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자죽 등 1000여 절 음식 배워볼까”
寺刹음식의 본산 평택 ‘수도寺’
원효대사가 得道한 곳… 방문객 무료 식사
적문스님, 3개월 강습… 200여명 식당차려
“마음 흐트러져 있으면 원래 음식맛 못내”
17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원정리 대한불교조계종 수도사. 주지 스님을 뵈러 왔다고 하자 “법회 중이시니 점심 공양(식사)부터 하시라”며 공양주 보살이 안내를 했다.
다시마와 무, 표고버섯으로 국물을 낸 미역국에, 무상채, 콩나물무침, 다시마 튀각, 열무김치 등이 가지런히 놓인 사찰식 뷔페. 접시 위에 메뉴를 가지런히 담아 맛을 보니, 맵지도 짜지도 않으면서 재료의 맛은 그대로 살아 있는 것이 입맛을 돋운다.
식사를 마칠 때쯤엔 인절미와 과일이 나왔고, 그래도 계속해서 “음식이 맛있다”고 너스레를 떨자, 연꽃 씨와 찹쌀을 섞어 끓인 연자죽까지 식탁에 올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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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사 사찰음식 목요강좌 강습생들이 적문 스님으로부터 조리법을 배우고 있다. 배한진 기자
수도사는 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 적문 스님이 주지로 있는 절이다. 식사 시간만 되면 누가 찾아와도 공짜로 밥을 준다. 식사 시간을 넘긴 손님들을 위해서는 연자죽과 장아찌가 항상 준비돼 있다. 역시 무료다.
오후 1시가 되자 목요강좌에 참여하는 수강생 8명이 모여들었다. 3개월 과정으로 사찰음식을 전문적으로 배우려는 사람들이다.
이날 실습메뉴는 ‘두릅밀전병무침’, ‘산나물 모듬 튀김’, ‘연자조림’, ‘연자밥’.
“사찰음식은 양념으로 입맛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원재료의 향과 맛을 그대로 살려내는 것이에요. 요리하는 사람 맘이 흐트러져 있으면 정성이 떨어져 원래 맛을 살려낼 수 없는 것이지요.”
적문 스님 지도에 수강생들은 보석을 만지듯 조심스레 채소를 다듬고 튀김 반죽을 만든다.
충남 천안에서 왔다는 주부 전점석(67)씨는 “이곳에 와 절 음식을 배우며 식생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았다”며 “이제는 요리하는 것 자체가 맘이 편하고 가족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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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자밥
수도사는 원효대사가 해골에 담긴 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역사가 전해지는 곳. 하지만 원래 절터는 인근 군부대에 편입됐고, 지금 건물들은 현대에 와 지어졌다.
수도사가 다시 유명해 진 것은 2003년 적문 스님이 주지로 발령을 받고부터다. 열살 때 출가해 40여 년간 절 음식을 익혀온 적문 스님. 1992년부터는 아예 절 음식 연구 모임을 만들어 전국 고찰과 큰스님들을 찾아 다니며 조리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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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자조림
여기에 그가 개발해 낸 음식 메뉴들까지 합치면, 연구소가 조리법을 보유하고 있는 사찰음식은 1000가지도 넘는다. 적문 스님이 1994년부터 운영해 온 3개월 강습과정을 거쳐간 사람만도 1500명. 이중 200명 가량이 식당을 차렸다고 한다.
경기도는 2005년 수도사를 ‘슬로푸드 마을’로 지정했다. 패스트푸드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전통 웰빙 음식을 보급하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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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릅밀전병무침
수도사에는 5명 이상이 미리 예약하면 1인당 3만원의 강습료와 재료비를 받고 사찰음식 강좌를 연다. 스님과 함께 절 음식을 만들어 보고, 다양한 사찰음식을 직접 맛 볼 수 있는 코스다. 다도(茶道) 강좌도 함께 진행된다. 1박2일 코스는 5만원. 매끼 사찰음식을 조리해 먹을 수 있다. 이제는 사찰음식체험 코스와 공짜 절밥을 경험하기 위해 주말이면 40~50명이 몰려들 정도로 각광받고 있다.
3000평 경내에는 텃밭과 야생화 단지도 조성돼 있어 아이들에게 자연을 가르치기에 좋다. 평택시는 슬로푸드 육성을 위해 정기적으로 체험 비용의 절반을 보조해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미리 일정을 알아 두면 좋다.
서해안고속도로 서평택IC에서 나와 조암 방면으로 5분 정도 걸린다. 인근에 평택항과 평택호 관광지가 있다. 수도사 (031)682-3169. 평택시청 환경위생과 (031)659-6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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