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승 해설위원]
문화재청장의 바르지 못한 처신에 또 호된 질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홍준 청장이 지난 2004년 9월 취임한 이후 자신이 썼거나 감수한 책 2,000만 원 어치를 문화재청 예산으로 구입해 방문객들에게 기념품으로 나눠 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문화재청은 시계나 넥타이 보다는 책이 더 뜻이 있어 선물했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유 청장은 내 책만을 위해 별도로 예산을 집행한 것이 아니라문화재와 관련한 여러 가지 책을 함께 구입했다며 억울한 속내를 비쳤다고 합니다.
유 청장이 올해 신고한 재산 30억여 원 가운데 인세 수입이 16억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문화재청이 구입한 책 값은 그가 거둬들인 인세 수입에 비하면 별 것도 아닌 액수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인 공금으로 자신이 짓거나 감수한 책을 사들여 정가의 10% 가량 되는 인세 수입을 자기 몫으로 챙기고 개인 홍보까지 해 온 셈입니다. 공직자로서 도덕성을 의심받을 일이며 특히 공인 중에 공인이라 할 수 있는 고위 공직자의 자세라 할 수 없습니다.
사실 유 청장이 미덥지 못한 처신으로 구설에 오른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문화재를 보호해야 할 책임자로서 취임 직후 국제 검사협회와 세계 신문 협회의 만찬을 경복궁 경회루와 창경궁에서 열도록 허용했다 언론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지난 2005년 평양 축전에 참가해서는 북한 영화 주제가를 불러 놀라게 했고
지난 5월에는 세종대왕 숭모제에 참석해 목조 문화재 앞에서 불을 피우며 지역 유지들과 음식을 만들어 먹은 뒤 “재실에서의 취사 행위는 수백 년 된 관행”이라며 문제될 것 없다는 식의 해명서를 내놔 여론의 질책을 받기도 했습니다.
난데 없이 국보 1호를 교체해야한다는 발언을 해 학계와 문화계에 소모적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가 하면
산불로 사라졌던 양양 낙산사 동종을 복원할 땐 자신의 이름을 종에 새겨 넣어 문화재를 아끼는 이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습니다.
문화재 전문가로 국민들에게 잊혀진 문화유산에 대한 사랑을 불어넣었던 스테디셀러 작가 유 홍준 청장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질책에 억울하다고만 할 일이 아닙니다.
공직자로서 거침없이 내뱉은 말과 행동을 겸허히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유 청장은 문제가 된 인세 수입을 국고에 반납하고 예산을 유용한 점에 대해 사과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문화재 청장의 본분에 걸맞게 다하지 못한 우리 문화재 돌보기에 여력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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