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인 듯, 그림인 듯 … `먹의 교향악`
서예가 조수호 21년 만의 개인전
"서예는 접(接)의 예술입니다. 붓끝과 종이의 만남은 사랑하는 남녀가 입맞춤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 속에 무한한 상상력과 생명력이 숨 쉬고 있지요."
1일~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초대전을 여는 서예가 동강(東江) 조수호(83.사진)는 "예술의 생명은 독자성에 있고 그 정신은 새로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강은 지난해 11월, 올해 2월 각각 차례로 작고한 일중(一中) 김충현(金忠顯), 여초(如初) 김응현(金膺顯)과 함께 현대 서예계를 대표하는 작가다.
이번 전시엔 농익은 한문.한글 글씨와 추상화에 가까운 묵조, 문인화, 도자 작품 등 200여 점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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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만의 개인전입니다. 개인전은 내가 공부한 것을 보이는 일인데, 제 공부가 부족한 듯해서 그동안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경지에 도달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됐습니다."그는 "역시 '나이가 들어야, 해가 차야 글씨가 제 맛이 난다'는 옛 말씀을 실감한다"고 덧붙였다.
동강은 특히 행서와 초서를 "현대 서예의 꽃"이라고 말했다. "서예의 예술성, 독자성, 현대성은 행서와 초서에서 비로소 드러날 수 있습니다. 다른 서체와 달리 자유로워 회화적인 조형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그림과 글씨는 본디 같은 것'이라는 시서화 일치의 정신을 추상화의 경지에까지 밀고 나간 것이 그가 10년전 시작한'묵조(墨調)'연작이다.
"서양 추상회화는 동양의 선, 즉 필획이 없습니다. 하지만 묵조에는 서법을 기초로 한 필획이 있지요. 슈베르트나 베토벤이 음악 고저장단이나 리듬의 조화로 나타나듯 먹과 물, 작가의 정신이 조화를 이룬 게 묵조입니다. 단순히 글자를 넘어서 필묵의 조형세계를 보여주는 것이지요. 한 마디로 먹의 교향악에 해당합니다."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26살 때 제1회 대한민국미술대선에서 '어부사'로 특선을 수상하면서 서예의 길로 들어섰다. 62년 최연소 국전심사위원이 됐고 74년 국전초대작가를 지냈다. 서울교대 교수, 한국교육서예가협회 회장을 지냈으며 국제서법학술대회 등을 통해 한국 서예의 국제화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그동안 세운상가의 작업실에 매일 출근해 "잠자는 시간 7시간 정도만 빼면 하루종일 용맹정진해왔다"는 동강은 "날보고 팔순 청춘이라고들 하더군요. 앞으로의 작업이 더 기대된다고 하니 숨이 붙어있는 한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고 말했다. 02-580-1475
조현욱 기자
神·氣·骨·肉·血 꿈틀대는 ‘먹빛 교향악’
서예가 추구하는 최고의 경지는 흔히 사람에 비유된다. 사람과 같이 살아 움직이는 생명성이 필획에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곧 정신(神), 기운(氣)은 물론 골(骨)과 육(肉), 혈(血)이 생동하는 것이다. 정신적·육체적으로 끊임없는 수련을 하지만 결코 쉽게 이뤄질 일은 아니다.
전쟁과 평화 |
서예의 정수, 나아가 정통서법을 바탕으로 한 먹그림을 맛볼 기회가 마련된다. 한국 서단의 대표작가라 평가받는 동강(東江) 조수호씨(83)가 5월1일부터 27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21년 만의 개인전입니다. 개인전은 내가 공부한 것을 보이는 일인데, 제 공부가 부족한 듯해서 그동안 망설였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팔순 청년’으로 불리며 노익장을 과시하는 노서화가의 식지 않는 예술혼을 살펴보는 자리다. 의미가 더 깊은 것은 정통 서예작품과 더불어 60년 서력을 바탕으로 새롭게 시도한 ‘묵조(墨調)’ 작품들도 선보인다는 것. 정통 서예의 참맛과 함께 먹추상이라 할 수 있는 묵조를 통해 한국 서예의 미래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박관기술 |
전시회에는 농익은 붓의 한문·한글 서예작품과 묵조, 문인화, 도자 등 모두 200여점이 선보인다. 그가 특히 즐기는 서체는 행서와 초서. “개인적으로 서예의 꽃은 행·초서라 생각하죠. 다른 서체와 달리 자유로워 회화적인 조형성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 정통서법의 법도를 바탕으로 글씨를 완전히 해체한 뒤 먹의 갖가지 조화와 조형성을 강조한 것이 묵조다. “서양추상회화는 동양의 선, 즉 필획이 없습니다. 하지만 묵조에는 서법을 기초로 한 필획이 있고, 그 속에 신·기·골·육·혈을 담아내는 겁니다. 음악이 음의 고저장단이나 리듬 등의 조화로 나타나듯 먹과 물, 작가의 정신이 조화를 이룬 게 묵조죠. 단순히 글자를 넘어서 필묵의 조형세계를 보여주는 것, 한 마디로 먹의 교향악입니다.” 그의 새 작품들에서 고전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계승할 것인가 하는 작가의 법고창신(法古創新) 정신을 읽어낼 수 있다.
동강은 서예가 정규 교과과정에서 빠지면서 서숙, 공모전을 통해 나올 수밖에 없는 우리 현실에서 정규 미술교육을 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공부하다 1949년 국전 특선을 시작으로 서단에 들어섰다. “서예에 그림이 모두 들어있다”는 게 그의 소신. 후학을 가르친 그는 국제서법학술대회 등을 통해 한국 서예의 국제화에 크게 이바지하기도 했다.
평생 붓을 든 그가 말하는 서예는 무엇일까. 그는 “접(接)의 예술”이라며 “붓촉 끝과 종이의 만남은 사랑하는 남녀가 입맞춤을 하는 것과 같이 무한한 상상력과 생명력이 숨쉬는 것”이라고 밝혔다. 예술의전당 이동국 학예사는 “정통서법을 바탕으로 서예와 그림을 한 자리에 선보인다”며 “현대 서예의 희망을 찾아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재기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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