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조절/당뇨조절및 치료

당뇨병 잡기, 국가가 나서라

淸潭 2007. 5. 18. 07:31

당뇨병 잡기, 국가가 나서라

 

 

충남 서산에 사는 김모씨. 10년 전부터 본인이 당뇨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처방약은 집 한구석에 수북이 쌓아 놓기 일쑤였다. 한 달 전 발톱 손질을 하다가 새까맣게 독이 오른 오른쪽 셋째와 넷째 발가락 때문에 근처 병원에 갔다. 발목 아래를 절단해야 한다는 끔찍한 소리를 듣고 상경했다. 검사해 보니 이미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물론 망막증과 관상동맥 질환까지 겹쳐 발목 절단과 망막 레이저 수술, 그리고 심장 혈관 수술까지 불가피하게 됐다. 당뇨병 진료실에서 흔히 보는 경우다.

며칠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2005년 당뇨병 전국 표본조사 심층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당뇨병 추정환자가 269만 명에 달한다. 성인 13명 중 한 명(7.75%)이 당뇨병이다. 더욱이 매년 30만 명이 새롭게 당뇨병으로 진단받는다. 치료비용도 3조2000억원으로 건강보험 전체 진료비의 19.3%를 차지했다.

이처럼 당뇨병의 위협이 급속히 커지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만 국가 차원의 관리는 미흡한 실정이다. 선진국에선 당뇨병에 대한 교육과 합병증 예방 및 당뇨병 예방에 국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몇 년 전 핀란드는 당뇨병 전단계로 진단된 522명의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당뇨병으로의 진행을 막기 위해 다양한 교육 및 홍보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그 결과 단순히 체중을 3.5kg 감소시키는 방법만으로도 당뇨병 발생률을 58% 줄였다. 미국.영국.일본.스웨덴 등에서도 당뇨 예방 프로그램을 만들어 당뇨 대란에 대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2년 고혈압과 당뇨병 등을 만성질환으로 규정해 관리 체계를 만들려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통계 연구조사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당뇨병 관리를 위해 양질의 진료 서비스 제공 못지않게 중요한 일은 당뇨병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의료보험 체계와 의료기관 간의 협진 체계 등 인프라를 재정비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가적 차원의 다양한 홍보를 하고, 우리 실정에 맞는 교육 내용을 개발하고 확산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1997년부터 국립보건원과 질병관리본부 등 20여 개 연방정부 및 민간기관의 지원으로 당뇨병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으며, 체계화된 교육 및 홍보 내용을 소수 민족까지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수단으로 제공하고 있다.

우리도 정부와 의료계가 국내 실정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과 합병증의 정기적 점검 등 관리 체계를 만드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풍부한 임상경험이 있는 당뇨병 전문 센터와 학회 등에서 정부의 지원 아래 콘텐트를 개발하고, 정부는 이를 검증한 후 다양한 형태로 확산할 수 있도록 제도적.물적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이다.

당뇨병이나 합병증은 적절한 교육을 통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그래서 국내외 당뇨병학회에서는 '교육 자체를 하나의 치료 과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의사 한 명이 50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하고 있어 환자의 합병증을 관리하고 교육하는 것은 무리다. 또한 모든 병원이 적절한 시스템을 갖출 수도 없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 관리는 수직적 또는 수평적 의뢰-회송 체계를 제도화하고, 지역별 거점 병원을 지정해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뇨병 환자 교육에 대해 의료보험 혜택을 늘려 주는 것도 시급하다.

국내 의료기관의 풍부한 임상자원을 활용해 국내 실정에 맞는 적합한 치료법과 예방법은 물론 당뇨병 발생에 대한 연구를 중장기적으로 폭넓게 지원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5년 동북아시아에서 당뇨병 환자는 95년보다 2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정부나 의료기관.유관기관이 적극적인 대책마련에 나서야 당뇨 대란을 막을 수 있다.


박성우 강북삼성병원 당뇨전문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