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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구정광다라니경' 최고 증거 충분

淸潭 2007. 3. 21. 13:52

'무구정광다라니경' 최고 증거 충분

 

국보 제126호 무구정광다라니경(无垢淨光陀羅尼經)은 과연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목판 인쇄물인가.

불국사 3층 석탑, 즉 석가탑의 완공 연대가 신라 혜공왕(765~780) 때로 드러나면서 이 부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70년께 인쇄된 일본의 '백만탑다라니경(百萬塔陀羅尼經)'이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전히 그렇다"지만 지금까지 이를 뒷받침해온 확실한 근거 하나는 사라진 형국이다.

1966년 석가탑 탑신 내부 사리함에서 발견된 다라니경의 제작 시기는 그동안 700년대 초~750년대로 추정돼 왔다.

삼국유사가 불국사의 중창을 '751년 시작돼 774년 김대성이 죽자 나라에서 이를 완성했다'고 적고 있기 때문이다.

학계는 석가탑 건립 시기를 '8세기 중반'이라고 표현하고 여기에 넣은 다라니경의 제작 시기는 이보다 상당히 앞선 것으로 본다. 서체가 8세기 전기 신라에서 유행한 서법을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그 근거는 이렇다. 701년께 범어로 된 무구정광다라니경이 중국에서 한문으로 번역됐다. 한문 다라니경은 신라 성덕왕 5년(706년) 경주 황복사의 석탑 사리함에 봉안됐다는 기록이 있다. 일제 때 필사본(추정)은 사라졌지만 금동 사리함 뚜껑 안쪽에 음각으로 새긴 제목이 남았다. 이 음각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서법, 특히 둥근 부분을 표현하는 운필법은 석가탑 다라니경과 서로 흡사하다.

다른 증거도 있다. 경문 속에는 당나라 측천무후(則天武后:재위 685~704) 집권기에만 주로 통용되던 측천무후자가 4종류 10글자 나온다. 중국 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석가탑 다라니경이 '702년께 중국 낙양에서 인쇄해 신라에 전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종이를 조사한 결과 한반도 특산인 닥나무 한지로 밝혀졌다. 게다가 측천무후의 이름인 '照(조)'자가 본문에 들어 있다. 무후 재위 기간에는 쓰지 못하던 글자다. 즉 다라니경은 측천무후자의 영향이 남아 있던 가까운 시기에 신라에서 인쇄됐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이 같은 근거는 모두 해석과 추정일 뿐 논란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중수기의 해석으로 말미암아 "석가탑 제작 연대가 750년대께니 일본 다라니경의 770년은 말도 붙이지 마라"고 단언할 수는 없게 된 형국이다.

조현욱 기자 ▶조현욱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poemloveyou/


 

조계종 "무구정경 반환 않으면 소송 검토"

국립중앙박물관 반환불가 통보에 강경 대응

대한불교 조계종은 21일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하 무구정경) 등 종단 산하 사찰인 불국사에서 관리를 위탁한 석가탑 발견유물 일괄(국보 제126호)을 보관 중인 국립중앙박물관이 이를 반환하지 않을 경우 소송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탁연스님은 이날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립중앙박물관은 위탁문화재의 반환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면서 "26일 불교중앙박물관 개관 전까지 무구정경 등을 반환하지 않을 경우 2천만 불자의 힘을 모아 반환운동을 펼치고 반환소송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탁연스님은 "국내 문화재를 제자리에 돌려주지 못하면서 외국에 유출된 우리 문화재를 찾아올 명분이 있겠느냐"면서 "지난해 11월 국가지정문화재의 보존관리상 행정권한이 있는 문화재청으로부터 석가탑 발견유물의 이관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받았는데도 국립중앙박물관이 반환하지 않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립중앙박물관이 석가탑 발견유물에 대한 보전처리 과정에서 소유자의 동의를 거쳤는지, 훼손하지 않고 잘 보존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며 문화재 관련법령의 준수 여부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15일 '보존관리시설 미비' 등을 이유로 무구정경 등을 불교중앙박물관에 당장 이관하기 어렵다는 공문을 보내온 데 대해서는 "구체적인 현황점검을 하지 않은 채 무책임하게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은 "석가탑 수습유물이 갖는 국가문화재로서의 위상이라든가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의 보존 전시시설 미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 지금은 이관할 시기가 아니다"라는 입장이어서 무구정경 등의 반환을 둘러싼 양측의 공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ckchung@yna.co.kr