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의 진실/황우석사건

<부활하는 줄기세포 연구>'황우석 충격'딛고 불 밝힌 연구실

淸潭 2007. 10. 20. 17:36

<부활하는 줄기세포 연구>'황우석 충격'딛고 불 밝힌 연구실

 

【서울=뉴시스】

※이 기사는 국내 유일 민영 뉴스통신사 뉴시스가 발행하는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51호(10월 8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황우석 파동’ 이후 2년 만에 줄기세포 연구가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최근 정부는 체세포핵이식행위를 할 수 있는 연구의 범위를 규정하는 내용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이달 중 시행한다고 밝혔다. 또 시행령을 통해 금지·제한되는 유전자검사의 종류도 공표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줄기세포 실험을 위한 체세포복제배아연구가 제한된 범위에서 가능해지게 됐다. 줄기세포는 인류의 질병을 없애고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으로 인식돼 왔다. 그래서 나라마다 경쟁적으로 연구에 박차를 가해 왔다. 그러나 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배아 복제가 수반하는 생명 윤리 문제와 황우석 박사의 가짜 논문 사태가 몰고 온 파장으로 국내에선 연구 열기가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국민들의 난치병 극복 및 건강에 대한 열망과 외국의 적극적인 연구 활동에 자극 받아 줄기세포 연구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뉴시스아이즈는 창간 1주년을 맞아 국내외 줄기세포 연구 동향과 ‘황우석 사단’의 근황 등을 알아봤다.>

2005년 11월에서 2006년 1월에 걸친 50일간의 ‘황우석 드라마’는 많은 국민들에게 충격과 상실감을 안겨줬다. 세계수준이라고 자부하던 한국의 생명공학 연구도 끝없는 추락의 길로 내던져진 느낌이었다. 미래의 대한민국을 발전시킬 에너지원이라던 생명공학, 그리고 줄기세포 연구는 과연 퇴락의 길을 걷고 있는가. 일단 그 대답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많은 연구진들이 황우석 충격을 딛고 연구실의 불을 밝히고 있다. 세간의 숱한 눈초리에 성과를 쉬쉬 하지만 많은 곳에서 많은 연구진들이 밤잠을 아끼는 중이며, 또 그만큼의 결실들을 거두고 있다.

우선 정부의 움직임을 보자.

정부는 ‘황우석 사태’ 이후 주춤했던 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지난해부터 팔을 걷고 나섰다. 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 미비했던 법률과 규정을 보완하고 향후 10년간 4300억 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줄기세포연구 현황 및 향후 추진방향’을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했다.

우선 줄기세포 연구 활성화를 위해 ‘줄기세포연구 종합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원천기술 확보와 체계적인 임상연구, 인프라 구축, 그리고 생명윤리 정착 사업에 지난해만 258억 원을 사용했다.

민간 차원의 배아줄기세포주 검증시스템도 구축했다. 세포응용연구사업단 차원에서 ‘인간 배아줄기세포주 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리지침을 마련해 제2의 황우석 사태를 막겠다는 것이다.

생명윤리 논란을 피하기 위한 대안 마련에도 나섰다. 배아 파괴가 불러온 생명윤리 문제 극복을 위해 체세포를 줄기세포로 바꾸는 역분화를 이용한 줄기세포주 확립 연구에 들어갔다. 또 정자를 만드는 생식계 성체줄기세포인 정원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주 확립도 추진한다. 과기부는 올해 역분화 및 정원줄기세포 등 대안 연구에 5억 원을 새로 배정했다.

이 밖에 줄기세포주 연구를 배아연구와 구분하여 별도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등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규제를 합리화하기 위한 생명윤리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현재 배아줄기세포 분야 중 황 박사가 주도했던 체세포복제 줄기세포분야 연구는 생명윤리법 개정안이 확정되지 않아 연구가 중단된 상태. 그러나 잉여수정란을 이용하는 방법은 포천중문의대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 정형민 교수팀과 제주대 박세필 교수팀 등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성체줄기세포 분야는 서울대병원 김효수 교수팀, 가톨릭의대 전신수 교수팀 등이 연구를 하고 있다. 일부는 임상치료에 적용되고 있는 상태다.

연구투자에 있어서는 차병원이 단연 선두주자이다.

