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禪이야기

참선곡(參禪曲) /경허선사 (1849~1912)

淸潭 2008. 2. 25. 18:57
 

참선곡(參禪曲) /경허선사  (1849~1912)



홀연히 생각하니 도시몽중(都是夢中)이로다

천만고 영웅 호걸 북망산(北邙山)무덤이요

부귀문장 쓸데없다 황천객(黃泉客)을 면할소냐?


오호라, 나의 몸이
풀 끝의 이슬이요 바람 속의 등불이라
삼계대사(三界大師)부처님이 정녕히 이르사대
마음 깨쳐 성불하여 생사윤회 영단(永斷)하고

불생불멸 저 국토에 상락아정 무위도(無爲道)를
사람마다 못 닦으면 다시 공부 어려우니
나도 어서 닦아보세 닦는 길을 말하려면
허다히 많건마는 대강 추려 적어보세

앉고 서고 보고 듣고 착의긱반(着衣喫飯)대인접화
일체처 일체시에 소소영영(昭昭靈靈)지각하는
이것이 무엇인고?

몸뚱이는 송장이요 망상 번뇌 본공(本空)하고
천진면목(天眞面目) 나의 부처
보고 듣고 앉고 서고 잠도 자고 일도 하고

눈 한번 깜짝할 제 천리 만리 다녀오고
허다한 신통 묘용(神通妙用)
분명한 나의 마음 어떻게 생겼는고?.....

의심하고 의심하되 고양이가 쥐 잡듯이
주린 사람 밥 찾듯이 목마른 데 물 찾듯이
육칠십 늙은 과부 외자식을 잃은 후에

자식 생각 간절 듯이 생각생각 잊지 말고
깊이 궁구하여 가되 일년만년(一年萬年)되게 하여
폐침망찬(폐寢忘饌)할 지경에 대오(大悟)하기 가깝도다
홀연히 깨달으면

본래 생긴 나의 부처 천진면목 절묘하다
아미타불 이 아니며 석가여래 이 아닌가?
젊도 않고 늙도 않고 크도 않고 적도 않고

본래 생긴 자기 영광(靈光) 개천개지(蓋天蓋地) 이러하고
열반진락(涅槃眞樂) 가이없다
지옥 천당 본공(本空)하고 생사윤회(生死輪回) 본래 없다

선지식을 찾어가서 요연(了然)히 인가(印可)맞아
다시 의심 없앤 후엔 세상 만사 망각(忘却)하고
수연방광(隨緣放曠)을 지내다가 빈배같이 떠돌면서
유연중생 제도하면 보불은덕(報佛恩德)이 아닌가?

일체계행(一切戒行)을 지켜 가면 천상인간 복수(福壽)하고
대원력(大願力)을 발하여서 항수불학(恒隨佛學)생각하고
동체대비 마음먹어 빈병걸인(貧病乞人)괄시(恝視)말고

오온색신(五蘊色身)생각하되 거품같이 관(觀)을 하고
바깥으로 역순경계(逆順境界)부동한 이 마음을
태산(泰山)같이 써 나가세

허튼 소리 우스개로 이 날 저 날 다 보내고
늙은 줄을 망각하니 무슨 공부 하여 볼까?]
죽을 제 고통 중에 후회한들 무엇하리
사지백절(四肢百節)오려내고 머릿골을 쪼개는 듯

오장육부(五臟六腑)타는 중에 앞길이 캄캄하니
한심참혹(寒心慘酷) 내 노릇이 이럴 줄을 뉘가 알고
저 지옥과 저 축생(畜生)에 나의 신세 참혹하다
백천만 겁 차타(蹉陀)하여 다시 인신(人身) 망연(茫然)하다

참선(參禪)잘한 저 도인 (道人)은 서서 죽고 앉아 죽고
앓도 않고 선세(蟬세)하며 오래 살고 곧 죽기를
마음대로 자재(自在)하며 항하사수 신통 묘용
임의쾌락(任意快樂)소요(逍遙)하니 아무쪼록 이 세상에

눈코를 쥐어뜯고 부지런히 하여보세
오늘내일 가는 것이 죽을 날에 당도하니
푸줏간에 가는 소가 자욱자욱 사지(死地)로세

예전 사람 참선할 제
마디 그늘 아꼈거늘 나는 어이 방일하며
예전 사람 참선할 제 잠오는 것 성화 하여
송곳으로 찔렀거늘 나는 어이 방일하며

예전 사람 참선할 제 하루해가 가게 되면
다리 뻗고 울었거늘 나는 어이 방일한 고

무명업식(無明業識)독한 술에 혼혼불각(昏昏不覺)을 지나가니
오호라 슬프도다 타일러도 아니 듣고
꾸짖어도 조심(操心)않고 심상(尋常)히 지나가니
혼미한 이 마음을 어이하여 인도할꼬?

