’

‘합리성’ ‘개인과 사회의 이익’ 같은 단어를 많이 사용했고

 “저는 다만 길을 안내하는 길잡이일 뿐 신도분들도 함께 길을 가는 도반(道伴)”이라고 말했다.
 

“바퀴 크기가 서로 다르면 수레는 제자리를 맴돌게 됩니다.

종교만 강조되면 광신, 맹신으로 흐르고, 사회적·속세적인 면만 강조되면

온세상이 명리(名利)만 좇게 됩니다.”


<조선일보 2005/4/1

김한수기자 hans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