치병원은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1000억 원을 들여 6만6000㎡ 규모의 통합줄기세포연구소를 오는 2009년 착공한다. 2010년 완공되면 세계 유명 연구소들과 공동 연구를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차광렬(54) 포천중문의대 차병원그룹 학원장은 “줄기세포 연구에 차병원과 포천중문의대 모두의 운명을 걸었다”고 말했다.

차 학원장은 지난 연말 언론 인터뷰를 통해 “외국에서는 죽어서 자신의 재산을 대학이나 연구소, 아니면 병원에 다 기부합니다. 저는 생전에 버는 대로 모두 줄기세포 연구에 기부하겠습니다”며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차병원그룹은 강남과 분당의 차병원과 포천중문의대, 미국 뉴욕 불임센터와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차병원을 소유하고 있다.

차 학원장은 줄기 세포 연구의 불씨를 되살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제 배아줄기세포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이전엔 황우석 박사만 줄기세포 연구를 하게 했지만 황 교수 사건 이후에는 줄기세포 연구를 다들 못하게 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차병원그룹은 판교 줄기세포종합연구소가 문을 열면 인근 분당 차병원과 기초연구-임상 통합 시스템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그룹 산하의 줄기세포전문기업 차바이오텍은 이미 제대혈(탯줄혈액)과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또 분당에 연건평 8만 2500㎡ 규모의 줄기세포 연구ㆍ치료 병원을 2012년까지 건립할 계획이다. 최대 줄기세포연구소인 ‘차병원 통합줄기세포 치료연구센터’와 연계해 바이오테크(BT) 산업의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시도이다.

차 학원장은 “배아줄기세포에서 난자와 정자를 만드는 등의 성과가 곧 나올 예정일 정도로 국내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이미 세계적 수준”이라며 “실제 치료에 적용되는 것은 5~10년 뒤겠지만 가치에 비하면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세필 제주대 교수(줄기세포연구센터장)는 서울 건국대 동문회관에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전담할 ‘미래생명공학연구소’를 설립하고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박 교수는 지난 19일 냉동 배반포기배아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를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박 교수는 “이종 간 핵치환을 통해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는 단계인 배반포기를 배양하는데 성공한 이후 인간의 난자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면서 연구가 중단됐는데 앞으로 후속 연구를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2년 냉동 배반포기 배아를 이용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기술이 성공을 거뒀으나 윤리적 논란 때문에 후속 연구를 진행하지 못했다”며 “현재 동물 난자의 핵을 제거하고 인간의 체세포를 넣는 이종 간 핵치환 연구는 2005년 제정된 생명윤리법에 저촉되지 않는 만큼 연구를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난 2002년 8월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에서 인간의 체세포를 소의 난자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배아를 만들어 낸 바 있다.

가톨릭 세포치료사업단 전신수(강남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팀은 난치성 질환인 ‘뇌졸중’을 제대혈(탯줄혈액) 줄기세포로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국내 최초로 지난 6월 시도했다.

임상시험은 가톨릭계가 세포치료사업단을 설립하고 성체줄기세포에 관련된 연구와 임상시험에 1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한 이후 처음 실시되는 임상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전 교수팀은 1년 정도 소요되는 임상시험을 통해 제대혈 간엽줄기세포가 신경세포로 분화가 가능하고 획득하기가 쉬워 임상적으로 유용하다는 가설을 확인할 계획이다.

전 교수는 “임상을 통해 뇌졸중의 병변 부위 및 증상에 따른 이식 세포수 등이 결정되고 치료효과가 입증되면 줄기세포를 이용한 뇌졸중 치료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바이오기업들 역시 줄기세포 연구에 다시 시동을 걸고 특허 출원 준비에 분주하다.

라이프코드인터내셔날은 최근 ‘제대혈로부터 다분화능 전구·줄기 세포 분리 배양 방법 및 이의 유도 방법’에 관한 국내 특허를 따냈다. 이 특허기술은 제대혈로부터 다분화능 전구·줄기 세포라는 새로운 줄기 세포를 분리해 내는 기술로 어느 제대혈에서나 가능하고 장기간 냉동 보존 후 해동한 제대혈에서도 높은 분리 효율을 보인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줄기세포 특성이 변화되지 않으면서도 대량 배양도 가능하다.

라이프코드 관계자는 “이 기술로 분리해 배양된 다분화능 전구·줄기 세포는 신경세포, 간세포, 골모세포, 근육세포 등과 같은 다양한 조직의 세포로 분화가 가능해 세포요법, 세포대체요법, 장기복원술, 장기생산 등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특허는 현재 국제 특허로도 출원 중이다.