쓸데없는 허다분별(許多分別)날마다 분요(紛擾)하니
우습도다 나의 지혜 누구를 한탄(恨歎)할꼬?
지각없는 저 나비가 불빛을 탐하여서

제 죽을 줄 모르도다 내 마음을 못 닦으면
여간계행(如干戒行)소분복덕(小分福德)도무지 허사로세
오호라 한심(寒心)하다

이 글을 자세(仔細) 보아 하루도 열두 때며
밤으로도 조금 자고 부지런히 공부하소
이 노래를 깊이 믿어 책상 위에 펼쳐 놓고
시시(時時) 때때 경책(警策)하소

할 말을 다하려면 해묵서이부진(海墨書而不盡)이라
이만 적고 끝내오니 부디부디 깊이 아소
다시 할 말 있사오니 돌장승이 아이 낳으면
그때에 말하리라



參禪詩/나옹 선사 1320-1376



참선을 실행함에 많은 말 필요없다
다만 말 달리듯 채찍을 더할 뿐
의단이 타파되어 눈을 한번 번쩍뜨면
空劫 이전을 비로소 비추리라.


話頭에 달라붙어 부디 놓치지 말지어다.
엎치고 뒤치면서 [이뭣꼬?] 라고만 하라.
끝없이 의심하여 불덩이처럼 될 때
문득 생사의 긴 꿈에서 깨어나리라.


긴긴 날을 고요히 앉아 좌선하니
한 생각 벽과 같아 온갖 생각 다 잊었네
사무친 의심이 만 생각을 꿰뚫어
봄이 옴도 모른채 江湖를 오갔어라.


화두를 들어 빈틈없이 참구하여
화두 밖에는 아무것도 두지마라.
아무것도 남지 않아 마음에 힘을더니
四方은 고요하여 한 티끌도 일지않네.


시정의 거리든 깊은 숲이든
평야나 들녁 혹은 해안이거나
화두에 몰입된 그에게 있어서는
언제나 적멸의 기쁨뿐이네


뒤도 옆도 보지말고 오직 앞으로만 가라
더 나갈 수 없는 길에서 한 걸음 더 내디딜 때
정녕코 일체 일이 없을 것이며
가시덤풀 속에서도 팔을 저으며 지날것이다.


고고한 절개는 태산처럼 우뚝하고
선정은 길이길이 白鷗처럼 한가하네.
힘 다해 목숨걸고 한바탕 뒤집으면
번뇌 꺼진 맑은 지경 안도 없고 밖도 없네.


話頭의 뿌리는 대의심이다.
그 의심이 눈푸른 달마를 쳐부술 때
마음대로 죽이고 마음대로 살리리니
이로부터 그 악명이 江湖에 가득하리.


참선에 묘함은 날카로움에 있나니
무딘 의심으론 생사를 못 가르네.
의심이 쪼개질 때 허공이 갈라지니
한 줄기 차가운 빛이 古今을 녹이리라.


화두를 참구함에 언제나 간절하여
세간의 잡된 생각을 의심으로 쓸어내라.
천길 절벽에서 비로소 손을 놓을 때
대지와 허공이 한꺼번에 사라지리.


의단이 타파되어 번뇌가 문득 쉬니
오가는 모든 길엔 그림자 없네
드넓은 기운이 十方을 끊으니
무간 지옥 가는 길에서도 느긋하게 노닐고
부류따라 노닐며 바람처럼 지나도다


참선하여 해탈함이 어려운 것 아니니
즉시 한 생각을 돌이킴에 있다.
물 다하고 산 또한 끝난 곳에
물도 없고 산도 없는,
산은 산 물은 물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