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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새마을회가 마련한 ‘비밀 소풍’

淸潭 2007. 10. 13. 14:23
용인시 새마을회가 마련한 ‘비밀 소풍’
  • 용인=배한진 기자 bhj@chosun.com
    입력 : 2007.10.13 00:59
    • “다른 아이들 모르게 살짝 나가거라.”

      12일 오전 경기도 용인 시내의 한 초등학교 교실. 3학년 수진이(가명)가 수업 중에 혼자서 살짝 빠져 나왔다. 담임 선생님이 일러준 대로 운동장 한쪽으로 가니 택시 한 대가 주차돼 있었고, 수진이를 본 기사 아저씨가 손을 흔들어 보였다. 수진이는 뛰어가 택시에 탔다. 잠시 뒤엔 5학년 언니와 2학년 동생도 나와 택시에 올랐다.
    • 이런 식으로 용인 시내 20여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태운 택시들은 용인 에버랜드로 집결했다. 각 학교에서 모인 아이들은 모두 70여명. 용인에 살면서도 다른 아이들처럼 엄마·아빠 손잡고 에버랜드 가는 일은 꿈도 꿔보지 못한 이른바 ‘결식 아동’들이었다.

      용인시 새마을회가 벌이는 ‘결식 아동들을 위한 특별한 가을 소풍’은 올해로 8년째. 새마을 부녀회장단 30여명이 간식거리도 챙기고 하루 동안 엄마 노릇을 해주었다. 에버랜드는 입장권, 놀이시설 이용권, 점심식사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현장 안내를 해주었다. 혹여 아이들이 맘 상할까봐 다른 학생들에겐 ‘특별한 소풍’을 알리지 않는다. 택시기사들로 구성된 새마을교통봉사단이 비밀 유지를 위해 조용히 아이들을 태우고 왔다가 다시 데려다 준다.

      주명숙 용인시 새마을부녀회장은 “요란하게 생색을 내는 것보다는 아이들이 자존심을 구기지 않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아이들은 에버랜드의 오·폐수 처리시설 견학을 시작으로 꽃동산에서 사진도 찍었고, 놀이동산과 동물원을 돌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4학년 진철(가명)이는 “2학년 때 새마을 아줌마들하고 와보고 처음 오는 것”이라고 했다.

      지희천 용인시 새마을회장은 “용인 아이들에게 에버랜드는 동네 놀이터와 같은 곳이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무척 많다”며 “하루 소풍이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보니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선생님과 택시기사, 새마을회 아저씨·아줌마들 그리고 일부 어린이들만 아는 ‘007작전’ 같은 가을 소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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