메디포스트는 자사가 개발 중인 세포치료제에 이용되는 원천세포들에 대한 유럽 지역 특허를 취득했다. 이 특허는 제대혈 유래 간엽줄기세포와 전구세포의 분리, 배양, 분화 방법에 대한 것. 메디포스트는 이 기술로 생산된 제대혈 유래 간엽줄기세포 및 전구세포를 이용해 체줄기세포치료제 ‘카티스템TM’을 개발했다.

성체줄기세포 전문 기업 알앤엘바이오는 지난 8월 성체줄기세포에 의한 뼈 재생 효과와 안전성 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사람의 지방유래 줄기세포를 골결손 랫드에 투여한 결과 이 같은 결과를 확인한 것. 이는 지난해 8월부터 서울대 병원 임상의학연구소 안전성 연구센터에서 사람 임상시험 신청에 앞서 동물대상 전임상 시험인 줄기세포 용량별 효능, 장기 독성 시험을 실시한 결과 이뤄졌다.

이번 동물임상 성공은 난치성 골절과 축농증시골결손 등의 완치 가능성을 높였다는데 의미가 있다. 회사는 “올해 안에 줄기세포 2종 이상의 사람 임상시험을 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미즈메디 연구소 배아줄기세포 연구팀을 영입한 바이오벤처 엠씨티티도 역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이로 인해 줄기세포 연구의 양대 축인 성체줄기세포에서 배아줄기세포의 연구까지 동시에 수행할 수 있게 연구영역이 확장됐다"고 말했다.

녹십자는 지난 10일 일본 다카라바이오사와 차세대 면역세포 증폭배양기술 도입을 통한 항암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에 관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녹십자는 다카라바이오가 보유한 ‘레트로넥틴’을 이용한 T임파구 확대배양기술을 이전받게 된다. 이 기술은 기존 배양법보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T 임파구의 증폭 배양이 가능하며, 증폭배양한 세포 가운데 미분화한 나이브 T세포가 많이 포함돼 있어 종양에 대한 공격을 지속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녹십자측이 설명했다.

녹십자는 이번 다카라바이오와 협약을 통해 앞선 기술 도입으로 면역세포를 이용한 항암 세포치료제를 비롯, 현재 진행 중인 줄기세포를 이용한 기타 세포치료제 연구 등과 더불어 세포치료제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 셈이다.

줄기세포를 활용한 심장재생 치료제 공장도 평택에 들어선다.

바이오기업 ㈜BHK는 지난 11일 경기 평택에서 심장재생 치료제 공장을 열고 심근경색 및 심부전증 환자의 허벅지 조직에서 줄기세포를 뽑아 배양에 들어갔다.

배양된 줄기세포를 관상동맥을 통해 심장에 이식하면 거부반응 없이 손상부위가 재생된다는 것. 기존 심장병 치료법에 비해 저렴하고 병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이라는 게 회사의 말이다.

현재 서울대 의대 김효수 교수팀 주도로 56명의 환자를 상대로 임상2상이 진행 중이며, 이달 27일 환자 심장에 줄기세포를 첫 이식할 예정이다.

지난 2월 우리나라 줄기세포의 기술 수준이 이미 최고기술경쟁력보유국인 미국 수준에 근접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낸 ‘줄기세포 기술경쟁력 현황 및 대응전략’ 보고서는 국내 줄기세포 전문가 델파이 조사를 통한 2006년 줄기세포 기술 경쟁력 결과를 발표하고 한국의 줄기세포 수준은 세계적 수준임을 밝혔다.

발표대로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나 기술이 세계적 수준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 외국은 더 앞서 달리고 있다. 차병원 정형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7개 연구팀이 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해 체세포 배아복제를 하겠다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작년 6월 초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난자를 기증받아 체세포 배아복제 실험에 들어갔다. 주요 멤버들은 모두 황우석 전 교수와 공동연구를 추진했던 사람들이다. 미국의 생명공학 벤처회사인 ACT사도 연구를 재개했다. 이 회사는 황 교수팀의 논문이 나오기 전까지는 유일하게 체세포 복제에 성공한 팀이었다.

줄기세포가 한국의 미래 에너지가 될 지는 바로 오늘 이 순간에 달려있다.

온종림 객원기자 noorie@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